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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경제통합 땐 남북 대혼란
[북한 경제]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양문수 economyinsight@hani.co.kr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 급변사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여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져나오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최근에는 3대 세습 문제, 화폐 개혁 문제 등을 이유로 체제 불안정성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물론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고, 비공개적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비록 수면 아래에서의 논의이지만 나름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 급변 사태 논의는 남북한의 급진적 통합 가능성을 내포한다. 북한 급변 사태가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 이른바 보수 진영의 대체적인 기류인 것 같다.
 
최대 리스크는 전쟁 아닌 통일
   
 
이 시점에서 고전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 경제는 급진적 통일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까.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경제’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흡수통일 이후의 경제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것일까. 아니면 남한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해 있는 것일까.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언제부터인가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고 한다. 다름 아니라 통일을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다면 남북한 경제 모두 주저앉게 되고, 그것이 최대의 ‘코리아 리스크’라고 한다.
둘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북한 급변 사태 등으로 인해 급진적 통합 시기가 도래했을 때, 남북한을 일정 기간 분리하는, 즉 북한을 별개의 행정단위 혹은 경제단위로 유지하는 방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조금씩 늘고 있다. 물론 다소 어리둥절하고 생뚱맞기조차 한 이런 주장을 정치사회적 현실이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급진적 통합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통일 비용이 발생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배경에 있다. 특히 그러한 주장은 보수적 경제학자들조차 거론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든, 일부 경제학자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가장 큰 것은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일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24일, 2009년 기준으로 남북한 경제 규모의 격차는 37배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 추정치는 극심한 자료 부족에다 남한의 가격, 부가가치율, 환율 등에 의해 추정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절대적 경제 규모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은행도 인정하는 바다. 한가지 예를 들면 한국은행 추정치로는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천달러를 조금 넘는데 이는 지나친 과대평가다. 따라서 남북한 경제력 격차는 한국은행의 추정보다 훨씬 더 클 것이고 대체로 100배 정도에 달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수백만 명 남쪽 이동 가능성
급진적 경제 통합의 대표적 사례인 독일의 경우, 통일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막대한 통일 비용을 치러야 했다. 독일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통일 비용으로 지급해야 했다. 통합 직전에 동·서독의 경제력 격차는 9.7배에 달했다. 그러면 경제력 격차가 무려 100배 정도 되는 남북한은 대체 얼마를 통일 비용으로 내야 할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동·서독과 남북한의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경제력 격차가 매우 큰 두 경제의 급진적 통합이라는 측면에서의 보편성은 분명 존재한다.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력 격차만은 아니다. 경제력 격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다소 상이한 차원의 요소로서 인구 이동을 상정할 수 있다. 즉, 남북한 간에 급진적 통합이 이뤄질 때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남북한 급진적 통합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왔다. 물론 이런 이동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이루어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수십만 명은 될 것이고, 어쩌면 수백만 명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남한은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은 주거 문제부터 시작해 생계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가능하면 일자리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재정적 부담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이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면 남한의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남한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면 문제가 더 커진다.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결국 북한 주민이 북한 지역에서 그대로 살게 하는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유인이 충분치 않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독일도 동독 주민의 서독 이주를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부었지만 100%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문제는 남한의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귀착된다.
고려해야 할 요소는 더 있다. 남북한 통합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가능한 한 빨리 축소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북한의 경제성장이 핵심적 요소로 제기된다. 즉, 어떤 방법으로 북한 경제를 빠른 속도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초기에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산업, 즉 수출산업 육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본도 기술도 없는 북한으로서는 노동력을 활용한 수출주력산업을 육성하는 대외 지향형 공업화가 초기에는 경제발전 전략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교류ㆍ협력 통한 점진적 통합을
문제는 급진적으로 경제 통합이 이뤄지면 이런 전략을 펴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급진적 경제 통합은 각종 시장 및 제도의 급진적 통합을 의미한다. 당연히 노동시장과 외환시장의 통합도 포함된다. 그런데 남북한 간에 노동시장이 통합되면 북한 지역의 근로자 임금이 생산성 향상 없이 상승하게 된다. 최저임금 적용을 남북한 간에 차별화하지 않는 한,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남한 수준으로 상승한다. 그러면 북한 지역이 가지고 있는 최대 경쟁력인 저렴한 노동력은 사라지게 된다. 결국 근로자의 대규모 실업이 초래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이 통합되면 북한의 환율이 남한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출에도 마이너스 효과가 된다. 저임금과 저환율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는 노동집약적 공업 중심의 수출촉진 전략을 전개하기가 어렵게 됨에 따라,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기가 곤란하게 된다.
결국 △남북한 간의 엄청난 경제력 격차 △대규모 인구 이동 △임금 및 환율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는 경제성장 전략 전개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급진적 통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통일 비용 부담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점진적 통합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점진적 통합에서 남북한의 교류·협력이 핵심적 구실을 수행함은 물론이다. 지난 6월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년 한국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남북한 간 소득 격차가 향후 남북 경제 통합의 궁극적 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한 뒤,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이끄는 남북교역의 확대가 남북 격차를 줄이는 데 최선의 희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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