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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사회’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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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2010년 07월 01일 (목) foog economyins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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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대해 여전히 많은 용의자가 지목되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 파생상품, 초 저금리, 무역 불균형 등등. 보수 진영에서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부적격자에 대한 대출을 남발하게 한 ‘정부의 실패’다. 주택 소유를 장려한 정부 정책과, 여기에 부응한 대출기관의 지나치게 관대한 기준이 위기를 심화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정작 정부 쪽 인사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실라 베어는 최근 비영리개발주택협회 연설에서 이러한 혐의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연방정부 정책은 25년 동안 주택 소유 촉진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그리고 아들 부시로 이어지는 기간에 주택 소유 촉진책은 진보나 보수 진영 가릴 것 없이 하나의 국가적 목표였다는 것이다. 특히 아들 부시는 2004년 재선 캠페인에서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를 주창했다. 부동산으로 유동자금이 몰리며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금융 기회 평등화’란 이름으로
   
자동차 산업의 메카에서 ‘유령도시’로 전락한 미국 디트로이트.  한겨레 권태호
소유 욕구를 정당화해온 자본주의의 고유 문화를 현대화했다는 이 개념은-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자산소유 민주주의’(Property-Owning Democracy)로 불린- 스스로 ‘통제’하는 자산 소유가 더 강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퍼뜨렸다. 이 소유는 주택·의료·교육·연금 등 전 분야에 걸친 시장주의적 소비를 의미한다.
문제는 여력이 없는 상당수 소비자(저임금 노동자)에게는 그 소유욕이 빚을 얻어야 충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빚으로 소유한 자산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다. 운 좋게도 집값이 올라 중도에 팔고 시세 차익을 얻는 선에서 끝나면 몰라도, 보유하는 동안 그 집은 은행에 이자를 내는 임대주택일 뿐이다.
특히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상환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얄팍한 술수로- 심지어 불법적으로- 대출해준 상품이다. 무리한 판매 과정에 온갖 꼼수가 동원됐고, 파생상품으로 포장돼 전세계로 수출돼 위기를 세계화했다. 소유권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금융 기회 평등화’란 명목이 가져온 비극적 결말이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대출은 금융 기회의 형평성 차원에서는 진보적이다. 1970년대까지 미국 사회에서는 지도를 펼쳐놓고 저소득층 지역에 대출·보험·고용·헬스케어 등에서 차별을 두는 ‘빨간 줄치기’(red-lining)가 성행했다. 이를 막기 위해 몇 가지 입법 조치가 이뤄졌다. 보수 진영은 이런 취지로 제정된 ‘지역사회 재투자법’(The 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부실 대출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 1977년 제정된 이 법을 활용해 클린턴 정부가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과도한 주택금융 지원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위험을 지닌 대출이 대부분 이 법과 상관없는 기관에서 이뤄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다른 법이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정황이 있다. 바로 아들 부시의 주도하에 2004년 제정된 ‘아메리칸드림 다운페이먼트 보조법’(American Dream Downpayment Assistance Act)이다. 이 법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자기 자금 성격의 ‘다운페이먼트’ (부동산 구입 첫 계약금) 비율을 낮춰줘 이로써 부채비율이 높아졌고 대출 위험은 가중됐다.
분명한 것은 미국 정치권은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고 소유권 사회라는 기치로 매진해왔고 그 수단은 높은 레버리지 대출이었다. 양극화로 치닫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빚을 얻어 자산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그들도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이다. 그것은 ‘정부의 실패’가 아닌 ‘부채 사회의 실패’다.
요즘 경제위기 탈출을 고민하는 몇몇 이들은 “미국은 덜 소비하고 중국은 덜 저축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것이 경제위기의 저변에 깔린 국제무역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소비가 단기적인 지구촌 균형은 가능하게 할지라도, 미국의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라면 지속 불가능한 해법이라는 점이다.
물론 서구의 소비 패턴과 구별되는 ‘녹색 소비’ ‘질적 성장’ 등 패러다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완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된 바는 아직 없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소비를 독려하고 있지만 중국인이 선호하는 소비 패턴은 승용차·주택·육식 등 서구의 그것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중국 중앙은행 통화위원회 위원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과열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위기 이전의 미국이나 영국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 기준 중국의 연평균 소득 대비 집값은 8배이고 대도시는 14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식 소유권 사회는 이미 과열됐을지 모른다.
 
‘글로벌 균형’이란 이름으로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둘 다 이념상으로는 만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획득하는 경로가 시장주의냐 비시장주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 체제 모두 행복의 척도는 경제적 풍요다. 자본주의는 소유에 의한 만족감을 풍요의 으뜸으로 삼았다. 그것은 한때 달성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 시절 풍요로움의 상징이던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오늘날 인구가 절반도 남지 않았고, 멀쩡한 주택마저 철거되는 ‘유령도시’로 변해버렸다. 첨단 금융기법과 그것에 기반을 둔 빚을 통한 자산 소유 같은 시장주의적 접근만으로는 진정한 풍요가 달성할 수 없음을 디트로이트는 말해주고 있다.
케인스가 경기침체 해결책으로 더 많은 지출을 주문한 것은 그것이 근본적 해결책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지출 여력을 넘어선 과잉 소비는 한시적인 경기 부양을 가져올 뿐이며, 이것은 정부와 개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미국의 소비 패턴을 따라하기 전에 소유권 사회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해방시켰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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