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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청와대 경제팀
Editor’s Letter
[36호] 2013년 04월 01일 (월) 정남기 jnamki@hani.co.kr

이명박 정부 초기였다. 정부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고려대 출신이 범접하지 못하던 곳이 있었다. 금융위원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의 70% 가까이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그중 절반가량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물론이고 핵심 국장인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서비스국장까지 경제학과 선후배였다. 위원장이 그런 인사를 한 것은 아니다. 애초 고위 관료들의 분포가 그랬다. 여기에 같은 학교, 같은 과 출신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외부에서 영입되면서 한쪽으로의 쏠림이 심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수시로 벌어진다고 생각해보자. 끔찍한 생각이 든다. 개개인이 아무리 투명하고 깨끗하다 할지라도 특정 집단이 한 조직을 오래 장악하면 결국 기득권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심해지면 진입 장벽을 쌓게 되고 오래되면 굳어져 하나의 계급처럼 돼버린다.

지금 청와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팀의 핵심 라인인 조원동 경제수석-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안도걸 선임행정관이 그렇다. 모두 서울대 경제·경영학과 출신이고 하나같이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실도 마찬가지다. 조원동 수석-문재도 비서관-이호준 선임행정관으로 이어지는 라인 3명이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일반 행정관들까지 뒤지면 훨씬 많다.

서울대 경제학과만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 경제팀의 요직은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경제수석실은 물론이고 국정기획수석실도 그렇다. 홍남기 기획비서관과 그 아래 조규홍 선임행정관이 기획원 출신이다. 국정과제비서관실의 이승철 선임행정관 역시 기획원 출신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경제 분야의 요직을 독식해온 재무부 출신 모피아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이 정부·공기업·금융회사의 자리를 꿰차면서 끼친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됐든 특정 집단의 일방통행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고방식부터 비슷하다.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와서 수십년간 같은 직장에 다녔는데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어떻게 사회 전체를 폭넓게 끌어안겠는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일수록 패거리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

정부 부처나 공기업 책임자 인사를 잘못하면 그 사람 한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아래 간부들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기 마련이다.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다. 측근이나 후배들을 먼저 챙긴다. 결국 한 사람의 부작용이 수십, 수백명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특정 집단의 독식은 부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청와대 경제팀의 구성을 보면서 그런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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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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