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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명성 절대 바뀌지 않을 것"
[Interview] 노키아 CEO 스티븐 엘롭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마르쿠스 로베터 economyinsight@hani.co.kr

   
 
일자리 4만개 줄이고 유럽 공장 구조조정 마무리… 주가 오르고 시장 반응 호전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엘롭은 지난 2년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 4만개를 감축했다. 유럽의 공장은 물론 핀란드의 본부 건물까지 매각했다. 지금은 희망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실적이 오르고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시장점유율 하락세를 반전시킬지는 미지수다.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차이트> 경제부 기자

지난해 가을부터 노키아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주가 상승이 왜 잘못됐다는 말인가.

노키아는 오랫동안 휴대전화 제조업계에서 줄곧 패자에 속해왔기 때문이다.

주가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2011년 2월 노키아는 소비자의 인식을 확 바꾸기 위해서 대대적으로 전략을 수정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의 호평을 매출 실적으로 실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엘롭 CEO는 2년 전 바르셀로나에서 노키아의 전략 수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역사적 순간이었다. (웃음)

당시 노키아를 '불타는 석유 굴착 플랫폼'으로 표현했다. 그 불은 이제 진화됐는가.

나는 노키아가 힘든 상황에 처했고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비유를 했다. 우리는 용감한 결정을 내렸으며, 노키아 제품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최상급에 속한다. 노키아 제품의 수요는 독일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상당하다. 노키아가 이제는 2년 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여론의 평가다. 루미아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배터리가 최대 5일까지 가고 데이터 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 개발도상국용 휴대전화의 수요 역시 늘어났다. '노키아 지멘스 네트워크' 부문도 마찬가지다. 노키아 제품은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노키아에 힘이 되는 신호다.

그렇다면 노키아는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는가.

반전의 정확한 시점은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노키아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노키아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과 수요는 고무적이다.

이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이런 반전 추세가 지속되지 못하면 엘롭 CEO가 2013년 초에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소문은 많이 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나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캐나다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서 이민국 입국심사대에 줄을 섰다. 창구에 '휴대전화 전원 끄기'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줄이 너무 길어서 나는 휴대전화로 전자우편 몇통을 확인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내 순서가 됐고 창구 직원은 내 휴대전화에 대해 뭐라고 말했다. 나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내 휴대전화가 노키아에서 새로 출시된 루미아 모델인지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창구 직원에게 루미아 카메라 등 몇가지 기능을 보여줬다.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그 상황은 내게 큰 힘이 됐다. 휴대전화 가게 등 내가 가는 곳마다 루미아 휴대전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임을 느낀다.

노키아와 루미아의 이야기는 이만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되겠는가.

물론, 당연하다.

자녀를 5명 둔 것으로 아는데.

아들 하나, 딸 넷이다.

엘롭 CEO의 가정생활은 어떨지 궁금하다. 글로벌 기업의 지속적인 긴축 작업은 예상컨대 아침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일은 아닐 것이다. 대체 어디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가.

나는 사생활에서든 직장에서든 매우 의욕적이다. 아침마다 즐겁게 일어나고, 매일매일을 항상 즐겁게 시작한다. 오늘 아침 일찍 딸들과 스카이프로 통화했다. 노키아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상황이 호전되면서 다시 힘을 내는 직원들과 출장 중에 대화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직원들은 1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낙관적이고 노키아의 향후 계획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유럽의 변두리에 위치하고 춥고 해도 많이 나지 않는 핀란드에 사는 것이 어떤가.

계절마다 다르다. 여름에는 핀란드 전역에 해가 난다. 재미있는 일이 하나 생각났다. 나는 캐나다 출생이다. 노키아로 오기 직전에 전세계의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룬 리처드 루이스의 책을 읽었다. 각기 다른 국가들이 서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놀라운 점은 핀란드와 캐나다는 문화적으로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다. 두 나라 모두 북쪽에 있고 추운 곳에 속한다. 그리고 천연자원이 경제적 부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인구가 적고 주위 강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러시아라는 강국을, 캐나다는 미국이라는 강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두 나라의 유사점은 놀랍기 그지없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폴란드 바르샤바 노키아 매장에서 한 고객이 루미아 스마트폰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타사 제품 사용하면서 분위기 전환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멀린다의 자녀들은 애플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직전에 새로 출시된 루미아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내 아이들을 제외한다면 노키아 직원들이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내가 노키아에서 바꿔놓은 것 중의 하나다.

어느 정도 선에서 말인가.

내가 노키아에 왔을 때, 노키아 직원 누구도 아이폰이나 다른 회사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노키아 직원들에게 경쟁업체 제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이는 경쟁업체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제 노키아 직원들은 타사의 온갖 스마트폰을 사내에서, 심지어 임원회의에서도 사용한다. 우리는 사내에서 타사 스마트폰의 어떤 점이 좋은지, 노키아 휴대전화에서 개선될 점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한다. 이런 대화는 역동적으로 이뤄진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지난 2년간 개인적으로 배운 것이 있다면.

노키아가 글로벌한 기업이고, 인도·브라질·중국·독일 등 전세계에서 비즈니스만 하는 기업 이상임을 알게 됐다. 우리는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경제와 공공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노키아의 제품과 작업 방식이 그 수단이 된다. 이런 시도 덕분에 노키아는 상당한 수준으로 사고하게 됐고, 견해의 다양성을 갖게 됐으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런 면에서 노키아는 내가 이전에 일했던 기업들과 구별된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낙하산 투하하듯 소규모 팀을 해외에 보낸다. 해외에 파견된 팀은 제품을 내놓으며 현지 사람들에게 구매하라고 내민다. 하지만 노키아의 해외 진출 방식은 다르다.

엘롭 CEO도 캐나다인으로서 다르다. 또 핀란드의 국가적 상징인 노키아에서 최초의 외국 출신 수장이다. 이런 이유로 당신의 위치는 상당히 정치적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정치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 나는 주주, 고객, 직원과 감독위원회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다. 노키아는 핀란드에 아주 중요한 기업이라서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는 핀란드 정부와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물론 노키아가 여러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노키아는 최대한 사려 깊게 접근하려 했고, 이는 무리 없이 잘 진행됐다. 노키아는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노키아에서 어떻게 시작했는가.

노키아 CEO로 부임한 첫쨋날인가 둘쨋날에 전체 직원들에게 3가지 질문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냈다. 첫째 질문은 '노키아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둘째는 '우리가 절대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는 '각자 무엇을 간과했을 수 있는가'였다. 특히 둘째 질문에 대한 직원들의 답변은 거의 동일했다. '노키아는 일을 잘한다'는 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키아는 책임감 있게 일을 잘한다는 것….

우리는 이 명성에 절대 모험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명성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직원을 하나로 만든다. 힘든 시기에 이런 가치를 유지하다보면 어느새 노키아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노키아는 지난 2년간 일자리 4만개 정도를 감축했다. 심지어 핀란드의 핵심 공장을 비롯한 유럽의 모든 공장을 폐쇄했고, 헬싱키 인근의 본부 건물도 매각했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는가.

노키아에 대대적인 긴축정책 이외의 대안은 없었다. 노키아의 과거를 보라. 2007년부터 노키아의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다. 노키아는 모든 관습을 시험대에 올려놔야 했다. 새로운 전략에 부합하는 것은 이어받고, 부합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도려냈다. 시행된 긴축정책은 필수적이었다. 본부 건물은 이제 장기적으로 임대해서 쓰고 있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이지 부동산 업체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노키아로 건너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못 미더운 눈초리로 엘롭 CEO를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작업을 시작했고,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니어 파트너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두 기업에 서로 다른 점이 아직 있는가.

두 기업에는 글로벌 이해에 대한 차이가 있다. 디자인과 개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본부 위주로 이뤄진다.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미국 레드먼드 본부에서 결정된다. 노키아는 전세계의 4개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개발한다. 긴축정책 이전에는 글로벌 공장이 훨씬 많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상이다.

MS와 인수·합병 한번도 논의된 적 없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마디만 덧붙이겠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나의 협력 관계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임원들과 함께 우리는 협력 방식에 대해 협상했다. 엔지니어들은 서로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품질 감독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가. 우리는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견해의 차이를 없앨 것인가. 이런 내용을 협상하는 것은 두 CEO 작업의 큰 부분이었다. 노키아는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달라졌다.

현재 협력에 만족하는가.

새로 출시된 루미아 920을 한번 보라. 루미아 920은 광학적 사진 조정 장치가 탑재돼 있다. 조명이 밝지 않아도 사진이 잘 찍히고 그 외의 기능도 많다. 하지만 발머와 엘롭이 서로 통화를 해서가 아니라 두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이를 함께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무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며,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지향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Surface)라는 자체 태블릿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스마트폰을 개발한다면 노키아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두렵지 않나.

노키아는 수많은 특허권과 수십년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카메라든 내비게이션이든 무엇이 됐건 노키아는 휴대전화에 개별 기능을 어떻게 탑재하는지 알고 있다. 이 지식은 아무나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노키아는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놨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은 계약으로 명시돼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노키아는 인수·합병의 대상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를 인수·합병할 잠재적인 기업이었다. 물론 인수·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인수·합병은 진지한 옵션이었는가.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논의된 바 없다. 노키아는 5개 비즈니스로 이뤄져 있다. 스마트폰, 카드 및 지역 서비스, 휴대전화, 네트워크 기술, 특허 비즈니스 등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중에서 스마트폰과 카드 및 지역 서비스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점에서 두 기업의 협력이 미래에 최상의 성과를 보일 것이다.

2013년 말에 노키아의 CEO는 여전히 스티븐 엘롭이고, 노키아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독립적 기업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나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Die Zeit 2013년 제6호 Das musste sei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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