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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호흡기를 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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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2010년 07월 01일 (목) 입스 스미스 블로그 Naked capitalism economyinsight@hani.co.kr

입스 스미스 블로그 Naked capitalism 운영자
 
지난 5월 시작된 금융시장의 대혼란 양상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문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럽발 디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은행의 재무 건전성 악화 소식이 날아들면서 금융 시스템 문제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땜질식 처방으로 위기를 헤쳐갈 수 있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다.
주요 선진국의 막대한 민간 부채 부담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떨치기 힘들게 만든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통화 당국은 은행 구제를 위해 구조화투자회사(SIV)와 유사한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민간·공공 부문 할 것 없이 디폴트 발생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에서는 모기지 상환을 포기하려는 주택 소유자가 점차 늘어가고, 헝가리를 비롯한 여러 동유럽 국가는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독일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오스트리아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유럽 지역 대출에 앞장선 것이 바로 오스트리아 은행들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개혁 대신 기득권 보호 나서
어쩌다가 부채를 조정하고 금융 시스템을 개혁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일까? 2009년 초, 금융업계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당시 주식 및 신용부도스와프(CDS·부도에 대비한 보험상품) 시장은 대형 금융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를 비롯한 영국 및 유럽연합(EU)의 각국 정부는 금융 기득권 세력을 굴복시키는 대신 기존 관행을 유지하면서 업계를 보호하는 쪽을 택했다. 금융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가 전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상상력과 의지가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 패러다임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용해 사회 전반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사익 추구가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주들이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기 위해 결탁하고, 유럽의 중상주의자들이 아시아 및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에서 자행한 야만적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국부론 왜곡한 자유시장 이념
   
자유시장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
그러나 <국부론>의 이론들은 선별 과정을 거쳐 대학의 강단과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단순한 이념으로 탈바꿈했다. 이 이념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적 사리 추구가 항상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보장한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이러한 이념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 결과, 금융기업은 거의 규제를 받지 않고 이윤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필자는 저서 <에코네드>(ECONNED)를 통해 이러한 무법 환경 속에서 금융업계가 어떻게 ‘비도덕적인 사리사욕’(Unenlightened Self-interest)을 추구했는지 그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금융업계는 구조적으로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다. 금융 포식자는 외부 투자자만 노린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 자본까지 강탈해 금융업계와 글로벌 경제를 거의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이와 유사하게 다른 업계의 포식자들도 파괴적 행위를 통해 경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들의 행태 역시 자유로운 상업 행위를 미덕으로 여기는 왜곡된 시각에서 비롯됐다.
‘자유시장’ 이념을 거부하고 금융 부문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유지한 인도는 최악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 세계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이 이념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1920년대의 호황 및 뒤이어 찾아온 대공황 사태와 현재 상황이 판에 박은 듯 닮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유지되는 금융 시스템의 주요 요소들이 더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없다. 금융업계와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지만 통제받지 않는 국제 자본 흐름,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에 의존한 경제성장 따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권력자들 중 어느 누구도 구시대적 시스템의 유효기간이 한참 전에 지났음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이 구시스템에 매달리는 까닭은 디플레이션 위기를 초래해 폐지된 금본위제(Gold Standard)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이것도 오랫동안 잘 굴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반사적으로 땜질식 처방을 내릴 뿐 시스템 해체라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정부는 글로벌 자본의 꼭두각시
구시대적 시스템에 대한 집착이 단지 정책 입안자들의 상상력 부재 때문일까? 그들은 금융업계가 신봉하는 자유시장이라는 이념의 덫에 빠져 있다. 또한 그들은 선거자금 지원과 경력 유지를 위해 금융업계에 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이다. 연방정부든 주정부든 상황은 매한가지다. 중앙은행장, 재무부 관리, 의원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글로벌 금융자본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대공황을 벗어난 뒤 10여 년의 시험 과정을 거쳐서야 새로운 시스템이 확립됐다. 그 시스템의 중심 원칙에는 시장의 성공은 강력한 규제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또 중산층의 중요성, 다시 말해 노동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얻어진 이익을 공정하게 취해야 한다는 사고가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모순적인 자유시장 이념은 상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를 미덕으로 여기도록 정책 입안자와 대중을 길들여왔다. 규제되지 않은 시장은 싸움판에 불과할 뿐이다. 극단적인 자유시장 모델을 추구한 앵글로색슨 세계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은 저성장, 임금상승률 정체, 소득격차 확대, 상위 계층 소득의 폭발적 증가였다.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개혁 프로그램은 과두 체제를 깨지 않는 이상 실패하기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이 체제를 혁파하려면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엄청난 위기가 닥쳐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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