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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확대로 몰락 위기에 처한 미국
[Focus]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대런 애스모글루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의 위기는 정치적 양극화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TV 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개방과 혁신으로 200년간 눈부신 성장… 경제적 부 특권층에 몰리면서 번영의 길 이탈

지난 200년간 미국은 개방과 혁신의 상징이었다. 창의성을 보호하는 특허 시스템과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서 특권층이 생겨났고, 이들은 개방과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가 됐다. 사회 불평등과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유층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의 세금을 조금씩 올려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

대런 애스모글루 Daron Acemoglu 미국 MIT 교수·경제학

한 나라의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실패한 것이다. 이것은 곧 기존 제도가 정치적 힘을 가진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거나 새로운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고 기존 특권층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의 실패는 호스니 무바라크 치하의 이집트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가 통치한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은행·독점기업·공공서비스 노조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있는 유럽에서도 종종 기득권층을 둘러싸고 생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치·경제적 개방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이런 생각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년간 미국 경제의 빠른 성장은 개방성 덕분이다. 미국의 혁신과 산업화는 든든히 자리잡은 대기업들이나 국가의 계획에 의해 주도되지 않았다. 미국이 가진 폭넓은 인적 자원과 어떤 것을 처음 고안해낸 사람들에 대한 권리가 잘 보호되는 특허 시스템을 바탕으로 탄생한 신생 기업, 그리고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는 미국의 시장 시스템, 이 2가지에 힘입었다.

19세기에 특허를 가지고 있던 사람 중에 부유한 지주, 상인, 기업가의 후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주로 신생 기업이었다. 이에 더해 미국 정치제도의 개방성이 경제발전에 한몫했다. 미국 경제에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도 있다. 남북전쟁 전까지 미국 남부의 경제를 이끄는 힘이던 노예제도나 19세기 말과 황금시대에 있던 엄청난 소득의 격차, 20세기 후반까지 존재한 미국 남부 흑인들에 대한 억압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경우에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이 문제들을 해결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몰락의 순간에 가까워진 미국

지금 미국은 몰락의 시점에 도달했다. 물론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손쉽게 방향을 돌려 여러 폐해들을 고칠 수 있는 지점에서는 이미 멀어진 것 같다. 이런 몰락은 많은 부분에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하지만 근시안적 시각을 지닌 허술한 정치 리더들의 집단도 분명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도록 잘 만든 경제적·정치적 제도는 항상 압력에 시달린다. 이런 제도가 특권층을 굳건하게 보호하는 일에 빠지거나 잘못된 경영으로 삐끗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자주 일어났다.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베네치아는 이런 일에 대해 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좋은 예다. 10세기에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떠올랐다. 베네치아가 가진 부유함의 근원에는 과감히 위험을 감수하려 했던 자세와 더불어 기술과 제도의 혁신이 한몫했다. 베네치아의 정치제도에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시민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었다. 권력은 넓게 분산됐고, 제일 우두머리인 총독의 권력은 줄어들었다. 베네치아의 경제제도는 매우 개방적이고 성장을 장려했다. 해외무역이 꽃피운 데는 새롭게 만든 선박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혁신적인 계약 코멘다(Commenda) 덕도 있었다. 코멘다는 자본이 없는 상인들도 자본을 가진 다른 상인의 파트너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후퇴하고 말았고 베네치아에 몰락의 시기가 닥쳤다. 이 시기에 부유해진 상인들은 먼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새로운 것들이 생기는 걸 막았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상인들에게는 이득이 많이 보장되는 무역을 못하게 했다. 결국 코멘다가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은 베네치아와 비슷한 일을 겪을 위험에 처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40년간 미국 사회 안에서 불평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이것은 특정한 능력과 기술만이 인정받는 테크놀로지의 변화와 세계화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노동시장에서 많이 요구되는 기술의 수요는 충족되지 못했다. 노동시장의 많은 제도, 특히 최저임금과 노조 그리고 정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임금에 대한 사회 규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은 일부는 긍정적으로, 일부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지든, 이런 일들은 저소득층의 임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신사적인 토론을 벌이지만 그 속에는 당리당략이라는 발톱이 숨어 있다. 지난 1월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취임식 모습. 뉴시스 REUTERS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문제는 소득분배의 정점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불평등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가장 부유한 상위 1%가 국민총소득(GNI)의 10%를 가져갔다. 하지만 지금은 GNI의 25%가 상위 1%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불평등은 2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다. 첫번째 위험성은 매우 자명하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지금 그 불평등이 지난 몇십년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차후 베네치아처럼 될 위험을 보여준다. 두번째 위험은 불평등이 나쁜 형태의 포퓰리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으로 인해 시장의 크기가 작아지는 위험이 도래함에도 나쁜 포퓰리즘은 반시장적 구호를 정치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둔갑시킨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둘러싼 최근의 토론과 앞으로 예측되는 미국의 재정 실패가 이제 불평등 문제와 연관돼야 할 것이다. 불평등이 점점 더 커질수록 미국은 손쉬운 탈출구만을 선택할 것이다. 장기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단순히 재분배라는 쉬운 해결책을 선택하고 만다.

그 결과는 이렇다. 노동시장에서 현재 특정한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단이 필요한 지금 공교롭게도 미국 교육의 질과 환경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성공적으로 졸업하는 미국 남성의 비율은 1960년대보다 낮아졌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학교에 요구하는 개선 사항들이 충족되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만일 폭넓고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 경제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출발선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미국에서 평등한 교육제도가 점점 더 부족해지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계층 세금 올려야 재정 문제 해결

그다음 고려할 것은, 미국이 장기적인 국가 재정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재정 문제는 다음의 3가지만 잘 지킨다면 노동시장이나 투자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희생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세금을 모든 계층에 대해 조금 올려야 한다. 부유한 계층에게 세금을 올린다고 해서 국고가 충분히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며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부유한 계층이 부를 다른 활동에 쓰거나 다른 나라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유한 사람들이 세금을 피해가는 방법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점차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연금과 건강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이러한 딜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이 3가지를 동시에 잘 실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초당파적인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계층 간 싸움을 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부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2010년 심슨볼스위원회가 내놓은 제안은 정확히 이러한 것이다. 미국의 재정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일부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재정절벽에 관해 이와 비슷한 딜이 성립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실망스러웠다.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공화당원들은 국가 재정에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이는 바보 같은 것이다. 민주당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최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왜 이런 실패가 닥친 것일까? 의심할 바 없이 커져만 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의 정치 판도를 양극화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분열이 교착상태를 만들었다. 특히 공화당이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정부가 하는 일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의회에서 그들의 권력을 사용할 때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개별 정치 리더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정치인들의 실패는 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선거 때문에 그들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특정 집단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특정 집단은 현 상황에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금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그리고 미국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 Die Zeit 2013년 5호 Das Versagen Amerikas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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