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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린 미국 세계경제 회복 이끄나
[Cover Story] 미국의 반격- ④ 경기 살아나는 미국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개인소득이 늘고 소비심리가 호전되면서 미국 경제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의 쇼핑가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 뉴시스 신화

지난해 말부터 개인소득 늘고 소비심리 호전… 대출 증가, 집값 반등으로 도약 준비 끝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데다 개인소득이 늘고 소비심리가 호전되면서 상승 반전하는 분위기다. 고용지표가 아직 불확실하고 재정절벽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대세의 흐름은 가닥이 잡힌 듯하다. 관건은 회복세가 가시화하는 시점이 언제인가라는 것이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2012년 4분기 미국에서는 어느 때보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위기감이 경제 전반을 짓눌렀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지출까지 중단되면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던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연 -0.1%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2012년 4분기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은 하나의 상징적 지표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3분기에 크게 증가했던 방위비 지출이 대폭 감소하고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투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실물경제는 4분기에 바닥을 치고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었다. 2013년 1월 들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의 마지막 관문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는 데 동의한다. 무엇보다 금융위기의 원인이던 부동산과 금융 부문의 거품이 사라지고 장기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는 점이 꼽힌다. 소득·소비 등 주요 지표가 호전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이하 연준)의 양적완화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가 아직 바닥 근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위한 몸풀기가 끝났다는 예측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을 보여주는 S&P 케이스실러 20 지수는 2012년 1월 136.74 이후 10개월 연속 상승해 그해 11월 144.99에 도달했다. 2006년 4월 206.65로 고점을 찍은 이후 6년 가까운 가격 조정을 거치고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든 것이다.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2012년 11월 연 85만1천채에서 12월 95만4천채로 급증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12월 수치는 2008년 6월의 연 104만6천채 이후 최고치다. 그뿐 아니다. 주택구입능력지수 등 부동산과 관련한 거의 모든 지표들이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부동산 경기만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입을 위한 대출 수요 증가도 확인된다. 미국 연준이 68개 주요 은행의 대출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2012년 4분기 은행 대출 수요와 대출 기준 완화 여부를 조사한 결과 눈에 띄는 대출 수요 증가가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는 답변이 43.3%로 감소했다는 답변의 3%를 압도했다. 주택 구매용 우량 모기지대출 수요도 증가 29.2%, 감소 4.6%로 나타났다. 단순한 주택 수요 증가가 아니라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완화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부동산은 가격 측면에서 보면 거품이 거의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인들 지갑 열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업 대출 수요와 소비자 대출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매출 5천만달러 이상의 대기업은 대출 수요가 늘었다는 응답이 30.9%, 줄었다는 11.8%였고, 소기업은 증가 26.1%, 감소 10.8%였다. 소비대출의 경우 수요 증가 응답은 15.4%, 감소는 6.2%였다.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가 함께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2012년 초 1만2397.38에서 올해 초 1만3412.55로 상승했고, 현재 1만4천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재정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불안하지만 기본적인 상황은 좋아진 상태"라며 "현재 강세장의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로 인한 초저금리,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저렴한 에너지 비용, 주택시장 회복세가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앞으로 30%가량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물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지수다. ISM 지수는 미국 경제가 완연한 확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ISM 제조업 종합지수는 2012년 10월 51.7에서 11월 49.9로 하락했다가 12월 50.2, 올해 1월 53.1로 크게 상승했다. 비제조업 종합지수도 2012년 6월 52.7에서 꾸준히 상승해 12월 55.7, 올해 1월 55.5에 이르고 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임을, 50 아래면 하강 국면임을 보여준다.

소비자 동향도 크게 변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 2월 초 발표한 2012년 12월 소비자신용은 전달보다 146억달러 증가해 5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등 비리볼빙 부채는 전달 대비 182억달러 증가해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012년 12월 내구재 주문 증가율도 예상치인 연 1.8%를 크게 넘어서는 4.6%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톰슨로이터와 미시건대학이 공동으로 발표한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1월 73.8에서 2월 76.3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경기회복세가 소득과 고용의 증가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꾸준히 증가했다. 반대로 가계의 총부채는 감소 추세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과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을 보여주는 S&P 케이스실러 20 지수가 10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가장 눈에 띈다. 한 남성이 시카고의 부동산중개소 옆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신화

미국 상무부는 최근 2012년 12월 개인소득이 2.6% 증가해 2004년 12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달의 0.6% 증가에 비해 현격히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연말 할인행사 때 지갑을 열면서 소득이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무부는 또한 12월의 개인소비가 전달보다 0.2%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실업률은 아직 혼조 상태다. 최근 미국 노동부는 실업률이 2012년 12월의 7.8%에서 지난 1월 0.1%포인트 오른 7.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12년 11월 7.7%로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조금씩 오르면서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 단위로 발표되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지표가 교차하는 가운데 긍정적 신호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달러 약세가 가세하면서 미국 제조업이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가시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 이런 상황은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제조업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 내의 셰일가스 붐과 이로 인한 저렴한 에너지 가격 또한 기업들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당장 기업들의 생산단가 절감이 예상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석유·가스 관련 산업의 발전도 기대된다. 이런 상황은 당장 경기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미국인들의 심리를 호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아 보이는 미국

아직 불확실한 것은 미국의 재정 문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초에 재정절벽에 대한 잠정 합의를 했지만 여전히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정부 예산 자동 감축 시스템이 발동되면 성장 둔화를 피할 수 없다"며 국제통화기금(2.1%)과 연준(2.3~3%)보다 낮은 1.4%의 성장률을 전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말하자면 실물경제는 살아나고 있는데 정부 재정이, 더 정확히 말해 미국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후 상황을 되짚어보면 재정절벽은 미국의 경기회복 과정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일별해보아도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 부동산 가격 반등, 소비심리 호전, 달러화 약세, 에너지 가격 하락 등 호재가 곳곳에 널려 있다. 재정절벽에 대한 정치권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 경제가 크게 반등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변수를 감안할 때 미국 경제의 앞길에는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이 보인다. 초점은 이것들이 언제 가시화할 것인지다. 지난해 세계경제의 화두가 유럽의 재정위기였다면 올해는 미국의 본격적인 경기회복 여부가 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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