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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승부수, 제조업 국내 회귀
[Cover Story] 미국의 반격- ③ 활기 되찾은 국내 산업들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이부형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1월29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의 보잉 제조공장에서 직원들이 보잉737을 조립하고 있다. 신흥국들의 임금 상승, 달러 약세, 세제 혜택 등으로 미국 제조업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뉴시스 AP

금융에서 제조업으로 정책 전환… 중국 임금 상승, 달러 약세, 셰일가스로 여건 성숙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제조업 부활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 회귀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제 혜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다 중국 등 신흥국의 임금 상승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또한 셰일가스 붐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시작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까지 5번의 위기를 거쳤다. 첫번째 위기는 주가 폭락과 주택 및 토지 가격 거품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대공황기로 1929~39년 국내총생산(GDP) 증가률이 평균 1.1%에 그쳤다.

이후 1940~73년 미국 경제는 전성기에 진입했으나, 1973년과 1979년에 발생한 1·2차 오일쇼크로 인해 1974~82년 경기가 침체되고 경쟁력에서 일본과 독일 같은 패전국들에도 추월당했다. 세번째 위기는 1983~89년 레이거노믹스로 다시 살아난 경기가 금융 규제 완화의 부작용으로 저축대부조합이 파산(1990~91년)하면서 초래됐다. 네번째 위기는 2000년까지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신경제(New Economy)의 호황을 누린 미국 경제가 IT 거품이 붕괴되고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위기 국면에 재진입한 것이다. 이후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2008년부터 다섯번째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한 4번의 위기 국면에서 미국 경제는 부실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재정 지출 확대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위기극복 과정에서 반드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대공황기 이후에는 군수산업 중심의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됐고, 1·2차 오일쇼크 이후에는 경제의 서비스화로 서비스업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레이거노믹스의 등장 이후 시장주의와 규제 철폐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금융업이 발전했다. 저축대부조합 파산 이후에는 냉전 종식이라는 큰 정치·군사적 변화가 있었지만 IT 혁명에 따르는 신경제가 등장해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IT 거품 붕괴 뒤에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이 크게 발전하면서 미국 경제의 붐을 이끌어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미국 경제가 향후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현재 미국 경제가 위기 극복을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회복되면서 구조조정이 일단락돼가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 및 재정 측면에서도 급격한 완화 정책이 이뤄졌다. 미국 경제 회복의 3대 조건 가운데 두 조건이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한 조건이 바로 신산업의 등장인데 이미 새로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회귀 기업 파격 지원하는 리쇼어링 정책

우선, 버락 오바마 정부 2기를 맞이한 미국의 주요 정책이 크게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1기에는 주택 소유권 보호, 중산층 회복, 파산 및 신용카드법 개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유지, 은퇴자 보호, 사회보장제도 강화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기에는 제조업 부흥, 에너지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강화, 교육 역량 강화 같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 부활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제조업 부활을 통한 기술혁신, 고임금 일자리 창출, 중산층 확대 및 지역사회의 소득 향상을 꾀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해외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중지하는 대신 국내 회귀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강화하는 것 등이 중심이다. 전체 기업 중 97%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연장, 총 250억달러 규모의 고용장려금 지급 등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도 강화된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자립도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를 꾀할 방침이며, 통상 정책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미국 내 산업보호 등을 위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근절할 계획이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 2기가 추구하는 정책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 부활의 전제 조건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고 판단된다.

달러화 약세, 상대적인 중국의 경쟁력 약화 등 대외 여건도 미국 경제의 회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달러화의 경우 최근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로화·원화·위안화 등 주요 경쟁국 또는 지역 통화에 대해서는 보합세 또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전망에 따르면 유로화와 원화의 강세가 점쳐지고, 위안화는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 노력과 맞물려 완만하나마 절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글로벌 달러화는 2011년 중반 이후 저평가 국면에 진입해 있는데,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돼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 산업의 상대적인 수출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오바마 2기 정부가 본격적인 제조업 국내 회귀 정책을 펴고 있다. 가전업체 GE는 최근 일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했다. 뉴시스 REUTERS
중국의 경쟁력 약화는 미국 경제에 또 하나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적한 위안화 절상뿐 아니라 중국 내 임금 상승 등은 미국의 상대적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노동자 임금은 5년마다 두배로 증가하고 있으며, 2000년대에만 연평균 14.6%씩 상승했다. 더욱이 미국의 시간당 임금 대비 비중도 2013년 약 10%에서 2020년에는 20%, 2030년에는 4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향후 미국 기업들이 굳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자국 회귀가 가속화하면서 산업 재집적화가 이루질 것이라는 뜻이다. 오바마 2기 정책이 이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에 미국 산업의 경쟁력 부활을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개발 붐이 투자와 고용 확대는 물론 세수 증대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셰일가스는 그 자체의 산업화로 미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인을 가져다줄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수입이 2009년 3.8조세제곱피트(ft³)에서 2035년에는 2.82조ft³로 감소하는 한편, 수출은 같은 기간 1.1조ft³에서 4.1조ft³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컨설팅 회사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셰일가스 산업의 발전이 막대한 고용 창출은 물론 투자와 세수 창출 등 미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셰일가스 산업은 2010년에 이미 전체 고용자의 4.6%에 달하는 6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고 2015년에는 87만명, 2035년에는 166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 셰일가스 개발에 따르는 채굴 기계 및 장비, 설비, 인프라 등 개발 투자가 확대되고 연방정부의 조세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셰일가스 산업은 제조업 부문과의 융합을 통해 미국 산업 경쟁력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셰일가스 같은 비전통 에너지의 개발로 인해 가격 상승폭은 셰일가스가 개발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다. 이는 결국 가스와 오일을 사용하는 제조업의 생산비용을 절감시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셰일가스와 제조업의 시너지 효과 기대

천연가스의 파생상품은 메탄계·에탄계·프로판계·부탄계로 나눌 수 있고, 메탄으로는 암모니아와 메탄올, 에탄으로는 에틸렌, 프로판으로는 프로필렌, 부탄으로는 부틸렌과 이소부틸렌 같은 파생상품의 제조가 가능하다. 이 파생상품들은 다시 접착제·용해제·부식억제제·섬유·잉크·파이프·호수·전선·병·필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로 활용돼 전체 제조업 부문에 연관 효과를 발생시킨다. 즉,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미국 제조업 비용을 절감시켜 국제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2011년 나프타 가격 대비 에탄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과 한국, 아시아 국가들과 같이 여전히 나프타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대미 산업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제조업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 비용은 2020년대 중반 총비용의 30% 정도 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화학위원회(American Chemistry Council)는 이로 인해 제조업의 각 분야에서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화학 702억달러, 플라스틱 및 고무 332억8천만달러 등 총 12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제조업 강국이나 수출지향형 개발도상국들에는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셰일가스 혁명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미국의 경제 및 산업은 다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미국 경제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 미국 경제의 발전이 시기별로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면 향후에는 셰일가스 같은 비전통 에너지 부문과 기존 전통 산업 부문의 융합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미국 경제를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leebuh@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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