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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세 30% 불과한 미국의 가스값
[Cover Story] 미국의 반격- ② 저렴한 셰일가스로 강화된 기업 경쟁력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가격 하락에도 셰일가스·셰일오일 생산 확대… 유럽·일본은 에너지 경쟁력 약화

미국 내 가스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셰일가스의 채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스업체들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함께 생산하면서 생산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낮아진 가스값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국내 가스값이 국제 시세의 25~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가스 수출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월23일 캐나다 에너지회사 PRE(Pacific Rubiales Energy)의 직원이 콜롬비아의 천연가스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셰일가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가스값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가스값 폭락은 셰일가스 개발 열풍을 영원히 잠재울 것인가? 결국 서브프라임 위기 같은 또 다른 투기 거품이 터지는 것일까? 프랑스 코스고원(프랑스 중앙고원 남부와 서부에 위치한 카르스트 지형) 밑에 잠든 셰일층에 연일 군침을 흘리던 기업들이 마침내 깨끗이 손을 털고 떠나는 일대 반전이 펼쳐질 것인가? 어쩌면 이는 모든 환경운동가들이 꿈에 그리던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스 가격이 폭락했다고 해서 셰일가스 개발 열풍이 수그러들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현실은 그와는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은 가스 수입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에서 '비전통 자원'(새로운 기술 개발로 채굴할 수 있는 자원)인 셰일가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나라다.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미국은 현재 러시아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셰일가스 강국으로 우뚝 섰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2006년까지 미미한 수준에 그치다가 2007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4년 뒤인 2011년에는 전체 가스 채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전통 자원과 비전통 자원을 총망라해) 국내 생산만으로 미국 전체 수요의 90%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량이 증가했다. 2030년이면 100%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수십년 전 셰일가스 개발 가능성이 처음 대두됐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져갔다. 미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과 연구에 나서는 석유업체들을 전폭 지원했다. 그러다 2007~2008년 가스값 폭등이 결국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 시기의 평균 가스 시세는 MBTU(100만파운드 물의 온도를 화씨 1℃만큼 올릴 수 있는 열량)당 8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09~2011년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가스값은 돌연 4달러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 가격에도 여전히 채산성이 뒷받침됐기에 셰일가스 생산량은 1120억m³에서 2400억m³로 2배나 증가했다.

가스값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생산업체들은 세제상 편의를 누리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여름 발표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2위의 천연가스 생산업체 체서피크는 설립 23년 만에 55억달러에 달하는 세전 수익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 기업이 수익세(Profit Tax)로 부담한 돈은 고작 530만달러였다. 이는 전체 수익의 단 1%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세율 35%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가스업체들, 세제 혜택으로 막대한 이윤

이는 미국의 석유·가스 업체들이 유정이나 가스정을 뚫는 데 드는 막대한 시추 비용을 채굴 기간 동안 장기간 감가상각하는 대신 투자비를 지출한 해에 가속상각(돈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 짧은 기간에 높은 비율로 감가상각을 하는 것)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덕분이다. 석유·가스 업체들은 이런 혜택에 의거해 새로운 시추에 나서는 방식으로 과세 부담을 매번 미뤄왔다.

1916년 제정된 이 법률은 당시 시추 활동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지금은 탐사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에 일단 시추 작업에 착수하면 석유나 가스를 찾아내지 못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옛날 법률을 철폐한다면 2013년 연방정부는 35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체서피크의 사장이 2008년 한 해 동안 올린 수익이 20년간 이 기업이 부담한 세금보다 2배나 더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긴축재정의 높은 파고 속에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저마다 '거대 석유자본'(Big Oil)에 제공하던 기존 세제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2012년 체서피크를 비롯한 가스업계는 결코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또다시 가스값이 MBTU당 2.8달러대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긴급히 자산을 매각하거나 심지어 문을 닫는 기업까지 속출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가스값 폭락이 셰일가스의 성공 가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먼저 가스값이 약세를 이루는 것은 대개 경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결과다. "2012년 초 겨울 날씨는 유독 따뜻했다. 보통 눈이 날리는 것이 정상인 뉴욕 거리를 사람들이 반팔 차림으로 활보할 정도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가스시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안 소피 코로보의 지적이다. 겨울철 수요 감소와 더불어 천연가스 재고가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도 가스값 추락을 부채질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운송 설비의 미비가 결국 가스값을 최저점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더욱이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생산량이 꾸준히 확대됐다는 데 있다. 가령 2012년 가스 생산량은 약 4% 증가했다. 2013년 미국 행정부는 평균 시장가를 MBTU당 3.7달러로 발표하는 한편, 가스 생산량을 하루 196억m³에서 197억m³로 상향 조정했다. 결국 10여년 전부터 기존의 전통 천연가스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셰일가스 생산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형편없는 시세에도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사실상 4~5달러대의 시세는 유지돼야 채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한 서적을 출간한 시장분석가 티에리 브로스는 "그동안 생산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셰일가스 생산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덕분이다. 가스 회수율이 2~3년 전보다 2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해 미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에너지 업체 발레로의 셰일가스 생산시설. 뉴시스 REUTERS

셰일오일 함께 채굴하면 생산비 절감

하지만 티에리 브로스나 안 소피 코로보 모두 셰일가스 생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셰일오일의 부상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08년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던 셰일오일 생산이 2015년께 국내 생산의 3분의 1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마디로 미국이 에너지 대외 의존율을 상당 수준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미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율은 셰일가스 생산에 힘입어 2005년 30%에서 오늘날 20%로 줄어들었다. 2030년께부터는 셰일오일에 힘입어 10%대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석유를 채굴하는 유전층에는 다양한 비율의 가스가 함께 매장돼 있다. 석유 채굴 과정에서 가스를 부산물로 확보할 수 있으므로 가스 생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셈이다. 덕분에 낮은 가스 시장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셰일가스 상업화는 운송비 수준에 따라서도 상당 부분 좌우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령 소비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노스다코타주에서 몬태나주에 이르는 바켄 셰일오일층의 경우에는 방금 채굴한 셰일가스를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소각 처분하기도 한다. 반대로 석유 등 액체 성분이 함께 다량으로 매장된 가스층도 존재한다. 오늘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이르는 마셀러스 유전지대로 수많은 개발자가 몰려드는 이유다. 높은 원유값에 기대어 낮은 가스값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석유 채굴이 불가능한 '건성 가스'(Dry Gas)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습성 가스'(Wet Gas)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런 노선 변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령 2000년대 초부터 말까지만 해도 전체 시추 활동의 80%는 가스 채굴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이런 경향은 역전됐다. 오늘날 전체 시추의 75%는 석유 채굴이 차지한다.

요컨대 미국의 가스값 하락은 공급상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인해 수급 균형이 새롭게 재조정된 탓인 것이다. 이는 경제계, 특히 전력 생산업체들에 유리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전력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2012년 전력 소비 기업이 부담한 전기요금은 2011년에 견줘 2.1%가량 감소했다. 반면 미국 가스값 하락으로 인해 다른 2개 대형 글로벌 가스시장(유럽연합(EU)과 일본·한국 포함)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후자의 경우 러시아·중동·북아프리카로부터 유가에 연동된 장기 수급 계약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데 현재 유가가 꾸준히 상승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유럽인들은 미국인에 견줘 3.3배 더 비싼 돈을 주고 가스를 구입했다. 심지어 일본인은 4.6배나 더 많은 비용을 내기도 했다.

안 소피 코로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은 어쩔 수 없이 대량으로 가스를 수입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원유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있다. 일본인에게는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인들도 미국에 진출한 기업을 제외하고는 쓰라린 시련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다. 티에리 브로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만일 유럽이 미국과 비슷한 가격에 가스를 공급받았다면 2012년 무려 1550억유로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9%에 해당하는 액수다. 경제의 성장과 침체를 가르는 격차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환율과 더불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인 미국과의 가스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결책은 가스 거래액을 낮추기 위해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유럽은 러시아·아랍 업체들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가격 인하 협상을 하고 있다.

저렴한 셰일가스 독점하려는 미국 기업들

다음으로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요 후보국으로 꼽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직까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할 만한 수준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역시 자국 가스 수출 문제에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외 수출로 국내 가스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가스 생산업체와 최저 수준으로 가스값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전력업체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부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최초로 수출 허가를 내린 루이지애나주의 사빈패스 LNG 터미널의 경우 2015년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높은 가스 시세에 군침을 흘리며 수출 사업을 준비 중인 다른 20여개 생산업체들도 줄줄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과의 가스값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유럽의 처지에서 볼 때 상당히 매혹적이다. 바로 유럽이 직접 셰일가스 개발에 뛰어드는 것이다. 폴란드와 영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가세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셰일가스 개발 압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매장량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가 심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칠 악영향과 아직까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인류가 또다시 새로운 비전통 자원을 둘러싸고 거센 국제 경쟁을 시작한다면 종국에는 미래 세대에게 큰 해악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3년 2월호(제321호) Etats-Unis: du pétrole dans le gaz de schiste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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