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3년
     
미국발 가스혁명 세계경제 판도 흔든다
[Cover Story] 미국의 반격- ① 새로운 성장동력 셰일가스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알렉산더 노이바허 외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은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임금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도 세제 혜택을 주면서 제조업의 국내 귀환을 독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셰일가스 혁명이 불붙었다. 셰일가스 개발로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이 대폭 낮아지고 관련 석유화학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은 셈이다. 미국은 오랜 불황 끝에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경기 반등이란 단기 호재와 셰일가스라는 성장 동력을 만난 것이다. 이제 미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_편집자

에너지 비용 절감, 관련 산업 발전으로 경제 황금기 맞을 듯… 러시아·중국은 타격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세계경제가 격변하고 있다. '가스혁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당장 미국에서는 생산이 급증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에너지 산업이 가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엄청난 생산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으며, 값싼 에너지를 겨냥해 미국으로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셰일가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황금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마저 나온다.

알렉산더 노이바허 Alexander Neubacher, 랄프 노이키르히 Ralf Neukirch

마티아스 셰프 Matthias Schepp,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노스다코타주의 윌리스턴은 광활한 미국 초원의 한구석에 위치한 적막한 소도시였다. 여름에는 먼지가 휘날리고 겨울에는 아주 춥고 놀거리는 엘크(사슴과) 사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윌리스턴의 주민 수는 단기간 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도시는 과밀 상태다. 새로 전입한 사람들은 숙소를 잡을 수 없어 캠핑카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한달 주차비가 1200달러로 저렴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한적한 동네로 모여들고 있다. 그 이유는 지질학자들이 도시 아래 깊은 땅속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함유한 퇴적암층(셰일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수천km²에 걸쳐 펼쳐진 이른바 '바켄 육괴'(육괴는 주변 암석보다 크고 견고한 암석 덩어리)의 셰일가스(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는 약 100년 전에 일어났던 석유 열풍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 기적 신드롬이 되었다.

현재 노스다코타주는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매년 수십억달러의 흑자예산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화물차 운전사들은 1년에 10만달러를 벌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스트립 댄서들은 하룻밤에 1천달러 이상을 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바켄 육괴를 "텍사스,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 루이지애나, 유타의 암석층과 비견되는 횡재"라고 말했다. "우리는 수백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발 아래에 두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국내 자원이 거의 고갈돼 미국은 아랍의 석유업자들과 일부 독재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은 미국 산업의 생명줄을 옥죄었다. 하지만 시추 전문가들이 수압파쇄기법을 이용해 석유와 가스입자를 셰일층에서 추출하기 시작한 이후 상황이 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2년 내에 러시아를 앞질러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되고 2017년에는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셰일가스, 100년 전 석유 열풍의 재연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에 비해 4분의 1로 떨어졌기 때문에 기업들도 속속 미국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업계의 한 미국인 관계자는 경제지 <포천>에서 "저렴한 천연가스는 미국을 다시 한번 이 시대의 최강 산업국으로 변신시켜줄 생명수이자 비아그라"라고 환호했다. 이른바 '가스혁명'으로 미 정부는 대략 6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본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수년 내에 최대 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국정 연설에서 "에너지를 안전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가스혁명은 전세계 정치적 힘의 역학 관계마저 변화시켰다. 미국과 러시아는 과거 석유와 천연가스 때문에 전쟁을 벌여서 한 국가의 정권을 보호하거나 무너뜨렸다. 에너지 흐름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강대국들의 전략 및 군사 계획도 달라진다. 아직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가 될지 명확하지 않다. 중국과 아르헨티나도 거대한 셰일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 프랑스, 독일에도 매장량이 상당하다고 한다. 전세계 매장량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미국과 러시아 외 다른 국가의 셰일가스 채굴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지정학자들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이미 변화된 세계 질서의 윤곽이 표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셰일가스 개발로 가장 이득을 보는 나라는 미국이다. 독일연방정보국(BND)은 한 연구 조사 결과에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통해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자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란 같은 산유국의 정치적 위협은 힘을 잃게 된다. 낙관론자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을 파견할 필요성이 15년 안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호르무즈해협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의 통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캐나다 에너지회사 트랜스캐나다의 천연가스전에서 수송관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AP

가스값 최대 75% 하락… 기업들 수천억달러 이득

반면 러시아는 패자의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은 일차적으로 천연가스와 석유 산업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러시아의 수입이 줄어들면 푸틴 정권도 흔들리게 된다. 중동 지역의 독재정권에도 미국이 갑작스럽게 세계 최대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국이 되는 일이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다. 유럽의 산업계는 천연가스와 석유의 국제 시장가격 하락이 득이 되겠지만 자체 생산이 없을 경우 언제까지나 득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는 지난 2년간 이미 많은 돈을 미국에 투자해 루이지애나주에 새로 메틸아민 생산 설비를 건설했다. 바스프 이사회 임원 하랄트 슈바거는 "현지의 가스 가격은 우리가 어디에 신규 생산설비 건설을 위해 투자할지 결정하는 기준"이라며 "현재 미국이 유럽에 비해 명백하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아직까지 셰일가스 채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가 더 큰 관심거리다. 셰일가스 채굴에 이용되는 수압파쇄기법은 시민단체와 환경보호단체에 공포의 단어가 되었다. 수천m 아래에 있는 암석층을 깨기 위해 화학약품을 첨가한 물을 고압으로 땅속에 펌프질하는 것은 많은 시민들에게 불안을 가져다준다. 이 기술이 이미 수십년간 니더작센주에서 일반적인 천연가스 채굴에 사용된 기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독일의 에너지·기후 정책은 새로 발견된 천연가스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와 부합한다. 천연가스 발전소는 풍력·태양력 발전이 가진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을 보완해 안정적 전력 공급을 확보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또한 천연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석탄을 태울 때보다 최대 60%까지 감소한다. 미국은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에너지 생산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 몇년간 최저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202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의 6분의 1을 가스 화력발전소로 대체하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2월 초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수압파쇄기법이 처음으로 주요 핵심 의제로 선정됐다. 예전에는 핵무기와 국제 테러 위협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던 이 회의가 '에너지의 전략지정학적 변화'(Changing Geopolitics of Energy)를 주제로 삼은 것은 그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주제를 몇년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존 도이치는 "이런 변화는 가히 혁명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 담당 장관과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했고, 현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1990년대 말 미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그때까지 개발되지 않은 지층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최대 4천m 셰일층까지 뚫고 들어가 직각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 수평으로 시추를 한다. 그다음 물·화학물질·모래가 섞인 혼합물을 시추공에 고압으로 주입한다. 이를 통해 주변 지층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천연가스와 원유가 추출된 뒤 관을 통해 위로 솟아오른다.

새 기술은 시추 비용을 크게 절감시켰다. 2012년 셰일가스 채굴량은 전체 천연가스 채굴량의 34%를 차지했고, 이 기술은 점점 더 개선되고 있다.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자원을 찾으려는 기업이 수십개 새로 생겼다. 미래에 미국이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미국은 국내 원유 자원의 수출을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도 외국 경쟁업체에 맞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저렴한 천연가스를 미국에서만 쓸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렴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미국 산업에 수천억달러의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이 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휴스턴대학의 에드워드 허스 교수는 말했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일이 지금보다 훨씬 잘 풀릴 수도 있다. 미 정부는 유타주에서 새로운 원유 매장 자원을 발견했다. 이 자원을 경제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하려면 또 한번 큰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채굴 가능 매장량은 총 1조5천억배럴로 지금까지 확인된 전세계의 석유 매장량에 맞먹는 규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 기반 가스프롬 흔들

러시아 모스크바의 남동부 지역에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아오른 건물이 있다. 주변을 압도하듯 우뚝 솟은 거대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본사의 건축학적 메시지는 명백하다. 방향은 단 하나, 가파르게 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핵무기와 원유·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이 한 나라를 초강대국 위치에 올려놓는 절대적 수단이라는 사실에 모든 이가 동의했다. 세계 최대 자원 수출국인 러시아는 두 가지를 모두 넘칠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자신의 국내외 지배력을 구축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에서 나오는 수입이 국가 예산의 50%를 차지한다. 푸틴 대통령이 공무원·은퇴자·노동자·농민으로 이루어진 그의 지지 세력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을 만족시키려면 가스프롬의 거대한 수입이 필요하다. 또한 옛 소비에트연방 지역에서 러시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계획에도 천연가스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푸틴의 러시아 제국 부활의 꿈을 위협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가스프롬의 영업이익은 2012년 들어 9월까지 25% 이상 줄었다. 러시아가 독일의 에온(E.ON)이나 이탈리아의 에니(ENI) 같은 고객에 가격을 크게 낮춰줬음에도 유럽 시장의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가스프롬의 매출은 2012년 3분기까지 전년 대비 네덜란드에서 43% 감소했고, 슬로바키아에서는 30%, 프랑스에서는 20% 줄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면서 에너지 산업이 가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트렌턴의 천연가스전(왼쪽)과 콜로라도주 그린리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과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회장이 지난해 12월 가스프롬 송유관 건설 기공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맨 오른쪽 사진). 뉴시스 REUTERS / 뉴시스 AP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밀로프보다 더 빠르게 이 통계를 줄줄 외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1세기 들어 첫 에너지부 차관으로 일했던 그는 지금은 군소 야당을 이끌고 있다. 밀로프는 가스프롬을 '진흙으로 만든 거인상' 같다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을 선포하고 있는데 가스프롬과 러시아는 겨울잠을 자고 있다."

만일 미국의 액체가스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도착하면 가격 하락 압박은 더 심해질 것이다. 서방 진영의 전략가들은 러시아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원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결의에 완고한 태도를 보이면 미국은 시장에 싼값으로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협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른바 '천연가스 오펙(OPEC)'을 만들어 국제 시장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러시아의 시도 또한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7월 세계의 거대 천연가스 생산업체들을 모스크바에 초청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미국이 거대한 자원 매장량의 일부를 수출한다면 러시아는 가격 협약과 생산 협약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야 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긴장하고 있지만 가스프롬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세이 밀러는 천연가스 혁명을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빗대며 지나친 과장이라고 일축한다. 밀러는 서방 기업들이 가스관 건설과 시베리아 벌판 개척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사실을 지적하며 "셰일가스는 시장에서 부수적 역할을 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160억유로를 투입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이탈리아에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2380km 규모의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이 정말 흑자를 낼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밀러의 대변인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는 이렇게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신흥국들의 에너지 수요가 많고,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와 선박이 친환경적 천연가스를 사용해 운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가 중요 자원의 공급국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서유럽이나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들에 러시아의 자원 외에 다른 대안이 생긴다면 그 영향력은 축소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풍부한 자원 매장량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파워 게임에서 우위 점할 듯

그렇다면 자원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의 사정은 어떨까? 중동은 위험한 지역이다. 지난 수십년간 이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치러졌다. 미국은 두번에 걸쳐 이라크를 공격했다. 바레인 해역에는 미국 군함이 20대 이상 정박해 있다. 거기에는 항공모함 1대와 다수의 구축함 및 잠수함이 포함돼 있다. 미 해군 제5함대는 유조선으로 운송되는 전세계 석유 거래량의 35% 이상이 경유하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지킨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해협에 파견된 미군은 무역 항로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걸프 지역의 왕가도 보호한다. 그 대신 현재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적정한 유가 정책을 유지하도록 힘쓰고 있다. 하지만 안전을 제공하는 대신 석유를 공급받는 이 딜은 미국에 상당히 비싼 거래다. 중동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해 미 정부는 매년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쓴다. 독일연방정보국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은 곧 중동 지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게 될 것이다. 영국 런던의 에너지 과학자 앨런 라일리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걸프 지역에서 나오는 원유를 확보하는 데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른 시일 안에 걸프 지역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독일외교정책협회(DGAP)의 요제프 브라믈 국장은 "미국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국제 에너지 시장에 종속돼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는 석유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란 봉쇄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 또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것도 미국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문제다. 브라믈 국장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석유 시장의 역동성도, 지정학적 상관관계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미국은 유사시 중국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호르무즈해협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유럽이 가장 먼저 새로운 정치적 도전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에너지를 확보한 미국은 앞으로 다른 국가에 병력 지원을 요청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는 게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안보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의 의견이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는 일차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며 일본·한국·인도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독일은 아마 자국 병사를 걸프 지역에 파병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분담해야 할 것이다.

독일연방정보국의 분석을 보면 미국의 막대한 원유 매장량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걸프 지역의 원유에 의존하게 될 것이지만 아직 운송 항로를 스스로 보호할 처지는 못 된다. 이는 중국에 치명적 약점이며, 미국은 국제 정치상의 라이벌에 대해 새로운 협상 수단을 가지게 될 것이다.

ⓒ Der Spiegel 2013년 5호 Amerika gibt Gas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