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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재정지출, 불편한 진실
[Cover StoryⅡ]금융 변종플루 습격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economyinsight@hani.co.kr


영국이 5월 6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을 근접 추격하는 상황은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의회인 ‘헝 팔러먼트’(hung parliament)가 나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두 주요 정당 중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하고 자유민주당이 권력 균형추를 쥐는 상황이다. 어느 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이나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이 총리가 될 것이나, 자민당의 지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보수당이 노동당을 그리 앞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13년의 집권 뒤 토니 블레어의 유산이라는 엄청난 불리함을 지니고 선거를 시작했다. 블레어는 1997년 노동당의 가장 전능한 인물에서 이라크전 뒤 이 당의 최대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2006년 사실상 축출되어야만 했다.
 
금융위기로 증발한 브라운의 명성 
블레어의 후계자인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은 블레어를 ‘투박한 멍청이’라고 잘 묘사했다. 브라운은 개인적으로는 매력있고 유머있는 사람이나, 공적으로는  지독히 재미없는 사람이다. 영국 사상 첫 ‘대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젊은 닉 클레그는 참신함과 단순명쾌함으로 그 토론회를 자민당을 위한 쇼로 만들었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세련됐으나 애매모호했고, 브라운은 아래턱을 앙다물고 있어 마치 통계수치를 장전한 총처럼 보였다.
그러나 통계수치는 생각만큼 좋지는 못했다. 엄격한 재정 운영에 대한 브라운의 명성은 이번 금융위기로 증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동당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금융위기이다. 특히 집권하면 공공지출 삭감을 시작하겠다는 보수당의 공약 덕분에 더 그렇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직장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은행가와 많은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인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케인지언이다. 사람들은 케인스가 ‘검약의 역설’이라고 부른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가계와 기업이 비용을 삭감당하고, 동시에 정부도 지출을 줄이면, 실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더 적게 소비하고 수입이 줄어든다.
더욱이, 지금은 정당이 은행가와 결탁한 것으로 비춰지면 안 되는 때이다. 미국에서 금융계 인사와 고위 공직자가 자리를 서로 바꾸는 것을 빗대는 ‘워싱턴과 월스트리트 사이의 회전문’에 해당하는 것이 영국에는 없다고 해도, 보수당은 런던 금융가인 시티의 친구이며 애쉬크로프트와 자크 골드스미스 같은 부자 탈세범들에게 유화적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의원들이 국고를 의심스런 개인적 경비로 써서 변제해야만 했던 스캔들이 양당 모두를 강타했음에도, 가장 지독한 케이스에는 보수당 의원들이 연루됐다.
 
자신의 신념 두려워하는 양당 
노동당이 집권한 이후 13년 동안 영국에서 부와 수입의 불평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정할 능력도 좌파정당이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우파 정당에 대해서는 유사한 기대가 없다. 금권이 공격받을 때 돈을 상징하는 정당은 힘든 시기를 맞는 것이다.
노동당은 경제위기 대처와 관련한 선거전에서 뚜렷한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보수당은 정부의 경제업적, 특히 중앙집권화와 과도한 규제에 대한 노동당의 집착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오히려 선거에서 노동당을 돕는 형국이다. 보수당의 유약한 예비내각 재무장관인 조지 오스본은 보수당 공약의 핵심을 ‘재정적자 감축’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보수당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스본은 지출삭감으로 영국 재정의 신뢰를 회복해, 미래의 증세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업·투자자·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래가 명확하면, 신뢰가 회복되고 민간투자가 늘어나 반드시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공공 지출 삭감은 보수당에게는 더 자연스런 일이고, 그들은 비록 솔직하지 못하더라도 어찌됐든 나름대로 잘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보수당의 정책공약인 ‘영국 정부 참가로의 초대’는 과장된 말이다. 왜냐하면 보수당 정부 하에서 국민들은 결국 스스로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노동당은 당장 지출을 축소하면 경기회복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또 가장 주의를 기울어야 할 문제는 정부의 예산적자가 아니라 경제에 난 구멍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양당은 자신들의 신념에 확신이 없다. 즉각 재정적자 감축을 시작하겠다는 보수당의 공약은 내년에 고작 1% 감축일 뿐이다. 보수당의 경제모델은 정부는 더 작아야만 하고, 재정적자는 불필요하며 치명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지만, 재정적자를 더 많이 감축하면 선거에서 자살행위라고 그들도 느끼고 있다.
 
자민당만 지출삭감 공언 
노동당의 경제모델은 필요한만큼 재정적자를 유지하고, 경기회복이 지체되면 정부지출을 늘리자고도 한다. 그러나 노동당은 시장이 두려워, 그것을 공공연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성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처럼 노동당은 선한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내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다른 말로 하면, 주요 양당 모두 불편한 진실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정부가 달성해낼 수 있는 재정적자 감축 수준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향후 5년 동안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양당은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노동당은 불특정한 “최일선 민생 서비스”의 지출을 삭감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당은 의료, 국제구호, 국방 분야에 대한 지출삭감을 하지 않을 것이며, 지출삭감을 어떤 분야에서 할지 모호한 상태로 남겨두고 있다. 단지 자민당만이 대대적인 삭감을 다짐하고 있다. 영국의 핵잠수함 철폐이다.
결국, 모든 정당들은 정치 영역에서의 대대적인 선거법 개정을 약속하고 있다. 보수당은 하원의원 수를 10% 줄이려고 한다. 노동당은 상원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선거를 통한 상원의원 선출과 투표제도의 개정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한다. 자민당은 의원을 비례대표로 선출하자고 한다.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헝 팔러먼트’에서 영국의 오래된 선거제도는 권력 분점을 둘러싼 정당들간의 흥정 속에서 저당물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흥정한 것보다 더 얻을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는 더 적게 얻게 될 것이다.
ⓒ Project Syndicat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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