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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 밥 먹듯 오가는 고위 공무원들
국내 특집  닻 올린 세종시- ② 산적한 과제
[34호] 2013년 02월 01일 (금)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김황식 국무총리 등 내빈들이 지난해 12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에 참석해 표지석 제막식을 열고 있다. 뉴시스

부처 이전 완료돼도 업무 지장 불가피… 화상회의 늘리고 국회 분원 설치 검토해야

정부 세종청사 시대는 행정 중심축을 이원화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기능을 분산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막상 이주를 해놓고 보니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등 핵심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수시로 오가느라 업무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김연기 부편집장

"신행정수도는 공약이다. 의지를 갖고 반드시 실현하겠다."(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헌법에 위반된다."(2004년 당시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서도 또 수정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2010년 당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새로운 행정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긍지를 가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2012년 12월 김황식 국무총리)

2012년 12월31일 환경부의 이전으로 6개 부처가 이주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정부 세종청사 시대가 열렸다. 대한민국 행정권력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앞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002년 세종시 건설 논의가 처음 공론화된 이후 2012년 12월 세종청사 현판식이 열릴 때까지 갈팡질팡하는 사이 주택·교통·여가 등 생활 기반시설의 마련은 뒤로 밀렸고, 극도의 행정 비효율과 입주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야간 병원조차 없어 심야에 병원을 가려면 차로 30분 이상 떨어진 대전까지 나가야 한다. 세종시의 근간인 정부청사의 상황은 또 어떠한가.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무실에서 국가의 주요 정책이 입안되는 황당한 상황마저 발생하고 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행정학)는 "행정부처 이전 계획은 처음부터 행정 비효율, 기반시설 부족 등의 어려움이 예상됐다"며 "하지만 일단 이주하고 나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시대는 뭐라 해도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기능을 분산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서울에 집중됐던 대한민국의 행정 중심축이 충청권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잇따랐다. 문제는 세종시 출범만으로 이같은 전망과 기대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막상 이주를 해놓고 보니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종청사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세종시 시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벌써부터 부처의 물리적 이전만으로는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행정의 비효율성이다.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고용 정책이나 경제민주화 등 당장 준비해야 할 핵심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기를 앞둔 시점에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일주일에 3~4회 서울에서 회의가 있는 장차관들은 주말을 빼고 거의 매일같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생활의 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에 온종일 머무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다.

기획재정부가 세종청사로 이주한 것은 2012년 12월20일이다. 이후 한 달 동안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세종청사에 머문 날은 열흘이 채 되지 않는다.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도 장관 일정을 따라 수시로 서울을 오가느라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행정부처는 입법기관인 국회와 수시로 협의가 필요한데 그때마다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야 한다"며 "과천청사에서는 외부 회의 참석에 한나절이면 충분했지만 세종청사에서는 하루 종일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공무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출퇴근 전쟁에 매일같이 시달려야 하고 끼니 때우는 일마저 걱정해야 하니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눈이 내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날엔 지각하는 직원이 태반이다. 또 퇴근버스 자리 경쟁까지 치열해 오후 5시가 넘으면 서둘러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버스를 탈 준비를 하느라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국장은 "예전에는 오후 5시가 넘어서도 중요한 업무를 새로 벌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통근버스 시간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세종시를 되돌릴 수도 없다. 또한 주요 정책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행정부처는 입법기관인 국회와 수없이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국회 방문도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도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우선 국회와 세종시를 이동하며 발생하는 업무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 공무원이 상주할 수 있는 별도의 업무 공간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지금의 대면 회의 대신 화상 회의 시스템을 대폭 활용하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박수현 민주통합당 의원(충남 공주)이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행정 비효율을 막자는 취지다. 박수현 의원은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그곳에서도 국회 상임위 등 일부 회의를 열 경우 행정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시 이후 퇴근 준비 때문에 일 못 시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전 노릇하는 국회도 국회 내 공무원의 업무 공간에 대해 '적극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국회 관계자는 "오는 6월께 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의원회관에 세종시 공무원들을 위한 업무 공간을 만들고 본관에 화상 회의실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올해 11월부터 서울과 세종시에서 번갈아 가며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16개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2014년 11월부터는 화상회의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의 권위적인 행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서면 제출이나 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일단 국회로 불러 대면 보고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며 "일부이긴 해도 소신 없는 공무원들이 우르르 국회에 몰려다니며 눈도장을 찍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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