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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 근저를 뒤흔드는 주택난
Cover Story 부동산 거품 쓰나미 다시 덮치나- ② 쫓겨가는 중산층
[34호] 2013년 02월 01일 (금) 엘리자베트 니야르 외 economyinsight@hani.co.kr

   
주택난이 심각해지면서 빈 사무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니더라트의 사무용 건물 밀집 지역. MELKOM CC BY SA

서민에 이어 중산층까지 외곽으로 밀려나… 함부르크·하노버 등에선 투석 시위도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남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들끓던 시기에도 독일인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주택 건설은 사회 전반적으로 더 이상 필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유로위기로 유례없는 저금리가 지속되는데다 남유럽 등 전세계의 투자자들이 안전한 독일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면서 주택시장이 갑자기 위기 상황으로 변했다. 이제 도시에서 서민이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엘리자베트 니야르 Elisabeth Niejahr <차이트> 베를린 지사 경제부 기자

페트라 핀츨러 Petra Pinzler <차이트> 베를린 지사 정치부 기자

마르크 시어리츠 Mark Schieritz <차이트> 경제부 기자

야나 지몬 Jana Simon 자유기고가

주택 가격과 월세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점점 외곽지대로 밀려나는 것에 대해 누구나 대책을 세울 수 있다. 40대 중반의 전형적인 중산층인 지글러 부부는 월세 상승에 맞서 저항의 길을 택했다. 지글러 부부는 두 자녀와 함께 머지않아 이사하게 될 새 집에 벌써 푹 빠져 있다.

토르스텐 지글러는 자기 집 주방에서 얼마 뒤면 이사할 주택의 평면도를 펼쳐 보였다. 지글러 부부는 현재 거주하는 집의 세입자다. 면적 94m²에 방 4개인 새 집은 시가 22만유로다. 28가구로 구성된 주택조합(조합을 구성하면 정부 지원으로 주택 건립 비용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 소속인 지글러 부부는 공동주택을 짓고 있다. 토요일이면 지글러 부부는 베를린 북동부 판코우 지역의 공사장에서 미래의 이웃들을 만나 건축 현황을 함께 살펴보곤 한다.

지글러 부부는 현재 베를린에서 거주지로 선호되는 프렌츠바우어베르크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월세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 곳곳에서 끊임없이 주택이 재건축되고 있다. 지글러 부부는 집값 상승 압박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됐다.

지글러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5년 전 한 덴마크 회사가 매입했다. 이 주택을 비싼 가격에 팔려는 덴마크 회사는 지글러 가족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지글러 가족은 새 집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아직 1년6개월을 버텨야 한다.

지글러 가족은 빈곤층이 아니다. 남편은 비디오 디자이너로, 아내는 유통업계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조차 대도시에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대도시 서민들은 상상력과 분노, 그리고 미래형 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집값 상승에 나름의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거의 잊혀졌던 사회적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화두로 떠올랐다. 서민을 위한 주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함부르크·뮌헨·베를린·하노버에서 월세의 폭발적 상승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주택난은 더 이상 대학생, 빈곤층, 연금생활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평범한 가족들도 대도시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이 크다. 다른 도시로의 이사는 이제 재정적 리스크가 되었다. 이사를 하면 월세가 크게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는 곧바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대도시 집값 상승률 6~7%

주택난은 정치권의 선거 주제도 점령했다. 하지만 지금의 주택난은 단순히 물량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도시들이 미래에 얼마나 다양하고 생동감이 넘치게 될지의 문제다. 누가 어떤 주택을 소유하고, 주택의 신규 건축과 리모델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시민 공동체, 사회의 이동성,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의 관계, 소수 계층 통합, 노인 복지, 가족의 삶의 질 그리고 심지어 탄소 배출 문제까지 결정된다. 이렇게 중차대한 주택 문제에 오랫동안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남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들끓던 시기에도 대부분의 독일인에게 금융위기는 추상적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1인당 주거 공간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너무 많아질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주택 건설은 사회 전반적으로 더 이상 필요 없는 일로, 특히 공공 임대주택은 구시대적 유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정부 예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 임대주택은 헐값에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었다. 도시에 거주하려는 사람, 해외 이주민, 1인 가구 등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계 투자자들이 경제적으로 탄탄한 독일의 주택 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자국 경제에 불안감을 느낀 수많은 남부 유럽인들이 독일에 투자하면서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로화 위기 시대를 맞아 독일인들도 주택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으며, 무주택자들은 집세 상승으로 차라리 주택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월세가 7.9%, 함부르크는 6.3%, 프랑크푸르트는 4.5% 상승했다. 대도시의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은 평균치를 상회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률이 30%에 육박했다.

2012년 12월 독일세입자협회 프란츠게오르크 립스 회장은 "주택시장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립스 회장은 월세 상승률을 법적으로 대폭 제한하는 등 세입자 보호 대책을 확대하도록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쾰른에서는 수십 년 전 자취를 감춘 광경이 등장했다. 집을 구하지 못해 절망에 빠진 세입자들이 집을 낙찰받으러 길게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쾰른 대학생 대표회의 알렉산더 수촘스키는 대학생들의 주택난을 '일종의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함부르크에서는 지난해 10월 주택난으로 인한 시위가 처음 일어났고, 하노버에서는 시위 도중에 돌멩이가 날아다니기도 했다.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서는 집이 팔려서 강제 철거 위기에 내몰린 한 가족의 철거를 이웃들이 막아서는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독일의 주택난은 심각하다. 문제는 주택난이 앞으로도 계속되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우중충한 오후의 프랑크푸르트 니더라트 지역. 4차선 간선도로 양쪽 옆에 삭막한 콘크리트 블록이 있다. 이곳에는 건설업체 호흐티프의 지사를 비롯해 지멘스, 네슬레, 기계제조업협회가 둥지를 틀고 있다. 뒤로 A5 고속도로에서 굉음이 들리고, 정기적으로 비행기 이착륙 소음이 귀를 때린다. 니더라트는 1960년대에 프랑크푸르트 도심의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조성된 사무실 밀집 지역이다. 그곳이 이제 바뀌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시개발자들은 몇 년 전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사무실 건물만 집중적으로 건설했다. 이로 인해 비어 있는 사무실 공간이 양산됐다. 부동산업계 계산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전체 사무실 공간의 20~30%가 비어 있는데 이를 면적으로 따지면 약 200만m²에 해당한다. 반면 주거 공간은 많이 부족하다. 재정적 여유가 없는 가정과 1인 가구는 프랑크푸르트 도심 근처에 집을 구하는 데 여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에서 주택 가격이 비싼 도시 중 하나다. 그럼에도 프랑크푸르트의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3년 전 프랑크푸르트 인구는 67만 명이었는데 현재는 70만 명이 넘는다. 시 당국은 2020년 프랑크푸르트 인구가 72만5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살 집이 필요하다.

   
올가을 총선을 앞두고 독일 정치권이 서둘러 집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기독민주연합(CDU)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다시 뽑힌 앙겔라 메르켈 총리. 뉴시스 REUTERS
강제철거·항의시위·경매시장 이상 열기…

귄터 헤겔레 드라이어 부동산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인식했다. 슈바벤 출신의 엔지니어인 헤겔레 대표는 빈 사무실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그래서 그는 금속산업노조의 오래된 건물을 재건축하는 데 착수했다. 건물 전면을 리모델링하고, 난방용 배관과 수도관을 깔았으며, 벽을 새로 만들었다. 사무실 밀집 지역인 니더라트의 중심부 리오너가 19번지에 아파트로 재건축된 98가구의 17층 고층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이 건물의 m²당 임대료는 13유로다. 헤겔레 대표는 벌써 다음 재건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프랑크푸르트의 빈 사무실 공간은 100m² 규모의 주택 2만 가구에 해당된다. 사무 공간이 과도하게 공급된 다른 도시에서도 이런 방식은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을 수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빈 사무 공간을 뮌헨 180만m², 함부르크 120만m²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리오너가 19번지처럼 사무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재건축에 비용이 많이 들고 건물 소유주들이 이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페터 펠트만 신임 시장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주택난이 정치적 폭탄이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펠트만 시장은 사무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 믿지는 않는다. 그는 '주택 건설, 주택 건설, 주택 건설'을 모토로 내걸었다. 그리고 주택 건설 예산을 늘렸고 이를 위한 주택 건설 지구도 새로 지정했다.

프랑크푸르트뿐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쾰른시는 공공주택 건설 지원을 대폭 확대했고, 브레멘시는 2013년 공공주택 700가구 건설 및 현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함부르크시는 신규 주택 6천 가구 중 2천 가구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 Die Zeit 2012년 51호 Unsere neue Heima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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