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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산업에 ‘종료 휘슬’을 불어라
[Focus]월드컵의 경제학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티에리 페슈 Thierry Pech economyinsight@hani.co.kr

티에리 페슈 Thierry Pech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 부국장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은 10억 명 이상의 세계인이 시청할 것이다. 이 엄청난 시청자 수가 지난 30여 년 동안 축구계가 이룬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80∼81 시즌, 프랑스 축구클럽이 벌어들인 전체 수익은 7700만유로(2009년 유로 기준)를 가까스로 웃돌았다. 반면 현재 프랑스 프로축구의 총수익은 12억7천만유로에 달한다고 프랑스 프로축구클럽의 재정감독기구인 DNCG가 밝혔다.1) 하지만 이 수치도 독일 프로축구의 총수익 50억유로와 11만 개 일자리 창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최고 명문 구단들의 성장세는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작성한 2010년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가 4억유로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2)  ‘스포츠 기업’들이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상업기업으로 변신한 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1980년대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해 투자자금이 자본금으로 편입되고 수많은 클럽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티에리 앙리 매달 140만유로 벌어
축구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선수였다. 1971년 당시 유명 수비수이던 마리우스 트레소의 한 달 수입은 2500유로(2009년 유로 기준)에 불과했지만 지금 티에리 앙리는 매달 140만유로를 벌어들인다. 1990년 말부터 프랑스 1부 리그 선수의 임금은 3배 이상 올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의 연봉은 5배로 급등했다. 여기서부터 일이 틀어졌다. 자신들이 키운 악순환에 빠진 구단들은 부채(60억유로 이상)보다 많은 액수를 선수 임금(약 70억유로)으로 지불하고 있다. 또 최고의 선수들이 ‘부자’ 구단에 집중되면서 경기의 긴장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악순환의 근본 원인은 TV 중계로 인한 축구의 대중화에 있다. 20세기 초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8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총 208개국이다. 2006년에는 독일 월드컵 누적 시청자 수가 260억 명을 기록하면서 아테네 올림픽 시청자 수를 바짝 추격했다.
최근의 변화도 한몫했다. 축구산업은 1980∼90년대 SSSL(Subventions·지원금, Spectateurs·관중, Sponsors Locaux·현지 스폰서) 모델에서 현재 MMMMG(Media·미디어, Magnats·거물, Marketing·마케팅, Marche Global·글로벌 시장) 모델로 탈바꿈했다.3) 타피와 베를루스코니를 거쳐, 러시아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까지 고상한 야망을 품은 투자자들은 지역 기업과 시의회의 변변찮은 지원 역할을 대신했다. 현재 수많은 잉글랜드 클럽은 미국(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조세회피 지역(토트넘은 바하마, 버밍엄은 케이맨제도)에 근거지를 둔 주주들의 소유물이 되었다.4) 상품판매 산업, 일류 브랜드의 스폰서십, 수익 창출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구장의 상업 전략 등 현재 모습과 비교해 예전의 저렴한 축구 입장권과 간이매점은 지역산업 정도로 취급된다.
 
   
 
중계방송권료 천정부지로 치솟아

중계방송권료의 급증도 빼놓을 수 없다. 1983∼84 시즌에 150만유로(2000년 유로 기준)였던 프랑스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방송권료가 2008∼2009 시즌에는 5억8천만유로까지 올랐다. 축구협회의 입찰 독점과 늘어난 방송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방송권료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은 리그 간 선수 이적 시장의 자유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1995년 ‘보스만’ 소송5)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이는 축구산업도 유럽공동체법의 구속을 받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럽연합(EU) 소속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 원칙이 축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됨에 따라, 구단 내 외국인 선수의 쿼터제가 사라졌다. 결국 경쟁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낸 구단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영입되면서 유례없던 ‘직업 유목민’이 생겨나고  몸값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부자 구단’에 유리하게 운영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화·자유화·금융화를 거친 축구산업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잘 요약해준다. 하지만 경제적 수익성은 스포츠 경기와 양립이 불가능하다. 투자는 예측 가능한 결과를 추구하는 데 반해, 경기는 불확실성을 존재의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유럽 클럽의 성적이 그들의 총수익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6) 소수의 ‘특권계급’이 나타나 우승을 독점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빅4 클럽’(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리버풀)에 속하지 않은 프리미어리그팀이 우승한 기록을 찾으려면 1994∼95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럽축구연맹(UEFA)조차 현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의 최고 전리품인 중계방송권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최고 명문 구단, 즉 ‘부자 구단’에 유리하게 분배된다. 또한 새로운 경기 방식에 따라 주요 선수권대회 출신 구단에 더 많은 출전권이 부여된다. 그 결과, 우승 후보팀들의 경기는 더 많아지고 나머지 10여 개 군소 구단은 6년째 예선전의 경험만 공유하고 있다.
스포츠의 우연성을 희생한 축구산업의 상업적 거래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자 근본적인 인기 비결이다. 이미 결과를 뻔히 아는 경기에 어떻게 긴장감을 가지고 열광할 수 있겠는가.
축구산업의 미래는 암울한 회색빛이다. 유럽 클럽들은 2008년 60억유로 이상의 부채를 떠안았다. 대출을 받아 구장에 투자한 구단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선수 영입에 쏟아부었다. 이러한 ‘군비경쟁’의 결과로 2010년 4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14개 구단이 영국 신용평가기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7)
프랑스 구단들도 여기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프랑스의 재정감독기구 DNCG는 적자 구단들을 2부 리그로 강등시켜 만성적 적자 구조를 덮어버리려 한다.
유럽 축구 구단은 회계기준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자산에 선수들의 계약금을 포함시켰다. 이번 시즌 선수들의 계약금은 2억6800만유로로, 프랑스 축구클럽 총자산의 74%를 차지한다. 결국 계약을 통해 구단이 선수를 ‘소유’하는 모양새를 띤 회계 수법은 축구 ‘검투사들’의 자본주의 계약을 떠올리게 한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20대 영웅들이 수익이 짭짤한 이적의 기회를 얻더라도, 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구단 몫이다. 모든 것이 정해진 뒤에야 선수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차례가 돌아온다. 계약 기간에는 다른 구단과의 접촉을 금지한 조항 때문이다.
 
승패 조작 부추기는 스폰서
프랑스 구단은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이적료에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환 가치는 선수들의 성적과 건강 상태, 외부 수요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적시장의 주요 구매자인 영국 구단이 적자에 허덕이면서 프랑스 클럽의 계약서 가치는 햇살에 얼음 녹듯 녹아버렸다.
이같은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구단들이 홈구장에 투자해 직접 입장권 판매 수입을 챙기고 부수입(상품 판매, 부대시설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 1부 리그 구단의 17%만이 홈구장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투자 비용은 대부분 팬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아스널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실내 리모델링은 고급 티켓(VIP석, 기업 판매용)의 요금 인상을 동반한다. 또 직접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린 클럽이 팬들에게 가장 많은 비용을 내게 했다. 영국 구단이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관중이 한 경기당 16유로를 낼 때 영국 관중은 60유로를 지불한다.
인터넷상에서 성행하는 축구 도박을 허용하는 법안이 프랑스에서 최근 통과됐다.8) 수많은 기업이 축구산업에 뛰어들어 스폰서로 활약하고 있다. 선수 유니폼이 걸어다니는 광고판 구실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베팅 업체 비윈(Bwin) 또한 레알 마드리드에 매년 2500만유로를 제공하고 있다. 간접광고 효과가 높은 만큼 스폰서는 국경도 뛰어넘는다. 지난해 홍콩 기업들이 영국 선수권대회에 투입한 비용만 17억유로에 달한다.9) 하지만 이것은 시합을 조작하는 다양한 범죄와 부패를 조장한다. 결국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이 사기 방지 감시 체계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프로축구에서 새로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수 몸값 인플레이션과 구단 부채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축구클럽이 스포츠 정신을 되찾고 경기에 몰두하도록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배영미

1) www.lfp.fr/dncg/index.asp.
2) <풋볼 머니 리그>, 딜로이트, 2010.
3) ‘유럽 프로스포츠 재정 모델의 변화’, 블라디미르 앙드레프·폴 D. 스타우도하 공저, <스포츠 경제학 저널> (Journal of Sports Economics) 2000년 1호(3), pp.257∼276.
4) <크리스천 에이드 보고서>, 2010년 5월, p.18.
5) 1990년 벨기에의 축구 선수 보스만(Jean-Marc Bosman)이 프랑스의 케르크팀으로 이적하려다가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규정에 묶여 팀을 옮기지 못하자,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적 규정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1995년 12월15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이 규정이 유럽연합 소속 근로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로마조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6) <프로축구: 재정과 전망>, 이눔 컨설팅(Ineum Consulting), 유로메드, 2008.
7) <타임스>, 2010년 4월12일치.
8) ‘인터넷: 허용된 돈놀음’,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2010년 5월 291호.
9) ‘축구의 최고 보너스’, 르노 르카드르. <프레스 드 라 시테>(Presses de la cite), 2010, p.187.


축구 증시 ‘자책골’ 로 급락
1983년 영국의 토트넘을 선두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의 라치오 등 많은 클럽이 줄줄이 증시에 상장했다. 그때마다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클럽이 환상에서 깨어났다. 주당 18유로에 상장했던 라치오의 주가가 현재 1유로에도 못 미친다. 올랭피크 리옹의 주식은 상장 때 시초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폭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축구산업의 주가지수는 10년 만에 25% 하락했다. 현재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으로는 어떤 구단도 정상적으로 수익 궤도에 오르기가 불가능하다.

‘레드카드’ 받는 프랑스 구단
프랑스 구단은 보유 자산도 거의 없을뿐더러 선수 이적으로 얻는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될 처지에 놓여 있다. TV 중계방송권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2006∼2007 시즌 수익의 58%)도 프랑스 축구의 취약점이다. 이마저도 약발이 다한 듯 보인다. 프랑스 최대 케이블 채널인 <카날 플러스>가 주경쟁사인 <TPS>를 매입하면서 방송사 간의 경쟁 열기가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7 챔피언스리그의 중계방송에서 광고 비용 대비 15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1)
프랑스 구단은 6800만유로의 정부지원금도 받아왔다. 구장을 유지하고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시 지원도 추가된다. 6800만유로 중 2300만유로는 ‘공공 이미지 홍보’ 명목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다. 7월에 폐지될 이 특이한 정책은 소속팀의 ‘전체적인 이미지 향상’에 기여하는 선수들의 수익에서 사회보장 부담금 일부를 면제해주었다.
프랑스 축구의 앞날은 외줄을 타듯 위태롭다. 선수 이적료 감소, TV 중계방송권료 감소, 지원금 감소까지 온통 ‘레드카드’다. 2008∼2009 시즌에는 이적 감소로 인해 345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9∼2010 시즌에는 그 수치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DNCG가 경고했다.
1) <프랑스 프로축구 클럽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 에리크 베송, 2008.

‘선수 수출’ 호황의 그림자

2007∼2008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상위 5개 클럽에 소속된 선수의 40% 이상이 외국 선수였다(60%는 영국 선수). 2005년 4월 아스널은 단 한 명의 영국 선수 출전 없이 크리스털 팰리스를 이길 수 있었다. 당시 우승팀은 선수 대부분이 프랑스 선수였다. 전세계적으로 프랑스는 축구 선수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다. 프랑스 앞엔 브라질이 있고 프랑스 뒤엔 아르헨티나가 있다. 2009∼2010 시즌에는 총 94명의 프랑스 선수가 해외 구단에서 활약했다. 스페인은 16명, 독일은 6명, 이탈리아는 1명이 해외 구단에서 뛰었다. 이같은 프랑스 축구 선수 수출의 ‘성공’ 요인은 훌륭한 선수 양성 센터뿐만 아니라 영불해협을 가운데 두고 격차가 벌어지는 선수들의 몸값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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