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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택 미래창조과학부
Editor’s Letter
[34호] 2013년 02월 01일 (금) 정남기 jnamki@hani.co.kr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월22일 정부 조직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내놨다. 처음 발표 때 추상적이던 개편안의 윤곽이 훨씬 뚜렷해졌다. 기존 체제으로의 복귀가 핵심 내용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사라졌던 해양수산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가 부활하고, 경제부총리제도 다시 살린다는 것이다. 다만 과기부와 정통부는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으로 합쳐질 뿐이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도 원래대로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로 돌아간다.

인수위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새로운 게 거의 없다.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 철학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창조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별다른 감동이 없는 개편안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부활하는 정통부다. 인수위는 애초 규제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고 진흥 업무만 미래창조과학부에 이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부안을 설명할 때는 통신 및 방송·통신 융합 업무에 대해서는 규제와 진흥 업무를 모두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가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방통위에는 방송만 남는 셈이다. 과거 정통부 산하에 있던 우정산업본부도 미래창조과학부로 복귀한다. 물론 우정사업이 미래 성장동력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정통부가 폐지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통부가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진흥과 규제 업무를 한 손에 틀어쥐고 업계의 상전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정책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정책을 만들어놓고 이동통신사의 목을 틀어쥐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통신요금 규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IT 분야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막으면서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그 과정에서 정통부 공무원들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엄청난 예산을 주물렀다. 정부 안에서 정통부 공무원들의 비리가 가장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정통부가 미래창조과학부로 부활하면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를 아우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생태계를 총괄하겠다고 한다. 딱한 일이다. 인수위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단 말인가? 그것을 한 부처가 관리하면 과거 정통부 이상의 권력집단이 탄생한다. 그리고 기업 위에 군림하면서 산업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게 된다.

과학·기술 업무를 한데 모아놓는다고 첨단 산업과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발상과 일의 방식이다. 규제 권한이 많은 기관이나 부처는 미래를 선도해갈 수 없다. 기득권의 단맛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혁신적 사고를 할 수 있겠는가? 진짜 창조경제를 하고 싶다면 규제와 진흥 업무부터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방송은 물론 통신 관련 규제도 방통위에 남겨야 한다. 그래야 신설 부처가 미래를 개척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콘텐츠와 단말기를 가져가겠다는 것도 과욕이다. 동영상·게임 등 컨텐츠 산업까지 틀어쥐겠다는 것 아닌가. 그건 미래를 열어가는 일이 아니다. 담당 공무원들의 밥그릇만 늘려주는 일이다.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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