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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네덜란드가 월드컵에 강한 이유
마지막 1분, 승부차기, 그리고 민족성이 승패 좌우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얀 판 아우르스 Jan van Ours economyinsight@hani.co.kr

 얀 판 아우르스 Jan van Ours 독일 노동연구소(IZA) 연구원
 마르틴 판 타위일 Martin van Tuijl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 노동경제학과 교수

   
 
“축구는 단순한 경기다. 22명의 선수가 90분간 공을 쫓고 결국에는 독일이 승리한다.” <BBC> 스포츠 캐스터이자 전 영국 대표팀 주장 게리 리네커의 찬사다. “독일이 경기를 잘하면 세계 챔피언이 된다. 잘 못해도 결승전에는 간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자 전 프랑스 대표팀 주장 미셸 플라티니의 또 다른 찬사다.
대한민국이 처음 출전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8분 만에 헝가리는 2골을 휘몰아치며 앞서가고 있었다. 서독, 아니 어느 나라도 헝가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적의 마자르’ 헝가리는 1년 전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영국을 꺾은 첫 번째 팀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무너질 독일이 아니었다. 독일은 승리하는 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플레이했다. 막판에 골을 연거푸 성공시킨 것이다. 독일의 스트라이커 헬무트 란은 경기 종료 6분을 남겨두고 결승골을 넣었다. 3 대 2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 독일은 월드컵 첫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 뒤 독일 국가대표팀은 세계 축구에서 막강한 팀 중 하나로 군림해왔으며 두 차례(1974·1990) 더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준우승은 네 차례(1966·1982·1986·2002)나 했다. 또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세 차례(1972·1980·1996년), 준우승 역시 세 차례(1976·1992·2008) 차지했다. 독일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은 14 대 1로 크지 않지만, 이러한 화려한 전적들은 독일이 여전히 건재함을 뒷받침한다.
1986년 독일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 헨리 키신저는 독일팀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 국가대표팀은 작전 참모가 전쟁을 준비하듯 경기한다. 치밀하게 게임을 계획하고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에 뛰어나다. 정교한 패스는 독일 골대 바로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예측력,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묻어난다.” 국가대표팀 성적은 인구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월드컵 출전 횟수와 상관관계가 있다. 실력이 뛰어난 대표팀은 크고 부유한 국가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선수 노동시장에 개입하는 국가?
스포츠경제학과 노동경제학 사이에는 분명히 유사점이 존재한다. ‘독일의 야신’ 올리버 칸이 보여줬듯, 프로 스포츠에는 노동시장을 연구할 만한 사례가 있다. 뛰어난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알아주는 곳으로 언제든지 옮긴다. 프로축구팀에 해당되는 이런 수급의 법칙은 귀화를 별개로 하면 국가대표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표 선수는 매매 대상이 아니다. 경기 자격이 국적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다른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 국가(국적)가 시장(선수 수급)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사실 축구 선수의 주요 활동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 가치를 올릴 수는 있다. 대표팀에 발탁되면 연봉이 올라가기 때문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또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은 큰 영광이어서 이를 거절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따라서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인센티브가 아닌 선수들의 기술과 관계가 있다. 선수 대부분이 같은 국적을 가진 대표팀은 강한 정체성으로 뭉친다.

   
 
민족성이 국제 축구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더 넓은 범위의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족 정체성은 중요한 국제경기의 막바지에 이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60년 이후 벨기에·브라질·영국·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대표팀이 치른 1500건이 넘는 국제경기의 득점 상황을 분석해봤다. <표1>을 보면 전·후반 90분과 추가 시간을 포함해서 마지막 1분이나 마지막 5분 득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료 1분 사이에 골이 터진 사례는 전체 경기 중 4%였고, 마지막 5분 사이에 터진 경우는 13.9%로 나타났다. 반대로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실점한 경기는 전체의 1.9%, 5분을 남기고 실점한 경우는 6.8%였다.
독일팀은 전체 경기의 5.5%에서 종료 1분을 남기고(추가 시간 포함) 골을 넣었다. 평균을 상당히 웃도는 수치다. “결국엔 독일이 이겼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다만 총 경기 수가 적은 네덜란드가 확률상으론 5.9%로 더 높 게 나왔다. 이러한 단순 선형 확률 모델로 보면 네덜란드·독일·영국이 경기 종료 1분 전에 골을 넣을 확률이 브라질보다 최대 3.8%에서 4.5%까지 높다. 이것은 종종 큰 차이로 이어진다. 어느 팀이 마지막 1분 사이에 득점을 한다면, 승리할 확률은 최대 26% 더 올라가고 패할 확률은 12~14% 더 낮아진다. 마지막 5분 동안 득점할 확률도 네덜란드가 가장 높았고 실점할 확률은 독일이 가장 높았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어느 정 도일까? 홈팀이 골을 넣을 확률은 4.2% 더 높았고 실점할 확률은 2.3% 더 낮았다. 홈에서 경기할 경우 승리할 확률이 20% 더 높았고 패할 확률은 12~16% 더 낮았다.

브라질과 독일, 승부차기에 강해

녹아웃 토너먼트에서 추가 시간까지 승부를 못 가리면 승부차기로 결정한다. 지난 월드컵처럼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가는 경우도 가끔 있다. <표2>는 월드컵과 대륙별 챔피언스리그에서 나온 승부차기 통계다. 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가 저조한 결과를 얻은 반면, 브라 질은 훨씬 좋은 결과를 보였고, 독일은 영국과의 두 차례 경기를 포함해 프랑스·멕시코·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한 번밖에 승부차기를 하지 않은 벨기에를 제외하면 독일이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94%, 90%의 가장 높은 골 성공률을 기록했다.
득점은 관중의 응원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작용하는 것이다. 축구는 이변이 많아 흥미진진하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대표팀이 있다. 브라질 과 독일이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월드컵 우승 후보팀 간의 실력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1960~2009년 브라질은 이탈리아·독일·영국·네덜란드보다 훨씬 월등한 승리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강호들은 위험 선호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브라질과 이탈리아는 실점을 피하려고 막판 공세에 잘 나서지 않는다. 반면 영국·독 일·네덜란드는 실점 위험을 감수하면서 골을 넣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 경우 세 나라 중 불행히도 독일만 실점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독일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승리는 대부분 팀의 실력에 의해 결정된다. 기술, 홈그라운드 이점, 운도 작용한다. 하지만 국가의 정체성 역시 승리를 결정짓는 한 요소로 보인다. 막판에 골이 터지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유의 정체성을 지닌 독일의 막판 득점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월드컵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 Voxeu
번역 송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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