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배달 속도보다 빠른 아마존의 해고 통보
Business 살인적인 노동 강도 요구하는 아마존 물류센터의 실상
[33호] 2013년 01월 01일 (화) 군힐트 뤼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아마존 직원들은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지만 단기 계약직이 많고 하루 전 통고로 잘릴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하다. 영국 러글리의 아마존 물류센터. 뉴시스 REUTERS

초 단위로 노동 통제하면서 휴식시간 거의 없어… 고용지원금 받으면서 해고는 마음대로

신속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아마존의 사업 방식 뒤에는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거의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휴식시간에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 반면 해고는 자유롭다. 해고 예고 기간이 하루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독일 정부로부터 고용지원금을 챙기고 있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군힐트 뤼트게 Gunhild Lütge <차이트> 경제부 기자

가격도 적절하고 상품 선택의 폭도 넓으며 게다가 배송도 빨라 흠잡을 데가 없다. 스마트폰이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프린터가 먹통이 되거나, 고양이 변기가 부서지면 상품은 회사로 반품된다. 아마존 고객은 이 모든 혜택을 마음껏 누린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독일에서 함부르크 통신판매업체 오토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2011년 가을, 아마존은 독일 크리스마스 대목을 대비해 물류센터 2개를 오픈했다.

하지만 아마존 독일의 승승장구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아마존 직원들은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업무 속도를 정한다. 아마존 소프트웨어는 거대한 물류센터에서 '피커'(Picker)에게 길을 알려준다. 피커는 물류 선반에서 스마트폰, 프린터기 혹은 고양이 변기 등의 상품을 집어내는 창고 노동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피커들이 매일 물류센터에서 오가는 거리는 20km를 훌쩍 넘는다. 민첩하게 일하지 못하는 피커는 상부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는다. 면담 뒤에도 업무 속도가 충분히 빨라지지 않으면 경고장을 받기도 한다.

아마존 물류센터에는 피커와 더불어 항상 동일한 손동작으로 상품을 포장하는 '패커'(Packer)도 있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패커에게 상품에 적합한 상자를 알려준다. 업무 단계는 표준화됐고, 최적의 효율성을 위해 맞춤화돼 있다. 업무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직원은 채용된 속도보다 더 빨리 해고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승승장구 아마존의 어두운 이면

아마존닷컴의 천재적인 창립자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베저스는 경쟁 업체들보다 아마존이 더 저렴하고 더 월등해야 한다는 자신의 전략이 통하려면 인간과 기계가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전략은 (해고 등) 직원을 다루는 방식이 최대한 유연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존 독일 사장이 새로운 물류센터 입지 선정에 나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해당 지역의 시장들과 경제 장관들이 아마존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침내 일자리를 구한 프란치스카 슈미트(가명)는 뛸 듯이 기뻤다. 비록 계약직이기는 했지만 소중한 일자리였다. 하지만 슈미트는 노동계약서를 받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계약서에는 해고 예고 기간이 하루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약 기간이 최대 3개월에 불과한 임시직 노동자는 독일에서 하룻밤 사이에 해고될 수 있다. 피고용인이 3개월 이후에 6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밟게 되면 해고 예고 기간은 14일로 늘어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아마존이 9개월간 일한 직원을 이유 없이 손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구조를 의미할 뿐이다.

노동청은 아마존의 이런 비양심적인 행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동청은 실업률을 조금이라도 낮춰주는 기업에 무조건 손을 들어준다. 아마존이 물류센터 2곳을 짓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그렇다. 노동청은 심지어 아마존에 고용주를 위한 특별한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용 지원 프로그램은 보통 2주가 소요되고, 고용주에게 이 기간 동안 임금을 지원해준다. 기업은 2주 뒤 해당 직원의 고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아마존이 2011년 3천 건에 가까운 고용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었다는 사실이 연방노동청이 독일연방 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이 자료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수습 노동자의 70~90%가 취업됐다고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겨우 몇 주 동안 단기 계약직으로 취업됐을 뿐이다.

노동청의 친기업적 고용 지원 프로그램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지역 노동청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12년 10월 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노동청에 그해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허가했는지 문의했지만 전혀 답변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불과 몇 주 전에 오픈한 코블렌츠와 포르츠하임의 새로운 물류센터는 어떻게 되는가? 물류센터마다 정규직 직원 1천 명씩을 채용하겠다고 아마존은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대목 전후로 두 물류센터에 계절 비정규직 2천 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수록 피커와 패커가 더 많이 필요하다. 2011년에는 12월19일 단 하루 동안 상품 200만 개가 물류센터에서 발송됐다. 이날 하루 아마존이 배송용으로 내보낸 화물차 660대는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대비해 독일 전역의 아마존 물류센터 7곳은 1만여 명의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이들은 불과 몇 주만 고용되는 비정규직이다.

   
영국 런던 인근 밀턴케인스에 있는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고르기 위해 다니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일은 아마존서 하고 돈은 노동청서 받고

공공서비스노조 페어디(ver.di)의 전직 노조원 하이너 라이만이 만든 인터넷 블로그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올린다. "대다수 아마존 직원들이 엄청난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특히 경영참여노동자협의회(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멸시가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야근이나 일요일 특근 지시가 근무 직전에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존의 일부 물류센터는 직원 수가 너무 많아서 전체를 수용할 숙박시설을 찾는 데 애먹고 있다. 폴란드 출신 파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원 라이만에게 최근 여성 7명과 남성 4명이 방 3개인 집에서 함께 기거한 사례를 전했다. 이들은 각기 하루 숙박료로 7유로, 즉 매월 210유로를 집세로 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랄프 클레버 아마존 독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새로운 물류센터 장소를 물색하면 해당 지역 시장과 노동청장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분주해진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는 지역사회에 고수익을 안겨준다. 그리고 잠재적인 납세자는 덤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노동청이 집계하는 실업률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는 것이다. 비록 고용 지원 프로그램에 의한 단기 수습직일지라도 말이다.

한 예로 알렉산더 자프티히 코블렌츠 시장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기업이 최적의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기업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대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고, 코블렌츠의 경제지원 및 건축 부서는 이를 위해 사전 작업을 아주 많이 했다. 아마존 물류센터 유치는 지역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다. 노동청은 아마존과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했다. 노동청은 특별 부서를 설립해 아마존의 인력 확충을 지원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코블렌츠 노동청 직원 6명이 몇 달 전부터 지원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 인근 그라벤 아마존 물류센터는 특별한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장 부지 앞에 기차역 설치를 약속받았다. 얼마 전부터 기차는 회사 정문 앞에 정차하는데, 기차 시간표는 아마존과 협의해 운용된다. 기차역 설치에 110만유로가 소요됐다. 대부분의 비용은 연방정부와 철도 당국이 부담했다. 심지어 그라벤 지방정부도 5만유로를 지원했다. 반면 아마존은 1센트도 부담하지 않았다.

클레버 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전에 없이 팽배한 적대적인 분위기를 감지했다. 직원들의 분위기가 나빠진 데는 피커의 핸드 스캐너에 피크(Pick) 간 시간을 초 단위로 세는 '카운트다운'이라는 장비가 설치되는 등의 변화가 한몫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카운트다운 장비 설치의 목적이 직원들을 감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 주문을 신속·정확하게 배송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휴식하러 가다가 끝나는 휴식시간

엄격한 휴식시간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이미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피커와 패커들은 멀리 떨어진 휴식 공간까지 가는 도중에 이미 휴식시간이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류센터는 축구장 17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는다. 직원들은 휴식 공간까지 가는 길에 더블 도어 시스템을 지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휴식시간이 많이 날아간다.

바트헤어스펠트와 라이프치히 물류센터에는 경영참여노동자협의회가 이미 조직돼 모든 관계자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다. 바트헤어스펠트 물류센터의 노동자대표회의 로타르 브룬스 의장은 "직원들은 노동자대표회의에서 활동하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다른 물류센터에도 경영참여노동자협의회가 곧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마존 독일 랄프 클레버 사장은 깜짝 놀랄 만한 우편을 받았다. 페어디의 임금협상위원회가 임금 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노조는 2012년 11월 둘쨋주에 비공식 면담에 초대받았다. 하이너 라이만은 비공식 면담 외에 "진지한 협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외교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라이만은 아마존을 비꼬는 발언을 덧붙였다. "나는 아마존만큼 꼼꼼하고 혁신적인 기업을 보지 못했다. 단지 아마존이 상품을 다룰 때만 꼼꼼하고 혁신적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 Die Zeit 2012년 47호 Gnadenlos flexibel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1)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