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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끌어올려 성장과 내수 기반 다져야
Cover Story 박근혜와 경제민주화- ③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
[33호] 2013년 01월 01일 (화)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2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청년 창업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부족… 임금 증가가 성장 이끌어내는 임금주도형 성장에 주목해야

2013년 한국 경제는 나라 안팎의 숱한 악재 속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면한 경제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성장잠재력 확충 등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만큼 새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과 운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가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경제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다음날인 2012년 12월20일 대국민 인사에서 가장 먼저 민생을 언급했다. 박 당선인은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이 여전히 크다"며 "다시 한번 '잘살아보세'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현 정부도 양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성장만을 좇다가 민생을 놓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11월 간담회 자리에서 "앞으로는 거시지표보다 개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며 "고용률을 경제정책 중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보다는 복지·분배를 강조한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와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차원이다. 박 당선인이 내세운 민생 챙기기의 중심에는 일자리 창출이 있다. 이른바 '일자리 중심 경제론'이다. 박 당선인은 평소에도 "한국의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두 개의 큰 물줄기가 바로 일자리와 복지"라고 강조해왔다. 우선적으로 앞으로 5년 안에 고용률을 유럽연합(EU)의 목표와 비슷한 수준인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용률은 15~64살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용률을 높여야만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고용률을 높이려면 청년·여성과 빈곤층 등의 취업이 늘어나야 한다"며 "새 정부는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가장 먼저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공약으로 '일자리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오)린다)를 제시했다. 우선 공공부문 청년층 채용을 대폭 늘리고, 청년들의 창업과 해외 취업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을 창업기지로 만들겠다는 창업국가 코리아, 스펙을 초월한 채용 시스템 구축, 해외 취업 활성화를 위한 '케이무브'(K-Move),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2만 명 양성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한 정리해고 요건 강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 특수고용직 보호 등을 통해 '노동 빈곤층'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지원을 추진한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안정적 생계 보장을 위해 정년을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60살로 연장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일자리 정책 구체화할 방법론 중요"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이명박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청년인턴제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저임금 일자리 창출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실제 지표를 보더라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수가 확 줄었다. 한국은행 산하 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 자료를 보면, 2003년 461만 명이던 비정규직은 2011년 6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안정적 일자리 수가 줄다 보니 노동소득분배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2.6%를 고점으로 점차 낮아져 2011년에는 59%까지 내려갔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기업 이윤과 임금으로 나눠 갖는 과정에서 임금으로 돌아가는 몫이 얼마만큼인지를 나타내는 잣대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노동자의 임금 증가율이 기업의 이익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소득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하위 20%의 평균소득에 견줘 상위 20%의 평균소득을 배수로 나타내 소득 불균형을 측정하는 5분위 배율이 1990년 3.72배에서 2011년 4.82배로 확대됐다. 2012년 11월 현재 한국의 저임금 계층(임금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노동자)은 전체 노동자 1742만 명 가운데 442만 명(25.4%)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중산층 복원과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경제민주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이제는 일방적인 '기업 밀어주기' 정책에서 고용과 가계소득을 안정시키는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경제와 사회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구직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 부스 주변에 몰려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현상은 제대로 짚었지만 비전에 비해 이를 구체화할 방법론의 제시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일자리 대책은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확실히 '긴 호흡'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호기 교수는 "박 당선인의 일자리 공약은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려나가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장을 외면한 채 일자리 창출 중심의 중산층 재건만 강조하기에는 현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위기론도 적잖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성장·일자리가 함께 맞물려 선순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2012년 2%대 중반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13년에도 잘해야 3%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등이 3%대 성장을 예측했을 뿐 10대 글로벌 투자은행(IB) 대부분은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률이 2013∼2018년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재계는 새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선 직전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새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성장잠재력 확충(35.0%)을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복지나 경제민주화 등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나라 안팎으로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성장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도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성급한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소득분배율 개선해 성장잠재력 확충을"

어차피 성장을 내팽개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관건은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이윤주도형 성장 모델(Profit-led Growth Model)이 아닌 노동자 중심의 임금주도형 성장 모델(Wage-led Growth Model)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임금주도형 성장 모델에서는 임금소득의 증가와 노동소득분배율의 개선이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며 "이는 다시 기술 진보를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금과 성장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질 때마다 국내총생산(GDP)도 함께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홍태희 조선대 교수(경제학)는 "1970~2008년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을 계량 모델로 살펴본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이 1%포인트 줄어들수록 0.3338%포인트만큼 경제성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분배 구조의 변화가 기업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다. 홍 교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1%포인트 낮아지면 소비는 0.33%, 투자는 0.00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금으로 돌아가는 몫이 작아질수록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며 기업 투자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과거에도 우리 경제는 임금 몫의 증가가 성장을 이끌어내는 임금주도형 성장을 해왔다"며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금노동자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수 의존형 성장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을 위한 소득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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