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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에 바닥치지만 본격 회복은 먼 길”
집중기획 2013년 한국 경제- ② 전문가 전망
[33호] 2013년 01월 01일 (화) 이재준 jjoonlee@kdi.re.kr

새해 한국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을까.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국내 물가도 안정되는 등 차츰 경기회복의 긍정적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분석팀장은 2013년 상반기에는 유로존 위기 등 불확실성이 지속돼 2% 초반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개선 추세가 확대돼 3%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분석팀장

   
최근 중국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어 새해에는 수출 증가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부두 하역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한국 경제는 2011년 하반기 이후 유로존 위기에서 촉발된 충격에 의해 경기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12년 들어 세계경제 상황이 호전되는 모습을 잠시 보였으나 그리스와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유로존의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 경제도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심각한 침체에서 벗어나자마자 재정절벽(Fiscal Cliff)에 직면하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복잡한 세계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가가 안정되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경기회복의 긍정적 요인이 나타난 반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경제 전망은 일반적으로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보다 오차의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인 이유는 상황 변화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반응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전망은 1차적으로는 과거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지만 여러 대내외 위험 요인과 경제주체들의 반응을 감안해 보완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여기서 경제 전망의 기본 근거인 데이터 분석은 과거의 패턴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유효한 것이지만 최근과 같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충격으로 경제가 요동치면 과거 데이터에 의존한 수치 분석은 예측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 분석해보면 새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2012년에 비해 다소 진정되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물가 및 교역 조건 안정 추세가 이어지면서 내수도 전년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외 수요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기 어렵고 투자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재고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어 완만한 수요 증가가 직접적인 생산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 시점은 2013년 1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견조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경제성장률은 3% 내외로 비교적 낮게 나타날 것이다. 상반기에는 유로존 위기 등 불확실성 지속의 여파로 2% 초반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으나 하반기에는 개선 추세가 확대되고 성장률이 3%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바닥 치고, 3분기 이후 회복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 소비는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국내총생산(GDP)의 둔화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개선되는 등 가격 변수들이 우호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해에도 이 흐름이 유지되면서 수출 및 투자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2012년 1분기까지는 세계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면서 증가세가 일시적으로 확대됐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급속히 위축됐다. 새해 설비투자는 경기회복에 따른 투자 수요의 완만한 회복과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재 수입 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2012년의 부진에서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낮아진 설비가동률의 회복이 선행돼야 하므로 단기간 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주거용 건물 부문을 중심으로 상당히 약화된 상황이다. 새해 주택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주거용 부문의 투자 수요는 낮을 것이다. 상업용 및 공업용 건물 부문도 경기가 안정되는 시점까지는 부진한 상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토목 부문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기반시설이 상당 수준으로 확충돼 있음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증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화 강세에도 수출 확대될 것

수출 부문은 2011년 하반기 이후 크게 약화되면서 경기둔화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를 그치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흥시장국들의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과, 특히 중국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가시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수출 증가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의 상승에 따른 수출 둔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점차 작아지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상대적으로 내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에 부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경기가 완만한 개선 추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환율 및 유가 등 공급 요인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2012년(2.2%)과 비슷한 수준인 2%대 초반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다. 취업자 수는 경기가 점차 개선됨에도, 자영업자 등 노동 공급 쪽 증가 요인이 점차 사라지면서 2012년(40만 명 초반)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된 연평균 30만 명 초반의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은 유로존 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외환건전성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주요 선진국의 양적 완화 등에 따른 자본 유입이 증가하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상대적으로 견실한 기초 여건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전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계와 기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 정부도 중·장기적으로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 확대를 자제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제주체들의 행동은 여러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 아래서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주체의 처지에서 취한 합리적 선택들이 종합적으로는 저성장 기조를 심화시키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완화되고 있는 만큼 새해 통화정책은 경기 활성화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통화정책 완화로 부동산 안정시켜야

재정정책은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더 확장적으로 운용해 경기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경기부진의 심화로 민간 신용이 위축된 상태이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경기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은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완화되고 있음을 감안해 경기 안정화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2012년 들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현재 2.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볼 수 있으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 기준으로 보면 과거 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시장의 움직임도 국내 유동성에 긴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총량 수준에서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진 지속의 영향으로 연체율은 다소 상승하는 모습이다. 가계의 자산 상태가 비교적 견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의 조정 과정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부채 측면에서 증가 속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미시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자산 측면에서도 여러 자산시장의 부진이 심화되지 않도록 거시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 관련 자산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택 가격 하락세가 더욱 심화될 경우 가계부채의 조정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주택 보유에 따른 여러 금융 비용을 경감시키고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임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부진 완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경제는 대외적으론 세계경제 성장세가 상당 기간 위축되고, 대내적으론 인구구조의 고령화 및 투자율의 추세적인 하락 등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완만하게 하락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앞으로 가계와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정부도 경기 안정화의 기준을 하향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 운용의 기조를 재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jjoonlee@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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