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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은행 처리 IMF에 맡기자
[Scholars Column]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루이지 징갈레스 Luigi Zingales economyinsight@hani.co.kr

루이지 징갈레스 Luigi Zingales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세계경제를 곧 덮칠 것처럼 보이는 최악의 금융 악몽은 한 거대 국제은행의 파산이다. 그 이유가 국가 부도 사태 때문이든 관대한 회계 관행 아래 불어난 거대한 손실 때문이든 한 거대은행의 파산(특히 유럽의 한 거대은행)은 먼 미래의 일이 결코 아니다. 비록 그것이 먼 미래에 일어날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는 가능성이 드문 일도 발생한다는 점을 가르쳐줬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이미 금융·재정 위기에 대응해 실탄을 쏴버렸고, 따라서 위기에 대응해 개입할 힘이 약화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거대은행의 파산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보다 더 끔직한 금융 악몽을 초래하게 될 공산이 크다. 남부 유럽 주요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해당 국가의 신용부도스와프보다 조금 낮게 거래된다. 이는 해당 국가가 그 은행들을 돕기 어려울 것이라고 시장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기 대응 힘 약화돼
불행하게도, 리먼 붕괴 이후 거의 2년 동안 이런 위험을 치유하기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미국 의회는 미국 금융회사들에 대한 조처 권한을 새로 만든 금융시스템위원회에 부여하는 법안을 마무리짓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개입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자금조달도  매우 불투명하다. 그래서 이 법안은 다양한 수준의 상환 능력을 갖춘 미국 금융회사들이 거대은행의 실패에 따라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위험을 제거하지 못할 것이다. 몇몇 국가들이 공조해야 투자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는 국제금융기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무차별적인 금융기관 붕괴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국제적인 규제 메커니즘에 모든 주요  국제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목적은 은행과 그 신용고객을 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파산이 초래할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최악의 금융 악몽 피할 해법
이 국제적 규제감독기관은 미국 파산법 11조의 국제적 버전이어야 한다. 그러나 11조의 목적이 한 회사의 존속 가치를 지키는 것인 반면, 국제적인 규제 메커니즘의 목적은 파산한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금융회사들의 존속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국제적 메커니즘을 만드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첫 문제는 누가 이런 권한을 갖느냐는 것이다. 그 명백한 답은 국제통화기금(IMF)이다.
고정환율제 체계에서 회원국의 일시적인 외환 불균형에 대응해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IMF는 1971년 달러의 금본위제 체제 붕괴 이후 하나의 대의명분을 추구해왔다. (금융위기에 빠진) 국가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엄격함과 공정성에 대한 명예를, 그리고 부채 조정에 관한 한 전문성을 획득해온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이런 대의명분이 지금 상황에서 유용하다는 점이다.
IMF는 국제적 외환 준비의 유일한 보관소라는 독특한 이점도 지녔다. 국제적 수준의 재정 당국이 없는 상황에서 IMF는 거기에 가장 근접한 기구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거대 금융기관이 도산할 경우 IMF는 이를 인수해, 그 은행의 단기 채무지불을 보장해야만 한다. 그러나 주주 정리와 장기 채권자에 대한 상환은 (IMF 자신을 포함해) 다른 모든 채권자가 상환을 받은 이후에야 가능하다.
국제기관에 인수되면 국내 차원의 해결에 견줘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만약 손실이 자산과 장기부채를 합한 것보다 크다면) 손실 비용 부담은 파산한 금융기관이 위치한 국가만 지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유한다. 이는 해당 국가의 개입이 믿을 만하지 못한 경우에도 그 국제적 개입을 신뢰성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둘째, 파산한 금융기관을 주관한 해당 정부로부터 정책 결정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해법은 현직 은행가들의 대정부 로비로 인한 잠재적 왜곡을 최소화한다.
당신은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 은행을 인수한 뒤 부패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 은행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가? IMF가 그런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IMF의 개입 덕분에 저개발국가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최상의 국제적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 아이티에서 거대 오일 유출 사고가 발생해 멕시코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이를 막을 최고의 기술(아이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을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다. 금융시장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는 개입을 촉발하는 시기다. 미국 금융 당국에서  이는 매우 논쟁적인 문제다. 강력한 힘을 가진 민간은행들이 국가의 지원을 이용하려고 너무 일찍 개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이것이다.
 
은행가들 로비 차단
그러나 두 개의 안전장치가 이런 문제들을 국제적 차원에서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첫째, 주주를 정리하고 장기채권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엄격한 규칙을 세우면 은행가들의 이해를 명백하게 차단할 수 있다. 둘째, IMF가 조기에 개입하면 국내의 힘있는 내부자들의 영향력을 줄이게 된다. 자국 정부 스스로 IMF의 개입을 요구해야 한다. 거대 은행 붕괴에 직면한 정부라면 국제적 도움을 거부하는 건 선거에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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