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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
[Cover StoryⅡ]금융 변종플루 습격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자크 아다 Jacques Adda economyinsight@hani.co.kr

올 것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이다. 지난달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한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이 나라의 곪아가는 속살을 냉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난날 모범적인 경제모델이었던 스페인 경제가 오늘날 왜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늘어가는 가계부채, 심각한 부동산 위기에다 기업의 취약한 경쟁력 때문에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이룩하지 못하면 스페인 공공재정은 곧 비상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물론 스페인의 사정은 그리스와는 조금 다르다. 신용등급 하향 전까지는 스페인 정부가 시장을 잘 설득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부채 막기에 급급한 반면, 스페인은 2010년 1분기 현재 큰 어려움 없이 전체 발행 국채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이자율이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7%선을 상회했으나,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이자율은 1월에 큰 폭으로 치달은 후 3월 말 그리고 4월 초까지 4%로 상당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견실했던 경제모델


스페인 경제는 2007년 위기에 처했었지만, 다행히 공공재정이 GDP 대비 2.2% 만큼 흑자를 기록한데다, 모범적인 건전성 감독으로 서브프라임 위기를 무사히 넘긴 견실한 은행 덕분에 지탱될 수 있었다. 또한 유로화로의 이행, 그리고 스페인 정부가 가계와 기업 금리를 대폭 인하함으로써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유로존 평균성장률 1.8%보다 두배 가까이 상회하는 3.7%란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발전을 거듭했다. 이 기간동안 다른 유럽국가와는 달리 스페인의 경우는 건설시장의 붐으로 1998년 15%나 되었던 실업률이 2007년 8.3%로 떨어졌다. 스페인의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2.8%로 프랑스의 임금상승률과 비견되나, 5.2%인 그리스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소득의 빠른 성장에 따른 금융지원 덕분에, 공공부채는 2007년 GDP 대비 42%로, 유로존국가의 76%, 그리스의 104%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서 스페인 경제모델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앵글로 색슨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이 부동산 시장의 급작스런 침체로 타격을 받은 것이다. 부동산 시세의 과대평가 현상이 2007년 당시 앵글로 색슨 국가들보다 더욱 가속화하면서 실제가격과 시장가격간 차이가 2009년 말 50%를 웃돌았다.
세계무역이 침체한 가운데, 스페인의 건설시장이 붕괴하며 실업률이 약 20%에 달하게 되었고 조세수입 또한 감소했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기 전, 스페인의 고용시장도 급격히 위축됐는데 이는 비정규직 비율이 30%에 달하는 스페인의 ‘이중 노동시장’ 때문이다.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보다 더 강력한 재정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경제는 2009년 4분기 때도 경기침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국가중에서 아일랜드, 그리스와 함께 스페인이 201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가지 요인 때문에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스페인 정부는 아일랜드, 영국과 미국처럼 가계 부채해소 장기프로그램에 돌입했다. 고용침체의 여파로써 위기 이전 GDP 대비 90%에 육박했던 가계 부채가 소비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두 번째 장애요인은 아직도 부동산 위기의 여파에 시달리는 은행들이다. 계속되는 부동산 시세 하락, 점증하는 가계빚, 늘어나는 기업도산으로 은행은 부실채권 준비금을 증폭시킬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대출능력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장애 요인은 만성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스페인 기업들이다. 1998년과 2007년 사이 노동생산성이 제로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스페인 기업의 이윤이 폭락했다. IMF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단위노동비용이 유로화 도입 후 첫 10년 간 스페인에서는 23% 가까이 증가한 반면, 프랑스의 단위노동비용은 안정적이었고 독일에서는 13% 하락했다.

   
▲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시내 왕궁에 스페인 국기와 EU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스페인은 그리스로부터 재정위기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공재정 급속히 악화

 게다가 특히 우려할만한 것은 공공재정 악화가 가속되는 것이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비율은 프랑스 (GDP대비 85%), 독일 (GDP대비 77%)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4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기간 선진국 중에서 아이슬란드(+89%), 아일랜드(+51%), 영국(+37%)의 재정적자 증가율만 스페인보다 높았다. 아일랜드와 달리, 스페인은 특별한 수출특화상품도 없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부양정책 효과까지 고갈되고 소비침체 지속으로 성장 전망이 어둡다.
경제성장이 없다면, 재정수입 감소로 인한 공공재정 적자가 해소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금융시장과 유럽집행위원회가 요구한 긴축정책으로 이미 실업자가 4백만 명에 이르는 스페인의 경제활동과 고용 전망이 한층 어두워질 우려가 있다. 1월 말, 국가부도설에 휘말린 그리스 쇼크의 여파로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독일 금리 보다 약 100 포인트나 올랐다. 그러자 스페인 정부는 500억유로 규모(GDP의 5%)의 4개년 긴축계획을 신속히 발표했다. 긴축계획의 목적은 2009년 GDP의 11,2%였던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3%로 줄이는 것이었다. 이 긴축안은 7월 부가가치세 2% 인상, 65세에서 67세로 퇴직연령 상향, 지자체 지출삭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몇 주 후, 유럽집행위는 스페인 정부가 내놓은 긴축방안에 담긴 성장 가설(향후 4년 내 평균 경제성장률 1.8%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하였다. GDP 성장률이 2.5%라는 가설 하에 마련된 초기 예산안에는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을 7포인트 (공공지출의 15% 혹은 조세수입의 20%) 낮추는 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현 스페인 사회당 정부는 이 계획에 반대하는 노조와 지자체를 설득시킬 의향이 거의 없다. 개혁을 둘러싸고 큰 결단력을 보인 아일랜드와 그리스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제 스페인은 다른 일부 유럽국가들처럼 투기꾼들이 노리는 대상으로 전락할 지 모른다. 스페인 당국이 약 300억유로에 달하는 공공부채를 재조정해야 하는 7월에는 진짜 위기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단일 통화란 속박으로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심지어 그리스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 Alternative Economiques
번역 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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