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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없는 스마트시대의 직장인들
Special Report Ⅱ ① 노동 생산성 높이기 백태
[32호] 2012년 12월 01일 (토) 암라이 코엔 외 economyinsight@hani.co.kr

   
 
회사는 사기 진작을 위해 각종 이벤트를 벌인다. 사내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도록 복지 시설을 확충한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였던 과거의 업무 방식도 벗어던진다. 소통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하나의 큰 사무실에 모여 일하게 한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좋은 것일까? 대부분의 직원들은 24시간 회사에 매달려 일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직장과 가정의 구분은 없어지고, 개인의 비밀과 사생활도 사라지고 만다. 지금 그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_편집자

사기진작과 쥐어짜기 그 오묘한 경계는?

즐거운 기업문화, 성취 동기와 만족감 주지만 직장-가정 경계 허물며 장시간 노동 유도

많은 기업들이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유쾌한 각종 이벤트를 준비한다. 틀에 박힌 기업문화도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근무시간과 자유시간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회사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주말에도 동료들과 어울리는 행사가 준비된다. 개인 시간이 없어짐에 따라고 결국 회사가 자기 생활의 모든 것이 돼버린다.

암라이 코엔 Amrai Coen 자유기고가 토마스 피셔만 Thomas Fischermann <차이트> 경제부 기자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우베 말코우는 직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무게 13t에 300마력의 탱크 한 대를 대여했다. 탱크는 브란덴부르크의 풍차가 늘어선 목초지에 대기하고 있다. 말코우는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을 탱크로 데려가 깜짝 놀랠 생각이다.

손힘이 세고 키가 작은 말코우는 제빵사다. 지난해 그의 소규모 베이커리는 기업 고객을 많이 확보하며 좋은 실적을 거뒀다. 그는 계속 기업 고객을 확보해나갈 생각이다. 그러던 중에 탱크를 한 대 대여했다.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 해주고 싶고 팀워크도 강화할 생각이다."

말코우와 직원들이 탱크가 있는 들판에 도착한 때는 어느 가을날 비 내리고 추운 토요일 오후였다. 가장 어린 직원은 21살, 가장 나이 많은 직원은 70살이다. 비가 내려 질척거리는 들판 위로 탱크가 자신들을 향해 굴러오는 광경을 본 직원들은 서로 숙덕거리며 웃었다. 핑크색으로 손톱을 칠하고 고급 가죽부츠를 신은 한 젊은 여직원은 "다소 흥분된다"고 말했다.

야전점퍼를 입은 탱크 대여업체 사장은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게임 규칙을 설명했다. "조수석에 앉을 수도, 혹은 직접 탱크를 몰 수도 있다. 직접 탱크를 운전하는 사람은 큰 목소리로 간단명료하게 말해야 한다. 점잔을 부려서는 안 된다." 게임 규칙은 탱크 운전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적용된다. 그가 탱크 대여 사업을 하는 지난 8년 동안 '팀워크 강화를 위한 탱크 운전' 프로그램을 애용하는 독일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그의 고객에는 보험회사, 정보기술(IT)회사, 자동차회사 등 온갖 분야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여름에는 심지어 머리에 터번을 두른 인도 금융인 100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핑크 손톱을 한 젊은 여직원은 러시아제 BMP 보병 전투차량(소형 탱크)의 운전석에 올라탔다. 불과 두 달 전에 베이커리에서 일을 시작한 다른 여직원은 운전석 뒤 해치를 열고 자리를 잡았다. 부르릉거리고 웅웅거리는 거친 소리를 내는 탱크는 롤러코스터 위에서처럼 지그재그로 들판 위를 달렸다. 탱크를 지켜보는 직원들의 얼굴로 진흙이 튀었다. 탱크 운전은 재미있을까? 젊은 여직원은 "엉덩이가 아파요!"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언뜻 진흙 들판에서의 탱크 운전은 단순히 회사 비용으로 직원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탱크 운전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직원들이 최고의 실적을 올리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게 하려는 독일 기업들을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탱크 운전으로 직원 동기부여?

과거에는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연봉을 인상하거나 직원들과 함께 식사 또는 볼링을 하러 갔다. 하지만 이제는 직원들의 동기부여 과정이 완전히 전문화됐다. 직원들은 메클렌부르크 숲에서 캠핑을 하거나, 알프스강에서 낚시를 하고, 맥주를 직접 빚거나, 유격훈련처럼 고공 줄타기 훈련을 한 뒤 인사전문가 혹은 심리학자에게서 노동 관련 세미나를 듣는다.

독일 바이에른주 에를랑겐 인근 헤르초게나우라흐의 자동차 협력업체 세플러 직원들은 주말 동안 마인강 지류에서 함께 뗏목을 만들어 직접 강에 띄우는 체험을 했다. 함부르크 홈쇼핑 업체 오토의 팀장들은 주말에 함부르크 인근 뤼네부르크 광야에서 늑대를 구경하고 '경영진이 운송용 가축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주제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과거에 방송탑 번지점프로 유명해진 뮌헨의 요흔 슈바이츠 이벤트 회사의 볼프강 랑마이어 대표는 "이 분야는 엄청난 성장 시장"이라고 했다. 그의 회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독일 전역에서 기업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행사를 의뢰하려고 회사로 전화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경험은 곧 결과"라는 말을 즐겨 한다.

기업 행사 시장은 이상한 노동 세계이다. 노동은 노동이고 자유시간은 자유시간으로 구분됐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수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며, 직원들이 전력질주해 헌신하고 심지어 열정까지 바치기를 바란다.

   
기업 엠티(MT)는 대표적으로 직원 사기를 높이는 행사다. 래프팅·서바이벌게임·등산 등이 협동과 끈기, 단결력을 북돋우는 것으로 선호되는 종목이다. 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경제와 심리학 간의 인터페이스 전문업체'라고 회사 소개를 하는 기업컨설팅사 갤럽은 최근 "2011년에도 전반적으로 독일 기업의 경영진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직원의 63%는 규정에 의거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업무만 하며, 불과 14%만이 회사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하여 회사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즉, 직원들이 내면에 있는 잠재력을 쏟아붓는다면 독일 경제가 더 잘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내적 잠재력을 모두 쏟아붓게 될까?

이 질문에 전문가들은 두 가지 답변을 내놓는다.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직원 감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노버대학 노동연구원 악셀 하운쉴트는 지적한다. 분 단위로 짜인 상세한 근무 규정과 경영진의 끊임없는 직원 관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컴퓨터가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직원 관리·감독은 더 손쉬워진다. 업무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들은 가차 없이 해고되며, 이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됐다.

기업 이벤트 시장은 블루오션

반면 경영진이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트렌드도 이에 못지않게 강하다. 직원들이 오랫동안 공유할 경험거리를 제공해 공동의 스토리를 체화한 뒤 즐거운 노동 세계로 함께 간다는 것이다. "경험의 세계에서는 자유의 옷을 입는 변화가 일어난다. 직원들에게는 '재미를 느껴라! 그리고 원하는 대로 업무를 처리해라! 결과적으로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쾰른의 인적이 뜸한 옛 관세항구에 외벽이 유리로 된 검은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있다. 이곳은 영화 <배트맨>에 나올 법한, 음침한 뒷골목이다. 일렉트로닉아츠(EA) 독일 본부의 흰색 조명등 EA가 눈에 금방 들어온다. EA는 전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게임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FIFA> <배틀필드> <심즈> 등의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산업은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세계 직원 수는 무려 9천 명에 달한다.

초록색의 큰 눈을 가진 젊은 여성 자비네 한(35)은 유통팀에서 일한다. 그녀는 현대적인 직장 세계에서 이상적인 유형에 속한다. 3살짜리 쌍둥이를 둔 자비네 한은 전통적인 남성 영역에서 일하며, 유연한 근무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다. 금요일마다 재택근무를 한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삶을 그녀는 살고 있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출장이 잦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아침에 심하게 아플 때면 늦게 출근해도 된다." 회사가 자신에게 보내는 신뢰에 감사하다고 자비네 한은 말한다. 그녀는 마치 좋은 친구를 이야기하듯 회사에 대해 말한다. "EA에서는 그냥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

EA 직원들이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고, 주로 밤에 일하거나 재택근무를 한다. "틀에 박힌 근무시간에 열정을 구겨넣을 수는 없다"며 EA가 위계질서를 없애지 않았다면 회사 대표라고 불렸을 마르틴 뢰라인은 말한다. 뢰라인은 자신을 '연락담당자'라고 지칭한다.

자비네 한은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EA 배너광고를 지나칠 때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가 일하는 EA는 가장 중요한 컴퓨터게임 업체고, 자신이 이 회사의 일부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기업의 오너나 임원들은 생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주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회사의 직원. 뉴시스 REUTERS

회사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체화한 직원들은 1990년대 말 실리콘밸리의 '뉴이코노미'에서 최초로 생겼다. 당시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회사에서 양복 차림과 진부한 기업 의식이 사라지면서 재미있는 직장문화가 생겨났다. 뉴이코노미 사무실에는 벽에 매트리스가 세워져 있고, 자정에 피자 야식을 먹기 위해 상사의 사무실로 직원들이 모이고, 어떤 노조도 기존 근무시간을 그대로 용인하지 않았다.

주말에 직원들의 팀워크를 고취시키는 전문가들은 독일 기업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업무는 팀워크를 고취해 직원회의에서 사가를 부르고 회사를 친구처럼 여기는 직원을 만드는 것이다. 함부르크 홈쇼핑 회사 오토의 한 젊은 여직원은 "나는 회사에서 추첨으로 당첨된 스낵이나 장미 한 송이, 구급의료함 등 사소한 것이라도 5일마다 무언가를 선물로 받는다. 오토는 아주 인간적인 회사다"라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사기진작 기법, 직원 일 중독에 빠뜨려

청운의 꿈을 가슴에 품은 젊은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회사 인사부가 주관한 '런치 앤드 런'(Lunch and Learn)에 모여든다. 직원들은 20분간 강연을 듣고 이어 점심을 먹으면서 강연 내용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한다. 혹은 '블라인드 런치'(Blind Lunch)에 모여서 추첨을 통해 정해진 다른 부서의 직원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기도 한다.

점심시간이 휴식을 의미하던 시대는 지났다. 노동의학자들은 자아실현과 자아착취의 경계선을 찾아나섰다. 지난해 독일인 4천만 명은 10억 시간 이상을 무급으로 야근했다. 탈진(Burn-out) 피해자 수는 2004년 이후 9배로 늘어 최대 1300만 명에 이른다. 또 아파도 출근하는 노동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의료보험조합은 추산한다.

이런 현상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새롭고 유쾌한 직원 사기 진작 기법이 자아착취 경향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IT 대기업 IBM이 1999년 독일에서 출퇴근 기록부를 없애고 '신뢰에 바탕한 근무시간'을 도입하자 직원들의 주간 업무시간이 40시간에서 평균 60시간으로 늘어났다.

틀에 박힌 업무시간 대신 이제는 '목표치 합의'가 더 중시된다. 각 직원과 각 팀이 상사와 함께 다음달의 업무 목표량을 정한다. 시장점유율 확보 또는 팀원들의 결근 줄이기 등은 신제품 개발에서 중요한 중간 단계가 될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 인사 부문 사장은 "새벽 3시에 연락받은 직원은 자신의 최상위 목표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목표는 등반해야 하는 정상과 같다. 정상에 등극하면 계속 다음 정상이 끊임없이 손짓한다. 누구도 사무실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네덜란드 최대 금융회사인 ING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회사 건물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요즘은 점심을 겸해 회의를 하는 회사가 많다. 뉴시스 REUTERS

직장-가정 경계 사라지며 노동시간 장기화

하네스 할러(가명)는 "자신은 직원들이 일을 덜하기를 원한다"는 의외의 말을 했다. 할러는 16년 동안 잘나가는 기업컨설팅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고객은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그는 언제 마지막으로 하루에 8시간만 일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는 요즘 하루에 평균 14시간을 일한다. 회사 직원 수는 150명으로 모두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일한다.

할러는 직원들이 오래 일하는 이유가 못내 궁금하다. 그는 발목을 다쳐 결근해도 집에서 계속 일하는 직원도 있었다고 들려줬다. "나는 그렇게 장시간 근무하라고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스스로 그렇게 장시간 근무하는 거다. 그들 모두 하나같이 대졸자 성인인데 말이다!" 직원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것은 돈이나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서의) 인정과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런 의미를 준다."

직장에서 장시간 일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EA 정도의 회사라면 업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근원적인 문제를 풀어주지 않는가? 그러나 일회성에 불과한 직원 사기 진작 기법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펠릭스 K(가명)는 스스로 탈출구를 찾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K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글 유럽 부문의 중간 실무자급이었다. 컬러풀한 장난감이 사옥 복도에 널려 있는 구글에는 일터 마사지 서비스, 기업 전반에 확산된 쾌활한 분위기, 오랜 업무 시간이 '구글리니스'(Googliness·구글다운 기질)라고 지칭되는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

"구글에서 일하고 싶다면 이런 기업문화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는 충분히 구글답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은 항상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유형은 아니었다고 K는 털어놓는다. 그의 상사는 새벽 4시에 매출액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K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상사의 전자우편에 바로 답해야 하는 것에 중압감을 느꼈다.

그가 구글 파티에 참석하지 않으면 동료 직원들은 그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동료들과 우애를 도모한다는 핑계로 그는 주말과 휴가를 동료들과 보내야 했다. 여자친구와 보낼 시간이나 자유시간은 도무지 나지 않았다. 그의 사생활은 구글의 지시에 의해 일종의 투잡이 됐다. 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직원이 많았고, 이들은 구글에서 일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K는 그렇지 못했다. 직장과의 거리가 더 필요했다. 그는 결국 구글을 그만두고 독립했다.

   
노동시간과 자유시간이 구분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브라운백 미팅(간단한 점심 식사를 곁들인 토론 모임), 주말 엠티, 주말 세미나 등이 일상화됐다. 이미지투데이

꿈의 직장에서 탈출하는 사람들

K의 사례를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독일에도 무수히 많은 K가 생겨날까? 적잖은 사람들이 상사의 전체주의적 방식에 저항한다. 상사에게 직접 대놓고 반항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회사와 상사를 끊임없이 접대하면서 직원들의 냉소주의는 커진다. "함께 비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팀워크 훈련은 직원들을 어찌됐든 하나로 뭉치게 해준다"고 켄드라 브리켄은 지적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팀워크 강화 세미나 등의 행사에 대해 함께 비웃는 것도 회사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보호막인 셈이다.

독일의 한 가족대기업의 인사 부문 사장은 "팀워크 훈련을 받으면서 오히려 집중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다. 직원들은 이런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직원들은 팀워크 훈련 대신 실적에 알맞은 연봉을 원하며, 충성심에 대해 고용 안정을 보장받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회사에서 채택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현실의 불안한 모순만을 경험하기 일쑤다. 회사에 대해 충성심과 팀워크, 열정을 맹세하지만 고용은 점점 불확실해진다.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의 노동전문가 슈테판 포스빈켈은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임시직으로 대체된다. 과거 기업들이 직원들의 연대감을 고취시켰던 크리스마스 보너스나 퇴직연금 등의 전통적인 금전적 인센티브는 차츰 삭감되고 있다. 허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지면 직원들은 동기부여 훈련을 업무가 아닌 게임으로, 그리고 경멸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베이커리 회사 직원들이 브란덴부르크에서 탱크 운전을 마치고 휴식시간에 마블케이크를 먹는 동안 우베 말코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자동차 부수기가 시작된다"고 알렸다. 직원들 중 제빵사 인턴이 탱크를 운전하며 푸른색 자가용을 부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왜 하필 인턴이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말코우는 이에 대해 "주목받는 것을 불편해하는 조용한 성격의 인턴에 대한 특별한 감사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인턴은 탱크에 속도를 내고 자동차를 향해 내달렸다. 자동차의 유리창이 깨지고 덜커덕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냈다. 인턴은 방금 자신이 차 한 대를 부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탱크를 계속 몰았다.

4시간여에 걸친 행사가 끝났다. 탱크 대여업체 사장은 마무리 발언을 한 뒤 직원들에게 탱크 운전면허증을 나눠줬다. 탱크 운전이 직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됐는지 물어보자 말코우는 "직원들을 하나로 만들어줬다"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 말코우는 직원들을 한데 모아 탱크 앞에서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었다.

ⓒ Die Zeit 2012년 44호 Bespaßt und gequäl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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