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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맥 쏟아지는 고비사막의 모래언덕들
Environment ● 천연자원 개발 바람에 휩싸인 몽골
[31호] 2012년 11월 01일 (목) 앙겔라 쾨크리츠 economyinsight@hani.co.kr

   
몽골의 사막에서 엄청난 매장량의 석탄이 발견돼 국민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석탄을 채굴하고 있는 타반톨고이의 광산. 위키피디아 제공

석탄·금·구리 등 지하자원 가치 2조2천억달러… 무차별 자원개발 부작용 우려도

몽골의 사막과 초원(스텝)지대에는 엄청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본격적으로 광산이 개발되면 경제성장률이 30~53%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들 사이에 개발 기대가 퍼져나가고 있지만 우려도 크다. 늘어나는 부를 관리할 능력이 없고 천연자원 이외의 산업을 발전시킬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대다수 국민이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몇몇 자원부국의 전례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앙겔라 쾨크리츠 Angela Köckritz <차이트> 베이징 특파원

이틀에 한 번씩 유목민 엘테네치멕은 현대적 세상으로 나간다. 엘테네치멕이 눈을 뜬 천막에는 그녀의 가족이 몸을 다닥다닥 붙여서 잠을 자고 있다. 남편은 코를 골고 아들은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며 자고 있다. 밖에는 낙타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엘테네치멕은 조심스럽게 나비 귀고리를 하고 화장품을 바르고 녹색 셔츠를 입는다. 출근할 채비를 끝낸 그녀는 전혀 유목민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코크스탄(점결탄)이 매장된 타반톨고이를 향해 그녀는 지프차로 덜커덩거리며 모래사막을 가로지른다. 남편 초크트게렐은 집에서 가축을 돌본다. 유목민인 초크트게렐이 몽골의 과거를 대변한다면, 엘테네치멕은 몽골의 미래를 대변한다.

초크트게렐을 만나려면 끝없는 길을 달린 뒤 방향을 바꿔 모래사막을 수km 덜컹거리며 지나야 한다. 그러면 어느덧 스텝과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맞닿은 머나먼 곳에 범선처럼 작은 천막 2개가 지평선에 나타난다. 여기저기에 양떼와 염소떼, 낙타떼가 무리지어 있다. 웃음이 호탕하고 술을 즐기는 초크트게렐이 천막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옆에서 엘테네치멕이 가죽을 무두질하고 있다. 아이 둘과 친척 아이 셋이 쉴 새 없이 천막 안을 굴러다니며 장난을 친다.

초크트게렐과 그의 조상은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살았다. 초크트게렐과 엘테네치멕이 초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 둘은 20대 초반이었다. 이제 이들은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간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다. 휴대전화를 장만했고, TV에서는 사회주의 선동 방송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사막에서 발견된 거대한 석탄 더미

몇 년 전 타반톨고이의 언덕에서 발견된 석탄 매장량의 규모가 점점 늘어났다. 도로가 건설됐고, 석탄을 실은 화물차들이 중국 국경 방향으로 덜커덩 소리를 내며 도로 위를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테네치멕은 에르데넷 국영광산기업이 직원을 채용한다는 말을 도시에서 우연히 들었다. 다섯 자녀 양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엘테네치멕도 구직자 행렬에 동참했다. 에르데넷에 채용된 엘테네치멕은 2년 전부터 세탁일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남편은 가축을 기르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울란바토르. 몽골 최초의 민간 싱크탱크인 경제정책경쟁력센터 소장인 오토고출루의 사무실 밖으로 도심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비에트연방 시절의 건축물과 신경제 시대의 건축물, 소형 목조건물과 몽골 천막 게르가 뒤엉켜 있는 울란바토르는 독특한 도시다. 누군가 우주에서 초원 지대 한가운데로 울란바토르를 떨어뜨려놓은 듯하다.

2011년 몽골은 경제성장률 17.3%를 기록했다. 에르데넷이 위치한 타반톨고이와 세계 최대 규모의 금·구리 광맥으로 추정되는 남부 우요톨고이의 광활한 광산이 개발되면 2년 뒤 몽골의 경제성장률은 30~53%를 기록할 전망이다. 몽골은 천연자원 덕분에 향후 10년간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다. 전세계의 천연자원 가격은 상승 추세이고, 중국의 수요도 엄청나다.

몽골의 10대 광산 프로젝트의 가치는 무려 2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몽골을 '초원지대의 새로운 카타르, 새로운 브루나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오토고출루 소장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흔든다. "몽골은 천연자원 붐에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그는 몽골이 카타르와 180도 다른 나이지리아의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했다.

카타르와 나이지리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카타르에서 천연자원은 국민 전체의 번영을 안겨줬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음에도 극단적인 불평등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오토고출루는 자국 지식인들이 우려하는 공포스러운 몽골의 미래를 '네덜란드병'에 비유했다. 16세기 스페인,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 1960년 이후의 네덜란드, 2000년 이후의 아제르바이잔과 그리고 현재의 나이지리아 등이 네덜란드병을 앓았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는 천연자원 붐으로 화폐가치가 오른다. 수출품 가격이 오르고, 제조업 수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천연자원 개발업체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천연자원 개발업체는 높은 연봉으로 자국 최고의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결국 다른 산업 분야는 구인란에 허덕인다. 문 닫는 회사가 늘어나고, 나머지 산업 분야는 휘청거린다. 이로 인해 높은 실업률과 극단적인 불평등으로 귀결된다.

'네덜란드병' 발생 우려

광산업 자체는 새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않는다. "광산업은 몽골 국민총생산의 20%,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국민의 1.5%만이 광산업에 종사한다." 오토고출루는 이마를 찌푸린다. "몽골에는 이렇다 할 만한 중산층이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비에트연방 시절에는 중산층이 아예 없었다. 이후에도 중산층은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토고출루의 사무실 바로 아래에 있는 럭셔리 부티크에는 신흥 부유층과 슈퍼 부자들이 자주 드나든다. 천연자원 붐은 몽골에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

남부 고비 지방. 엘테네치멕은 지프를 몰고 낙후 지역인 초그체치로 향한다. 뒤로는 타반톨고이의 석탄 언덕이 우뚝 솟아 있다. 오렌지색 셔츠를 입은 광부들이 더벅더벅 지나가고, 유목민들은 오토바이를 탄 채 지나간다. 가건물에 술집과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

초그체치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은행과 호텔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야생 가죽 부츠를 신은 한 멋쟁이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으스대며 걷고 있다. 한 부부가 모래언덕에서 계속 바퀴가 빠지는 유모차를 낑낑대며 끌고 간다.

엘테네치멕이 세탁일을 시작한 이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많은 사람을 새로 알게 됐고, 친구도 생겼다. 초원지대에서 가축을 기르다 보면 고립돼 살게 된다." 그녀는 2년 만에 도시 여성으로 변신했다. 부담이 이중으로 늘었다고 하소연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의 역할을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초크트게렐 가족에게는 매월 고정 수입이 생겼다. 이제는 가축을 도살해 고기를 팔 때만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재정적 안정을 얻었고, 고기와 우유를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팔게 됐다. 이런 생활수준의 개선은 새로운 가능성도 안겨주었다. 딸은 초그체치의 한 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몽골이 석탄 등 풍부한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산업 발전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몽골 종못드 유목민문화센터. 한겨레 자료

자원개발 이익 효율적 관리가 열쇠

몽골의 개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초크트게렐 가족은 말한다. 몽골 전역에 울타리와 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마음껏 가축을 데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유로이 가축을 데리고 다닐 수 없다." 초크트게렐은 물 부족도 염려한다. "집의 우물이 너무 오래돼서인지 아니면 광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물이 확연히 줄었다." 환경보호단체들은 광산 프로젝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비사막에는 몽골 최대 규모의 광산이 생겨날 예정이다.

국영기업 에르데넷의 컨테이너 사무실에는 초크트게렐의 동료이자 작업반장인 나차그다쉬가 벌써 도착해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정말 바쁜 사람이다. 그의 휴대전화 2개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그리고 작업 경과를 알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들의 방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 지역에는 고급 코크스탄 64억t이 매장돼 있다. 현재 에르데넷에서 일하는 직원은 300명 선이다. 하지만 2016년이면 몽골에서 가장 큰 국영 광산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나차그다쉬는 과도한 감정 표현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고비사막의 발전에 대한 비전만큼은 원대하게 품고 있다. 석탄이 채굴되면 전기를 생산할 발전소가 지어지고 산업단지도 생겨난다. 사막 한가운데에 에르데넷 직원들을 위한 신도시도 조성된다. 광산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몽골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에르데넷의 지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에르데넷 지분 보유를 원치 않는다면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엘테네치멕과 초크트게렐은 에르데넷 지분을 보유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이 부부는 국가가 주는 선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최근 선거 때 30만 투그리크(약 180유로)를 받았다. 초크트게렐은 너털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돈을 어디에 썼냐고요? 기억이 안 나요. 아마 딸의 대학 등록금으로 썼을 겁니다."

오토고출루는 국가가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한 것은 치명적인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국민에게 선물을 한다. 지난 선거에서 몽골인 모두 현금을 받았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인상된데다, 민간 분야는 위태로워지고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몽골이 천연자원으로 얻은 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사람들과 정치에 달려 있다."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차가안 대통령 천연자원정책자문관이 들어왔다. 국민에게 나눠준 현금 선물에 대해서 그는 "정말로 나쁜 예"라며 국회가 현금 지급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병과 천연자원의 저주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기금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가기금을 만들어야만 천연자원에서 나온 수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정부가 현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양육비 등 사회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핵심은 천연자원에서 나온 수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다. 또 다른 핵심은 몽골이 천연자원 외에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다. 몽골이 천연자원의 저주를 정말로 피하려 한다면 어떤 산업을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웃 국가들의 면면을 본다면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남부 고비의 타반톨고이의 석탄 차량은 모두 중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석탄은 세계시장 가격에 못 미치는 1t당 70달러에 수출되고 있다. 오토고출루는 이렇게 설명했다. "몽골에서 채굴된 석탄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석탄이 가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보다는 중국의 막강한 힘 때문이다. 중국이 몽골의 유일한 석탄 수입국이다. 몽골 석탄 수출량의 92%가 중국으로 가고, 원유를 제외한 몽골 전체 수입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몽골의 경제성장은 전적으로 중국 경제성장에 달려 있다." 중국 의존적 경제구조를 못마땅해하는 대다수 몽골인들 사이에 반중 감정이 크게 퍼져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중국의 대기업 신화, 피바디(Peabody) 및 러시아-몽골 합작회사가 타반톨고이 광산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이에 포함되지 않은 일본과 한국이 거세게 항의했고, 몽골 정부는 광산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부랴부랴 취소했다. 몽골은 많은 주변 국가들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몽골의 전략적 위치는 국민경제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철도 노선이다. 몽골 정부는 단선인 철도를 대폭 확장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려면 노선의 50%를 가진 러시아와의 온갖 잡음과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수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몽골은 대유럽 수출 물량을 늘리고 싶지만, 유럽으로 갈 수출 물량은 러시아를 통과해야 한다. 오토고출루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수출 물량 통과료는 천문학적인 액수"라며 한숨짓는다.

유목민 생활 원하는 자녀 없어

이외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몽골의 이웃 중국이 전세계로 품질 좋고 저렴한 각종 상품을 수출하는 상황에서, 몽골은 대체 무엇을 수출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 시절 몽골의 산업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발전했다. 당시 육류 수출의 약 30%가 가공된 상태였던 반면, 이제는 가공육류의 수출 물량은 수치화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전세계 캐시미어 생산량의 3분의 1이 몽골에서 나오지만 대부분은 가공되지 않은 원료로 수출된다.

남부 고비의 초크트게렐 가족이 사는 게르. 밤은 어느새 초원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딸 숨야는 낙타젖을 짜러 나간다. 울란바토르의 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지 꽤 됐지만 숨야는 여전히 낙타젖을 짠다. 숨야도 언젠가 에르데넷에 취업하고 싶어 한다. 가장 선호하는 곳은 발전소다. 그녀는 가축을 기르는 유목민으로 살 마음이 전혀 없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 Die Zeit 2012년 39호 Der Schatz von Tavan Tolgoi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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