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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음료 등 유해식품 규제만이 해법
Special Report Ⅱ ● 달콤한 마약, 설탕 ③
[31호] 2012년 11월 01일 (목) 자미하 샤피 economyinsight@hani.co.kr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이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어 비만을 막기 위해 시내에서 설탕이 든 16온스(454g) 이상의 음료 판매를 금지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설탕 섭취 갈구하는 중독성이 인슐린 내성까지 유발… 개인 의지만으론 자제 어려워

설탕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식품이나 음료수를 통한 설탕 섭취가 계속 늘고 있다. 비만 인구의 폭증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당사자의 의지에만 맡길 수 없다는 방증이다. 담배처럼 정부가 나서 설탕 섭취를 제재해야 하는 이유다.

자미하 샤피 Samiha Shafy <슈피겔> 기자

올해 17살이 된 안나 소피 같은 이에게는 자제력이야말로 그에게 남은 단 하나의 마지막 기회다. "한 달에 8kg이나 감량했다"고 독일 튀링겐 출신의 소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다만 지난주에는 별로 좋지 못했다. 내가 다시 단 과자를 샀다." 소피는 베르히테스가덴 인근의 비숍스비젠에 있는 격리비만재활센터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있었다. 키가 190cm인 그녀의 몸무게는 5주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 177kg이었고, 체질량지수(BMI)는 49.1이었다. 정상적인 BMI는 19~24다.

연초에 소피는 골반으로 퍼져나가는 등 통증을 느꼈다. 가정의는 그녀를 큰 병원으로 보냈다. "진찰이 끝난 뒤 그 사람들이 나한테 당뇨병에 걸렸으니 약을 먹으라고 했다." 병원 의사들은 그녀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만약 1∼2년만 계속 이런 식으로 살면 죽는다."

동화 같은 바이에른의 언덕 풍경에 둘러싸인 격리비만재활센터는 초비만 아동과 청소년들의 장기 치료 전문 시설이다. 환자 대부분은 소피처럼 6개월간 여기에 머문다. 이들은 12∼25살이고, 평균 체질량지수는 42이다. 그리고 이 재활센터가 그들의 마지막 희망인 경우가 많다. 많은 비만 환자들이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자해를 한다. 그중 몇몇은 자살 위험이 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이들은 하루를 오직 먹고 자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보냈다. 그들은 병가를 받거나 학교를 결석하거나, 아니면 아예 학교를 그만뒀다. 센터의 의료 분야 책임자 볼프강 지그프리트는 "그들을 장기적으로 성공적이게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지그프리트는 "최소한 인구의 일부에게는 지금 환경이 독이 된다"고 말했다. "인간은 굶거나 걸어서 이동하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값싼 음식의 과도한 공급에 대한 생물학적 보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지그프리트는 "자기 책임에만 미루는 것은 병적 비만 상태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거의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 특히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유명한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건강에 좋지 않은 음료수나 과자를 선전하는 식품 기업들이다. 달리기를 해서 땀을 흘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지 설탕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또 건강에 좋다고 여겨지는 과일주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목이 마른 어린이들이 오렌지주스를 마시면 간이 과당을 충분히 빠르게 분해하지 못하고 지방으로 변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난 뒤 이들에게 지방간마저 생긴다." 주스보다 좋은 것은 신선한 과일이다. 과일에 포함된 식이섬유가 당분 흡수를 지연시킨다. 식품 기업들 일부가 비만아동의 피해를 바탕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지그프리트는 비판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멤피스의 세인트주드 어린이질병 연구병원에서 내분비과 의사로 일할 때 로버트 러스티그 교수는 의학적인 수수께끼에 맞닥뜨렸다. "그곳에는 뇌종양에서 살아남은 초비만 아동들이 있었다. 이 어린이들은 예전에는 정상 체중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년 30∼50파운드씩 체중이 불어났다." 어린이들은 항상 배고파하고 지쳐 있었고, 부모들은 절망에 빠졌다.

러스티그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이 아이들에게서는 특정한 뇌 부위, 즉 시상하부의 손상이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의 활동을 중지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의 육체는 마치 기아로 죽어가는 것처럼 반응했다. 많은 내부 장기의 활동을 제어하는 미주신경이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도록 자극했다. 이는 다시 혈당량을 낮추었다. 러스티그 교수는 실험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투약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하루에 평균 700kcal를 덜 먹었고, 살이 빠져 다시 움직일 힘을 얻었다. 약은 뇌손상이 없는 비만 환자들의 약 20%에서도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러스티그 교수는 약이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 환자들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그 환자들의 문제는 인슐린의 과다 분비가 아니라 인슐린 내성이었다." 인슐린 내성은 호르몬에 대한 육체 세포의 민감성을 감소시키고, 2형 당뇨병을 유발한다. 이는 고도비만의 결과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하지만 무엇으로 인해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이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연구 결과가 인슐린 내성의 원인이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코카콜라 등 청량음료는 비만의 주범으로 인식된다. 뉴시스 REUTERS
인슐린이 악당, 설탕은 조력자

러스티그 교수는 그즈음 설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룩토오스, 즉 과당에 대한 관심이었다. 포도당과 달리 과당은 거의 간에서만 분해되고 그 결과 간에 지방이 쌓인다. "비만 문제에서 인슐린이 악당이지만, 설탕은 그 조력자다."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의대에서는 암 연구자 루이스 캔틀리가 그와 비슷한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비만과 특정한 암 종류가 관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여기에서 인슐린이 중요한 역활을 한다는 몇 가지 증거를 가지고 있다." 유방·장·난소·콩팥의 특정 암 발생 빈도가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보다 30%나 높았다는 것이 캔틀리의 주장이다.

전립선암·췌장암·자궁암의 경우에는 발생 빈도는 같았지만 환자의 예후는 더 나빴다. 캔틀리는 그 이유가 당 대사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조직에서 초기 암세포는 표면의 인슐린 수용체"라고 연구자는 설명했다. "인슐린이 혈액에서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자극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도 부추긴다. 인슐린 내성과 2형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한 높은 인슐린 수치는 암세포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인슐린 내성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의 지방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되도록 설탕을 적게 섭취하면 된다."

캔틀리는 비만을 흡연과 더불어 모든 암 유발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만약 인류가 두 가지 근심거리를 통제할 수 있다면 전세계적으로 암환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예상한다.

담배업계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많은 국가가 엄격한 방법을 사용해 전쟁을 선포한 뒤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켈리 브라우넬은 식품업계 또한 비슷한 무기인 세금과 법적 규정, 그리고 금지 조치로만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미국 예일대학의 식품 정책 및 비만 전문 러드연구센터 센터장이다. 브라우넬은 "누군가 국민에게 단순히 건강한 식이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할 때마다 식품기업의 보스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비비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인구 3분의 2가 식품업계의 술수와 유혹을 의지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정치가 개입하는 수밖에 없다.

숨이 쉽게 가빠질 정도로 비만한 브라우넬은 스스로가 내놓은 가설에 대한 최고의 사례다. "내 몸무게는 분명히 나에게 큰 문제다." 그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계속 내 몸무게와 싸우고 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몸무게를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브라우넬은 음식 습관이 흡연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흡연자를 질책하고, 흡연의 치명적인 결과를 눈앞에 들이대면 어쩌면 몇몇 흡연자를 금연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청소년 흡연자 수가 10년 전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은 일차적으로 담배에 매겨진 높은 세금과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한 덕이다.

담배 규제처럼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브라우넬과 러드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설탕이 담배처럼 중독물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한다. "설탕의 중독성이 헤로인이나 모르핀처럼 강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설탕의 중독성은 많은 사람들이 계속 설탕 섭취를 갈구하도록 만드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 브라우넬의 주장이다.

브라우넬은 비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싸움에 참여하겠다는 식품업계의 약속을 단순한 말치레로 치부한다.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설탕이 첨가된 식품을 되도록 많이 제공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제품들이야말로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와의 문제는 브라우넬에게 옛날 시나리오의 리메이크처럼 느껴진다. "담배산업계가 법적 규제로 인해 위협을 받는다고 느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했는가?"라고 그는 물었다. 당시 담배산업계의 반응은 공허한 약속과 과학적 연구조사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는 반문한다. "식품산업계가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할 이유가 뭐겠는가?"

브라우넬은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광고를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는 특히 어린이들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 적용되고, 그중에서도 설탕 섭취의 원천인 청량음료를 철처하게 통제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청량음료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일이 최선일 것이다. 학교에서 특정 거리 이내에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열지 못하도록 금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용량 크기 제한과 법적 최소 가격과 연계한 특별세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브라우넬은 말한다.

ⓒ Der Spiegel 2012년 36호 Die süße Drog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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