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설탕 소비 조장하는 정부와 기업
Special Report Ⅱ ● 달콤한 마약, 설탕 ②
[31호] 2012년 11월 01일 (목) 자미하 샤피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뉴욕시가 청량음료별 설탕량을 청사 안에 전시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AP

미국, 1970년대 과잉생산 옥수수 과당으로 전환하면서 단맛 고칼로리 식품 쏟아져

설탕을 지나치게 많이 먹게 된 것은 미국의 농업정책 탓이다. 옥수수의 과잉생산이 설탕 또는 액상과당의 과잉생산으로 이어졌다. 과잉생산은 과잉소비를 불러왔고, 비만과 함께 전세계로 수출됐다.

자미하 샤피 Samiha Shafy <슈피겔> 기자

미국 뉴욕의 영양학자 매리언 네슬은 작은 몸집에 숱 많은 곱슬머리를 가진 75살의 노부인이다. 그녀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살짝 빠져나와서 건물 앞 잔디밭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녀는 턱으로 WHO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WHO는 2003년에 '1일 칼로리 섭취량 중 설탕 섭취량이 10%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권고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설탕협회와 청량음료 제조업체들이 이를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들의 로비 힘은 정책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결국 WHO는 막연하게 설탕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했을 뿐이다.

인류가 왜 이렇게 살찌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미국의 예를 살펴봐야 한다. 네슬은 냉소적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수출하고 있다. 비만 재앙도 포함해서."

네슬이 말해준 역사는 1970년대 초반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은 재선을 위해 싸웠고, 전망은 밝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미군 병사들이 전사하고, 본토에서는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닉슨은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닉슨은 농업계 로비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업계에 좋은 인맥을 가진 인디애나주 출신 농장주의 아들이자 농업 전문가인 얼 버츠를 농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버츠는 미국 농업에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는 농부들에게 농산물 생산을 엄청나게 증가시키도록 촉구했다. '커져라, 아니면 꺼져라'가 그의 모토였다. 작은 농장들이 거대한 기업농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버츠는 거대 농장의 경영자들에게 저렴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농산물인 옥수수를 재배하라고 격려했다.

닉슨의 계획은 효과를 나타냈고, 식품 가격은 떨어졌다. 식품업계는 금방 산더미처럼 쌓인 옥수수를 오일부터 시작해서 아침식사용 콘플레이크, 빵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들에게 특히 영감을 준 것은 일본에서 발명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액상과당이었다. 약어로 HFCS인 이 제품은 화학적으로도 맛으로도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만들어진 일반 설탕과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훨씬 저렴했다. 1984년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설탕 대신 HFCS를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업계의 마지막 회의론자마저 설득됐다. 미국은 값싼 액상과당으로 흘러넘치게 되었다.

옥수수 과잉생산이 설탕 과잉섭취 계기

이 때문에 식품업계는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새로운 농업정책으로 인해 이미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칼로리가 준비돼 있었다"는 것이 네슬의 설명이다. 탈출구는 사람들을 더 먹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그 결과 용량이 더 커졌고 미국인들은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음식을 먹고 군것질을 하도록 부추겨지고 있다." 몇십 년 만에 미국 식품업계는 사회적 기준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먹어도 되는 것으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자동차에서, 길거리에서, 책상 앞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교묘한 판매 전략만으로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적정량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그들이 먹고 있는 음식에도 있다. 사과는 아무리 맛있다고 찬양을 받아도 폭식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구미베어 젤리'(여러 가지 색상의 곰 모양 젤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설탕 반대자들은 증인으로 스클래퍼니 교수의 쥐들을 소환한다. 쥐들은 설탕의 순수한 형태인 흰색 가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설탕이 수분에 녹아 있거나 젤리 상태로 만들어져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보다 효과적인 것은 설탕이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청량음료, 마시멜로, 혹은 콘플레이크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험동물들은 자제력을 상실한 채 너무 비만해질 때까지 먹고 마시면서 일반적인 먹이에는 관심을 잃어버린다. 뉴욕 브루클린대학 심리학 교수 스클래퍼니는 "약 일주일이 지난 뒤 우리는 확실한 체중 증가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만해지면 쥐들은 무감각해지고, 털은 기름을 바른 듯 반짝인다. 또 비만한 쥐는 보통 쥐들보다 당뇨와 암에 걸리는 일이 더 빈번하다."

스클래퍼니 교수의 쥐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설탕과 지방의 조합이었다. 이 부분에서도 쥐는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과식을 하고 비만 상태가 되는 데는 두 물질 중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사실이 왜 저지방 식품도 인류의 비만 유행병을 가라앉히지 못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물론 동물실험 결과를 단순히 인간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실험 결과는 설탕이 비만 형성에 결정적 역활을 한다는 설을 뒷받침한다"고 스클래퍼니 교수는 말했다.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춘제 기념 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설탕으로 만든 과자를 맛보고 있다. 뉴시스 신화
마약처럼 뇌 기능 마비시켜 폭식 유도

인간과 쥐는 도대체 왜 설탕에 대해 자기제어를 쉽게 상실하는 것일까? 스클래퍼니 교수는 "설탕은 뇌에서 중독성 마약 같은 활동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설탕의 나쁜 특성이 더해진다. 설탕은 식욕을 자극한다. 흡수되기 전에 먼저 장에서 분해되거나 변환돼야 하는 지방, 단백질, 또는 복합 탄수화물과는 달리 설탕은 혈액 속에 직접 흡수된다. 그러면 혈당량이 높이 치솟고 인슐린 호르몬에 의해 제어돼 다시 빠르게 혈당량이 낮아진다. 그리고 배고픔도 같이 돌아온다. 그 때문에 설탕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식품 업체의 처지에서는 되도록 많은 제품에 단맛 성분을 첨가하는 것이 영리한 짓이다.

과도한 분량의 설탕 섭취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일종의 내부적 차단벽은 진화생리학 측면에서 보면 전혀 필요치 않았다. 스클래퍼니 교수는 "자연상에서 달콤한 맛은 뭔가 열량이 많고 독이 아니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1만 년 전에는 달고 열량이 많은 음식은 귀중하게 즐겨야 하는 흔치 않은 선물이었다. 이는 인간이 단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우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는 소리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루뱅가톨릭대학에 있는 실험실에서 생물학자 얀 횐스는 이미 1981년부터 자연적이고 칼로리가 없는 설탕의 대안물질을 만들고 있다. 그가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식물은 스테비아 레바우디아나라고 한다. 이 식물의 원산지는 파라과이와 브라질 사이의 국경지대로 사탕수수나 사탕무로 만들어진 설탕보다 최대 300배 더 달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 그리고 미국과 스위스에서도 스테비아로 단맛을 낸 식품을 몇 년 전부터 구입할 수 있다. 반면 고향인 벨기에에서 횐스는 30년 동안 최고의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지난해 12월 이 식물로 만들어진 단맛 성분 스테비올글리코사이드가 유럽연합(EU)에서도 허용됐다. 횐스는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오직 유럽의 설탕산업계가 온 힘을 다해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U도 뒤늦게 대체물질 허용

횐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설탕을 먹지 않는다. 대신 그는 스테비아 가루, 스테비아 음료수, 스테비아 맥주, 스테비아 초콜릿을 시험해보고 있다. 집에서 아내와 그는 모든 음식과 음료의 단맛을 스테비아로 내고 있다. 오직 커피만 예외다. "아무래도 커피에 섞을 때는 차에 섞을 때처럼 맛있지 않다." 이 기적의 식물 맛에는 어차피 일단 사람들이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물학자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한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한쪽에는 횐스의 스테비아 단맛 성분이 작은 더미로 쌓여 있고, 그 옆에는 입자가 굵은 크리스털 설탕 한 팩을 쏟아놓았다. 스테비아 더미는 설탕 옆에서 좀 초라해 보였다. 스테비올글리코사이드는 엄청난 당도로 인해 아주 미세한 분량의 가루만 필요하다. 질량을 만들기 위해 이 식물 추출물에는 대부분 첨가제가 가미된다.

스테비아 가루는 묘하게 무딘 맛이었다. 작은 덩이와 미세한 가루가 있었는데, 그중 한두 개를 혀끝에 대기만 해도 일종의 단맛 폭발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다. 격렬하고 거의 맵다시피 한 날카로운 단맛으로 약간 쓴맛도 나는 것이 라크리츠(검은색 젤리형 감초 과자)의 맛과 비슷했다. 스테비아 가루의 맛은 혀와 입안을 가득 채우고 계속 혀끝에 붙어 남아 있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설탕 제조 업체인 브라운슈바이크의 기업 노르트 주커(북부 설탕)는 조만간 스테비올글리코사이드를 사용한 첫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 대변인 클라우스 슈마허는 "우리는 스테비아를 설탕의 경쟁 상대라기보다 인공감미료의 경쟁 상대로 본다"고 말했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건강에 민감한 대중을 고려하면 스테비아와 설탕의 조합이 흥미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청량음료나 요구르트 혹은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 Der Spiegel 2012년 36호 Die süße Droge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