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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끊긴 유로호, 태풍 속으로
[Issue]위기의 유로존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리처드 볼드윈 Richard Baldwin economyinsight@hani.co.kr

리처드 볼드윈 Richard Baldwin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정책국장

전형적인 재정위기로 시작됐던 그리스 위기가 빠르게 유로존 전체의 위기로 확산된 이유는 유럽 금융시장의 통합으로 정부나 은행의 대규모 지급불능 상황이 벌어지면 곧바로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유로존 위기를 초래한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외부 요인으로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꼽을 수 있다. 2007년 8월 미국에서 불거진 서브프라임 위기는 2008년 9월 세계적 금융위기로 변모했다. 이 금융위기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유로존에 큰 긴장을 유발했다. 첫째,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이 재정 수지를 악화시킨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수요를 늘리면서 유로존 각국의 재정 적자를 확대시키거나 공적 채무를 증가시켰다. 둘째, 과열된 주택시장에 직접적으로 또는 파생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던 유로존의 은행들이 세계 금융위기에 휘말리며 급속히 부실화됐다.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소홀

특히 2008년 9월에 세계적으로 신용시장이 급속하게 경색되며 유로존 은행들이 겪은 자본조달 애로는 위기 전파의 촉매로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급박한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유로존의 각국 정부는 어느 은행이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어느 은행이 자본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예외적이기는 하나 개연성이 있는 부정적 사태에 대한 금융기관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하는 다양한 기법을 통칭하는 용어)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내부 요인으로는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부채에 대한 유로존 중심 국가(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벨기에·네덜란드) 은행들의 위험 노출도가 컸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유로존의 정치 지도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그리스가 자국의 부채 문제에 독자적으로 대응하도록 허용하지 못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리스가 독자 대응에 나섰다가 실패해 PIGS 중 다른 국가에 위기를 파급시킨다면 유로존 중심 국가들에 심각한 은행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유로존 중심 국가들의 은행 부문이 PIGS의 부채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았다면 그리스 위기는 한 나라의 문제로 머물렀을 것이다.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을 두루 감안하면, 2010년 봄에 유로존이라는 배가 위기의 태풍 속으로 돌진하게 된 원인은 결국 그 배의 돛대를 지탱해주던 밧줄 3개가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유로존의 재정 규율 기준이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규모가 큰 유로존 국가들의 거의 절반이 정부 부채 또는 재정 적자가 마스트리흐트조약 기준을 넘은 상태에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시기(2007~2010년)를 맞게 됐다.
둘째, 대외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소홀해지면서 유로존의 여러 나라에 대규모 경상수지 불균형이 초래됐다. 이런 경상수지 불균형은 주로 유로존 중심 국가 은행들의 자금으로 메워졌다. 그 결과 유로존 내 주변 국가에서 부채 위기가 일어나면 그 중심 국가에서 은행 위기가 초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셋째, 유로존은 은행들에 대해 2007년 이전에는 적절한 규제를 하지 못했고, 이어 2008년 이후에는 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이에 소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중심 국가 은행들을 포함해 유로존 전체 은행들의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해졌다.
 
허약한 돛대, 그리스가 불 붙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그리스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위기를 촉발시켰다. 2009년 10월에 집권한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전임 정부가 조작한 숫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2.7%임을 알게 되자 부랴부랴 재정 긴축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그리스 부채(국채)에 대한  금리 수준은 크게 높아졌고,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이어 민간 투자자들까지 대거 ‘그리스 팔기’에 나서며 그리스 위기가 발발했고, 앞서 말한 유로존 내 상호의존 관계라는 경로로 위기는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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