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미국 압박에 맞서는 중국-이란 '석유동맹'
Business ● 이란 최대 외국계 석유회사로 떠오른 페트로차이나
[31호] 2012년 11월 01일 (목) 왕샤오충 economyinsight@hani.co.kr

   
한 노동자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550km 떨어진 바스라의 한 유전에서 밸브를 작동하고 있다. 이라크의 아흐다브·할파야·루마일라 3대 유전과 이란의 북아자데간은 페트로차이나의 4대 중점 프로젝트다. 뉴시스 AP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페트로차이나)가 이란 최대의 외국계 석유회사로 부상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선진국 석유회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페트로차이나는 미국의 제재에 놀라 달아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얻게 될 이익과 손실을 철저하게 저울질하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왕샤오충 王小聰 <신세기주간> 기자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전례 없이 호되게 이루어지던 지난 9월9일,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우방궈 위원장이 이란을 방문했다. 중국 고위 지도층 인사로서는 올해 들어 첫 이란 방문이었다. 이번 방문에는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페트로차이나) 줘지핑 대표이사도 함께했다. 그들은 이란에서 3일을 머물렀다. 주요 일정은 두 나라 간의 석유 협력에 대한 토론이었다. 9월11일 중국 방문단은 이란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페트로차이나의 석유 시추 작업반이 이란 서남부의 한 유전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지켜봤다.

3~4년 전만 해도 이란의 천연오일가스 영역에 투자한 외국 석유회사는 10여 곳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이란 경제제재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서구 석유회사들은 모두 철수했다. 결국 끝까지 남아 현장을 지키던 페트로차이나가 이란 최대의 외국계 석유회사가 됐다.

페트로차이나는 이란의 유전 개발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페트로차이나는 이란에서 4개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페트로차이나가 맡고 있는 아자데간 지역의 지상 유전은 이란 최대 유전이다. 특히 페르시아만 사우스파스와 노스파스 지역의 가스전을 서로 연결하면 이 역시 이란 최대의 해상 가스전이 된다.

하지만 1개월 전 이란 현지 매체는 페트로차이나가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전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이란의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는 이미 이란 사우스파스 해상 가스전 제11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물러났고, 사우스파스 가스전에서 가까운 아살루예에서도 작업 인원을 철수시켰다. <신세기주간>이 파악한 바로는, 페트로차이나는 올해 초 이란에서 작업 인력을 줄이기 시작해 사우스파스뿐만 아니라 이란에서 벌여온 3개 중요 프로젝트에서도 인력을 감축했다. 현지에서 작업 중인 한 관계자는 사우스파스 가스전 포기와 관련해 "페트로차이나는 고위층을 보내 이란 쪽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층 접촉으로 유전사업 돌파구 마련

페트로차이나의 줘지핑 대표이사는 지난 9월 중국 정부 고위층의 이란 방문에 동행하면서 이란 석유부 장관 카사미와 이란 국가석유공사 총재 가라바니와 회견했다. 두 나라 석유업계 고위층의 직접적인 접촉 이후 이란 쪽은 중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두 가지 사항에 대해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째는 사우스파스 문제다. 이번 접촉 이후 페트로차이나는 마침내 사우스파스 해상 가스전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수 있게 됐다. 또 한 가지는, 중국 쪽에 불리한 환매계약 가운데 일부를 수정한 것이다.

페트로차이나가 사우스파스에서 철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업적 고민 때문이다. 석유 수출은 이란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오래된 유전의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외국 회사가 잇따라 철수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페트로차이나가 탐사 개발에 더 힘써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계약 조건이 페트로차이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페트로차이나는 만약 계속 탐사 개발에 나설 경우 상업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우스파스 가스전은 페트로차이나가 이란에서 벌이는 나머지 3개 프로젝트와 달리 해상 가스전이다. 해상 가스전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설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천연가스 압축기 같은 핵심적인 설비들을 들여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업 포기를 선택해야 했다.

이란의 자원은 풍부하다. 여기에 경쟁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란의 석유 매장량은 전세계 매장량의 11%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전세계의 16%로 러시아 다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외국 에너지 회사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환대하는 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 석유가스 회사의 투자를 막고 있다.

2009년 페트로차이나는 이란에서 잇따라 3개 대형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이란 제1의 외국 석유회사'라는 지위를 얻었다. 그해 1월 페트로차이나와 이란국가석유공사(NIOC)는 17억6천만달러 규모의 북부 아자데간 유전 개발 계획 협정을 체결했다. 같은 해 8월, 페트로차이나는 25억달러 규모의 남부 아자데간 유전 계약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환매계약이 문제였다. 환매계약은 이란 정부가 1997년 말부터 진행한 42개 광구 공개 입찰공고에서 처음 내놓은 계약 방식으로 지금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환매계약에 따라 페트로차이나는 먼저 가스전 건설에 자본을 투입한 뒤 이란이 정한 기준에 도달한 뒤에야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다. 이후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페트로차이나와 관계 없다는 점도 보증해야 했다.

중국석유공정건설공사(CPECC) 이란 지사의 장하오는 논문을 통해 환매계약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2004년 2월 일본국제석유회사와 이란국가석유공사가 아자데간 유전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총투자금액은 28억달러였다. 원래 계획은 2007년 가동을 개시하는 것이었지만 일본국제석유회사는 가동에 앞서 철수했다. 장하오는 "외부에서는 보통 미국의 제재에 따른 것으로 보지만, 실질적 원인은 투자 원가가 예상을 크게 넘어 프로젝트가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란 남·북부 아자데간을 연결하는 거대 송유관 공사 현장. 이란 최대 외국계 석유회사로 부상한 페트로차이나가 공사에 참여했다. 뉴시스 AP

이란 제재, 중국엔 오히려 사업 기회

지난 7월31일 미국은 중국 쿤룬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모든 국제금융기구에 반드시 10일 이내에 계좌를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재정부는 쿤룬은행이 이란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주고 수출신용장을 발급하는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이란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와 함께 취해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은 미국의 이런 조치를 두고 "국제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쿤룬은행은 공고를 내고 "쿤룬은행의 각종 금융 업무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원칙과 함께 정상을 유지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내 법률·법규를 완벽하게 준수할 것이다. 현재 쿤룬은행의 각종 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알렸다.

<제일재정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이란 사이의 수출신용장 개설 업무는 기본적으로 쿤룬은행을 거치고 있다. 쿤룬은행의 전신은 신장웨이우얼주의 커라마이시 상업은행으로 2009년 4월 페트로차이나가 사들여 이듬해 이름을 바꿨다. 지난 3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유럽연맹의 제재를 받은 이란은행에 대해 외국환 거래 시스템 중지를 선언했다. SWIFT의 시스템은 국제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은행 역시 이미 SWIFT에 가입해 있어 SWIFT의 조치는 중국과 이란 두 나라의 금융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구 가스전 설비의 이란 유입이 막혔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란이 설비 부족으로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란에서 유전 작업을 하는 중국 쪽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지상 유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반대로 중국 설비를 이란에 수출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페트로차이나가 남부 아자데간에서 사용하는 착정기(유전 광구를 파는 기계)는 중국산이다.

미국의 금융거래 제재 조치는 실제 쿤룬은행의 이란 결산 업무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과 이란 양국 간의 원유 무역량이 감소할 경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올 것이다. 지난 7월1일 미국과 유럽의 이란 제재가 효력을 발생한 이후, 이란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은 미국과 유럽 보험회사의 보증을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국가의 유조선들이 이란 원유 수송을 원하지 않게 됐다.

현재 중국과 이란의 원유 무역 운송은 주로 이란 유조선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유조선 보험 제재는 이란의 원유 수출에 큰 타격을 줬다. 이란의 8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90만 배럴로 이는 6개월 전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만약 중국과 이란 양국의 원유 무역량이 계속 위축돼 이란 쪽이 쿤룬은행에 지급하는 달러가 감소한다면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쪽 회사는 직원 급여는 물론 투자액 회수 등에도 모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중국과 이란의 자금 거래가 달러나 유로화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과 유럽의 금융제재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달러나 유로화로 거래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이란 화폐 리얄로 거래를 하는 것은 중국의 처지에서 위험부담이 크다. 결국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은 인민폐가 될 것이다. 페트로차이나의 한 내부 인사는 "페트로차이나 고위층과 이란 정부의 협의 가운데 인민폐로 거래를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상의 금융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페트로차이나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중국이 이란 오일가스전에 투입한 금액은 100억달러 안팎이다. 이 가운데 지난 6월까지 페트로차이나의 이란 투자는 10억달러 정도다. 페트로차이나는 이 가운데 5분의 1을 이미 회수한 상태다. 하지만 투자 위험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남수단의 경우는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다. 수단과 남수단 간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현지의 페트로차이나 원유 광구는 10여 년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줘지핑 페트로차이나 대표이사는 올해 홍콩페트로차이나 투자자 보고회 자리에서 "페트로차이나는 앞으로 해외투자 때 위험을 중시하고 이를 식별해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제 에너지업계의 저명한 분석가이자 <황금의 샘>(The Prize)의 저자 다니엘 예긴은 지난 9월18일 <신세기주간>과의 인터뷰에서 "페트로차이나가 정치적 위험이 높은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회사는 무엇보다 투자 조합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란과 수단을 같은 선상에 놓고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략상 포기할 수 없는 이란 시장

페트로차이나의 한 내부 인사는 "설령 전쟁의 먹구름이 더 퍼져가고 환매계약 조건이 가혹하더라도 이란은 전략상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2010년 말까지 페트로차이나가 확보한 해외 산유량은 5천만t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그 규모는 배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페트로차이나가 전략적 돌파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동 지역에서의 전략적 돌파구는 바로 이란과 이라크다. 이라크의 아흐다브·할파야·루마일라 3대 유전과 이란의 북부 아자데간은 페트로차이나의 4대 중점 프로젝트다. 현재 북아자데간에서는 이미 1단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남아자데간의 잠재력도 거대해 1단계 건설만으로 연간 1600만t 생산이 가능하다.

페트로차이나는 전체적으로 볼 때 이란 문제에 대해 인내하며 실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힘써왔다. 그들은 결코 미국의 제재에 놀라 달아나지 않았다. 이익과 손실을 저울질하며 중국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얻어낼 수 있었다.

ⓒ 新世紀週刊 2012년 38호(제520호) 中石油的伊朗平衡犬 번역 박근애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