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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까지 기업으로 달려가는 독일 정계
Special Report Ⅰ● 공직 발판으로 돈벌이 나선 정치인들 ①
[31호] 2012년 11월 01일 (목) 랄프 베스테 외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정치인들은 공직을 그만두기 전부터 돈을 많이 주는 기업으로 갈 준비를 한다. 공복으로서 민의를 반영하는 것은 뒷전이고 로비스트 역할에 더 열심이다. 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신속하기 이를 데 없다. 이미 준비가 다 돼 있었다는 듯이 며칠, 몇 주 만에 해치운다. 정부나 의회는 뒷짐을 지고 있다. 좌파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정치인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자신들의 정치 인생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_편집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오른쪽)는 2005년 임기가 끝나자마자 노르트스트림 감독위원회 의장으로 달려갔다. 2004년 정상회담에서 만난 슈뢰더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겨레 자료

콜·슈뢰더 전 총리 비롯해 장차관들 잇달아 기업행… 정부와 정당은 뒷짐지고 수수방관

처음에는 정치를 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록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한다. 그리고 베를린 정계는 민망할 정도로 이 도덕성의 타락이 중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랄프 베스테 Ralf Beste 위르겐 달캄프 Jürgen Dahlkamp <슈피겔> 기자

독일 베를린 시프바우어담에 있는 한 콘크리트 빌딩 2층에 자리잡은 12m²의, 안내 데스크도 없이 그저 얼룩진 천연 벽지로 도배된 작은 방. 난방비를 포함해 240유로의 월세를 내는 이곳이 바로 베를린의 로비컨트롤(LobbyControl) 사무소다. 국제투명성기구와 함께 독일 정계의 청렴도를 감시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단체다.

이 작은 방에서 한달 월급이 세금을 포함해 2604유로인 정치학자 티모 랑게(30)가 정치인들이 해도 되는 일이 무엇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누군가 또다시 지켜야 할 올바른 태도를 무시할 때 세심하게 그것을 기록하는 것뿐이다.

몇 년 동안 각 부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었던 인물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순식간에 민간 기업체로 간 사례. 정계 은퇴자가 체면 유지를 위한 휴지 기간을 두지 않고 얼마 전까지 자신이 관여하던 분야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즉시 재계로 가버린 사례. 자신이 공직에서 지냈던 세월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인맥, 국민이 그에게 보여주었던 신뢰, 정부의 일 처리와 의사결정 경로에 대한 내부자로서의 지식을 돈으로 바꾸는 사례. 이 모든 것을 과거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최근 몇 년간 연방과 각 주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차츰 당연한 일이 돼가고 있다.

<슈피겔>은 1969∼1982년에 재직한 모든 전임 연방 장관들의 경력을 2000년 이후 재직한 장관들의 경력과 비교해보았다. 모든 정당들에 최근 5년간 이런 형태의 자리 이동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이를 위해 법 제정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재계로 바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과거보다 오늘날 훨씬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장관과 국회의원들에게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규정은 실제 상황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전임 정치가와 전임 공무원들이 누구를 위해 로비 작업을 하는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상당히 뒤처져 있다. △그럼에도 두 거대 정당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치인, 공직자 거리낌 없이 기업행

그 와중에 새로운 이름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시즌의 이름은 에른스트 우어라우다. 2011년 말까지 연방정보국 국장으로 재직한 그는 지난 2월부터 도이체방크의 리스크 자문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2011년 11월까지 바이에른주의 재무장관직을 맡다가 지난 5월부터 독일 저축은행 및 지로 연합회 회장이 된 게오르크 파렌숀도 있다. 2011년의 리스트에는 현재 JP모건체이스에서 일하는 전 연방 경제부 차관 베른트 파펜바흐, 현재 DKV 의료보험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전 헤센주 소비자보호부 장관 질케 라우텐슐레거, 지금은 독일연방 산업협의회의 총괄본부장이 된 전 연방 재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쿠스 케르버가 있다.

도덕 수호자와 도덕 파괴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불공정하다. "재계에서는 그들의 이익 실현을 위해 이런 사람들을 돈으로 사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유혹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티모 랑게는 그의 관찰 결과를 이야기했다. 사회민주당(SPD) 의원 마르코 뷜로프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연방의회 안에서 이런 민망한 자리 이동을 비판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과거에 빌리 브란트(제4대 총리·SPD) 같은 정치가가 노르트스트림을 위해 일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제7대 총리·SPD)처럼 가스 파이프라인 회사를 위해 로비스트로 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제3대 총리·기독교민주연합(CDU))나 헬무트 슈미트(제5대 총리·SPD)가 현대 정치인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당시에도 개별적인 타락 사례는 있었다. 반대로 보자면 오늘날에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CDU)나 빈프리트 크레츠만 연방 상원 의장(녹색당)이 언젠가 가장 돈을 많이 제시하는 곳에 자신을 팔아넘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많은 정부 공직자들에게 이런 종류의 은퇴는 여전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사이 민망한 한계선을 넘은 사례가 많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단지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취업 금지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누구도 정치인들이 은퇴한 뒤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거나, 그냥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낫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정치는 기한이 있는 직업이다. 따라서 임기가 끝난 뒤 품위 있게 퇴장할 방법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이 허용돼야 하느냐,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빠르게 허용돼야 하느냐에 대한 규정과 질문에 관한 것이다. 퇴임자가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정계에서 일했던 바로 그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얘기다. 이 사안에 대한 방침, 법, 행동 규정에서 영국·캐나다·미국 같은 나라들은 물론 심지어 유럽연합(EU)마저 독일보다 훨씬 앞서 있다.

댐은 언제 무너졌는가? 아마 헬무트 콜(제6대 총리·CDU) 때부터일 것이다. 1999년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집권기간 동안 상업방송 육성 정책으로 큰 이득을 얻은 영화·방송계의 거물 레오 키르히의 고문이 되었다. 키르히는 콜에게 자문 대가로 연봉 60만마르크 이상의 고용계약을 제시했다. 당시 콜이 늙고 돈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뒤 새로운 SPD-녹색당 연정은 콜 정부에서 하던 것과 모든 것을 다르게 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정치가들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2003년 베르너 뮐러 사건에서 밝혀졌다. 뮐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기업 경영자로 일했다. 그는 4년간 경제부 장관으로 일한 뒤 루르석탄AG의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이런 사례는 연이어 발생했다. 슈뢰더 정부에서 총리실 장관이던 한스 마르틴 부리는 리먼브러더스로 자리를 옮겼고, 은행 감독 분야 재무차관이던 카이오 코흐 베저는 도이체방크의 고문이 됐다.

하지만 가장 냉정하고 대담하게 진영을 바꾼 사람은 슈뢰더였다. 2005년 9월 연방의회 총선 패배 10일 뒤 가스프롬, E.ON 그리고 BASF가 발트해를 통과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이 서명됐다. 그 자리에는 슈뢰더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있었다. 둘은 함께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를 이뤄냈다. 그리고 100일도 지나지 않아 슈뢰더는 파이프라인협회 감독이사회 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슈뢰더는 파이프라인이 독일에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새 파이프라인 계획에서 무시당하고 한 독일 총리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껴 독일-폴란드 관계에 긴장이 감돌았던 것은 슈뢰더에게 단지 감당할 만한 부수적인 피해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이후에도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계속 양면적이다. 슈뢰더는 열정적으로 의심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그의 친구 푸틴과 러시아를 비판으로부터 보호했다. 이런 그의 행동은 푸틴의 무제한적인 신뢰로 보답받았다. 그래서 푸틴의 제국에서 독일의 이권을 위해 나설 수 있는 독일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슈뢰더다. 이는 독일 경제에 상당히 좋은 일이다. 슈뢰더 자신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노르트스트림 감독위원회 의장직으로만 그는 연간 25만유로를 받는다. 그는 경제잡지 <매니저 마가진>과의 인터뷰에서 "내 지식을 하노버의 지방법원보다,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론의 비난은 짧고 기쁨은 길다

이것만 해도 뻔뻔스러움의 정도가 아주 높지만 마티아스 베링거는 이마저도 넘어섰다. 2006년 2월 녹색당 의원이던 그는 연방의회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연방을 상대로 한 분쟁에서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루르석탄에 자문을 해주는 슈뢰더를 심하게 비난했다. "나는 이와 같은 행동을 심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베링거는 분노했다. 하지만 슈뢰더의 행위만큼이나 분노를 살 만한 일이 바로 1년 뒤 그가 정치계에서 은퇴한 방식이었다. 슈뢰더 정부에서 정무차관으로 건강한 식생활이란 주제를 담당하던 그는 어디에 취직했는가? 초콜릿 제조업체인 마르스였다.

비난은 짧고 즐거움은 길다. 대담하고 빠르게 더러운 도약을 해내는 사람은 그 행위에 대한 타인의 분노가 길지 않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아도 된다. 벌써 다음 사람이 나타났다. 힐데가르트 뮐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실 장관에서 독일연방 에너지·수자원 관리협회로 자리를 옮겼고, 전 교통부 장관 마티아스 비스만은 연방의원 임기가 끝나자마자 즉시 자동차산업협회에 고용됐다.

ⓒ Der Spiegel 2012년 37호 Silberfüchs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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