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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택스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Emerging]
[3호] 2010년 07월 01일 (목) 샬리니 S. 다게르 Shalini S. Dager economyinsight@hani.co.kr

샬리니 S. 다게르 Shalini S. Dager <비즈니스 투데이> 기자
 
5월31일 월요일 오후, 보다폰 인터내셔널은 16개월 동안 기다리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인도 국세청의 소득세 담당부서가 보낸 이 통지문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과 인도 과세 당국 간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 싸움은 앞으로도 최소한 수년 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양쪽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국세청이 최근 보다폰에 보낸 통지문은 무려 3천 쪽에 달했고, 보다폰도 이에 질세라 2천 쪽에 육박하는 반박문을 보냈다. 논쟁의 핵심은 뭄바이에 소재한 이동통신업체 허치슨에사르의 지분 3분의 2를 109억달러에 매수한 보다폰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영국 보다폰 그룹의 계열사인 보다폰 인터내셔널이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서 홍콩 허치슨왐포아가 경영권을 가진 지주회사의 지분을 인수했다. 인도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두 외국 회사가 해외에서 맺은 거래였다.
영국 런던 외곽에 본사를 둔 보다폰은 당시 인도의 세법 기준으로는 이 거래에 과세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통지문을 받은 보다폰은 “허치슨은 이 거래에 대해 세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고, 우리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세금을 납부할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다폰과 20억달러 과세 전쟁
인도의 고위 세무공무원들은 ‘형식보다 실질을 우선’해야 한다며 보다폰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맨제도에 있더라도 그 지주회사의 기본 가치는 대부분 인도에 귀속되기 때문에 인도 자본소득세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직접세 부과 구조를 정비하기 위한 인도의 ‘직접세법’(Direct Taxes Code) 초안은 ‘일반적 조세회피 규정’(General Anti-Avoidance Rules)의 적용을 받는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현재 과세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인도 법원이 과세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세금은 2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폰의 사례는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초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결과가 선례로 자리잡을 수 있어 영국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국 대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빠른 속도로 편입되고 있고,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를 찾는 외국 기업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논쟁은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들은 인도의 관료적 형식주의를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집행과 관련해 이중과세와 국가 개별 적용을 피하기 위한 복잡한 국제조약이 상당수 존재한다. 인도에서 논쟁이 되는 사안은 몇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서로 연관돼 있다(<표> 참조).
인도 과세 당국이 걱정하는 국제법은 바로 ‘인도-모리셔스 조세조약’으로, 외국 기업과 관련해 가장 의견이 분분한 규정이다. 1983년에 체결된 이 조약에는 모리셔스(인도양 남서부에 있는 섬나라)에 등록된 회사가 실현한 자본소득에 대해 인도 정부가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모리셔스가 자본소득이나 배당에 대해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모리셔스에 등록된 기업들은 전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케이맨제도나 키프로스 같은 다른 조세피난처들 역시 다른 나라와 비슷한 조세조약을 맺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이 가장 유리한 조세제도가 갖춰진 나라를 찾아다니는 ‘조세조약 쇼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 기관투자자, 주식 매도로 반격
인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44%는 모리셔스를 경유해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인도 과세 당국은 몇 번이나 이 조세회피 조항을 변경하려고 했다. 2000년 당시 모리셔스에 등록된 기업에 조세회피 혐의를 제기하자 증시가 급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다수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이 경로를 통해 인도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약을 수정하려는 시도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인도의 세법이 까다롭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모리셔스나 다른 조세피난처의 조약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이 끝없이 이뤄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가 무리하게 세금을 적용한다고 인식될 때가 많다. 이는 인도에 고정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를 판정할 때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외국 기업이 고정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면 과세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납세 의무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정책집행센터의 제프리 오웬스 국장은 “일부 외국 기업들은 인도에서의 사업이 영속적이지 않은데도 과세 당국이 고정 사업장으로 간주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사례를 보자. 2010년 2월, 외국기업 및 비거주자들에게 부과된 세금 논쟁 해결을 위한 준사법기관인 ‘사전예규 당국’(AAR)은 물류서비스 업체가 소유한 창고의 구획된 공간도 고정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며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컴퓨터 스토리지업체 시게이트의 싱가포르 지사와 관련된 예다.
하지만 사법절차는 보통 외국 기업에 유리할 때가 많다. 2008년 1월 인도 대법원은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인도에 고정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건스탠리 인도지사가 비영업 부문에서 거둔 글로벌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AAR의 판결을 확정했다. AAR는 지난 1월, 프랑스 글로벌 기업인 다소시스템 역시 인도에 고정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인도에서 소프트웨어 패키지 판매에 대한 로열티를 받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AAR가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면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지적재산으로 분류해 그 로열티에 과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법 전문가들은 조세법 수정안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회계연도 막바지로 갈수록 과세가 늘어난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되레 외국 기업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세무공무원은 외국 기업이 법의 역동성을 주문하면서도 자신들은 고정 사업장의 낡은 개념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공무원은 “모든 국제 관행은 공평해야 하는데,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이 사업 방식을 바꿨으면 고정 사업장의 정의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주로 세법 규정의 집행 방식을 문제 삼는다. 뉴델리의 로펌 ‘바이쉬 어소시에이트’의 선임파트너 아제이 보흐라는 “잘못된 것은 법이 아니라 집행 방식”이라고 말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분쟁을 해결하는 권한이 세무공무원들에게 있으며 항소가 거의 없는 데 반해, 인도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다수 변호사들은 세법이 개정되더라도 집행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정 사업장 낡은 개념 바꿔야”
   
 
외국 기업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며, 불확실성과 행정절차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다국적기업의 한 세무담당 임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용의 확실성인데, 과세 당국이 그에 대한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아마도 인도에서 가장 덜 진보적인 기관은 국세청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뿐 아니라 인도 기업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분쟁 해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회계법인 어니스트앤영의 파트너 프라샨트 카토레는 “안타깝지만 인도의 소송절차는 너무 느려서 그 누구도 일정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언제 어떻게 소급 적용을 통해 그 결정이 뒤집힐지 알 수 없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담배 제조업체 ITC의 유명한 사례를 보자. 17년간 지루하게 이어진 사법절차가 마무리되자 인도 정부는 개정법을 소급 적용해 ITC의 손을 들어준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 결국 ITC는 수십만루피의 환급 신청을 포기하는 데 합의했다.
 
고통에 가까운 소송 속도
납세의무에 대한 불확실성은 기업 가치의 평가와 거래 구조, 면책조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결정에도 큰 영향을 준다. 보다폰 사례에 정통한 사람들은 보다폰이 소송 기간을 줄이려고 과세 당국과 AAR에 항소하는 과정을 피해 2007년 뭄바이 고등법원에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한다. 조세심판원과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면 분쟁 해결에는 보통 10~15년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경로를 피한 보다폰은 그 기간을 5년 미만으로 단축하고, 과세 당국이나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때 세금의 절반을 정부에 예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현재 ‘분쟁조정위원회’는 과세 당국은 물론 납세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과세 당국은 탄원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납세액 전체에 대한 집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 다른 방식이라면 분쟁이 최종 해결되기 전이라도 납세액의 최대 50%는 징수할 수 있다. 반면 납세자는 위원회가 세무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한다.
과세 당국을 변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인터뷰한 고위 세무공무원은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요즘에는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국가가 몇 곳 되지 않는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데 왜 그러한 상식을 깨려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과세 당국은 보다폰과 비슷한 사례 400건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에 위치한 다국적기업의 수와 규모가 커지면서 그 사업 규모 역시 증가세에 있다. 많은 거래가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면서 과세 당국이 정당한 세원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거래에 대한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분쟁 해결 과정을 더 단순하고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2004년 대법원이 ‘조세조약 쇼핑’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조세회피 조항에 대한 인도의 불만은 여전하다.  OECD의 오웬스 국장은 “조세피난처의 전성기는 이제 끝나가고 있으며, 국외에서 발생하는 조세회피에 대한 정치적 관용 역시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명한 세리장의 선택은
흥미로운 사실은 OECD 비회원국 간의 협상과 관련해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의 움직임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보다폰의 사례가 인도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후, 중국은 이와 비슷한 거래에 대처하기 위해 자국의 세법 규정을 수정했고 인도네시아 역시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세율은 10%에서 25%로 높아지며, 한국 역시 몇 년 전 사모펀드 기업들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들은 법률 수정안을 소급 적용하는 나라는 인도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도 과세 당국은 합법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을 일일이 추적해나가기 전에 고대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카우틸랴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현명한 세리장(稅吏長)은 세금을 거두되 생산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세 당국과 의견 일치를 볼 때까지 외국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할 전망이다. 
ⓒ Business Today
번역 김지연


미국의 애거시는 영국에 세금을 냈다

   
 
인도 과세 당국은 은퇴한 프로 테니스선수 앤드리 애거시의 선례가 보다폰과 허치슨의 거래에 자본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뉴델리의 한 고위 세무공무원은 “인도에서의 선례는 1946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영국과 미국의 최근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2006년 5월, 애거시는 외국 기업인 나이키와 헤드로부터 받은 현금에 대해 영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윔블던 테니스대회와 다른 영국 토너먼트에서 이들 제품을 후원받아 선전했기 때문이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나이키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헤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애거시의 회사 ‘애거시 엔터프라이즈’에 돈을 지불한 것이지만, 국내 사안에 대한 항소심을 다루는 영국 ‘최상고심 재판소’의 상원 상임법관들은 그래도 애거시가 영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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