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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당국 머리 위서 노는 스위스 은행들
Special Report ● 탈세 정보 둘러싼 각국 정부와 스위스 은행의 신경전
[30호] 2012년 10월 01일 (월) 마티아스 바르치 외 economyinsight@hani.co.kr

   
에벨린 비트머슐룸프 스위스 재무장관(왼쪽)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지난해 9월 두 나라가 체결한 조세협정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유럽 국가들, 은행 직원이 빼돌린 고객 명단 사들여 탈세 추적… 미국은 힘으로 압박

세무 당국은 자금 도피 정보를 담은 자료를 입수해 많은 검거 실적을 올리고 도피자들의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아직도 조세협정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 역시 스위스와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강경 방침으로 스위스 은행에서 고객정보를 넘겨받는 등 사실상 항복을 받아냈다. 독일에서도 정책 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마티아스 바르치 Matthias Bartsch / 알렉산더 노이바허 Alexander Neubacher / 고르돈 레핀스키 Gordon Repinski / 마티유 폰 로르 Mathieu Von Rohr / 바바라 슈미트 Barbara Schmid / 그레고르 페터 슈미츠 Gregor Peter Schmitz <슈피겔> 기자

현대의 정보기술(IT)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소형 매체에 담아 외국으로 빼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IT의 발달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2000년 초 보훔 검찰청이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의 기탁자 헤르베르트 바틀리너의 정보가 담긴 CD를 입수했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친구였던 그의 고객에는 팔레비 전 이란 왕의 왕비 소라야와 독일 승마선수 파울 쇼케묄레도 포함돼 있었다.

탈세 정보 CD를 거래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탄생했다. 2007년 리히텐슈타인(LGT)은행의 전 직원 하인리히 키버는 리히텐슈타인의 LGT은행 고객 데이터를 460만유로에 독일 국세청에 팔았다. CD 정보를 바탕으로 독일 국세청은 당시 독일 우체국의 최고경영자(CEO)인 클라우스 춤빙켈을 탈세범으로 구속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스위스의 고객 1500명의 정보가 담긴 CD가 당국에 입수됐다.

데이터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협 효과였다. 발각될까봐 두려운 나머지 세금도피자 수천 명이 자진신고를 했고, 독일 국고에는 수십억유로의 돈이 들어왔다. 이런 식으로 뒤셀도르프주 재무장관 발터 보얀스는 올여름 영국 런던 쿠츠은행, 스위스 취리히의 UBS, 그리고 스위스 메릴린치투자은행의 정보가 담긴 3개의 탈세 정보 CD를 구입했다. 추정에 따르면, CD 정보를 통해 독일 국고에 150억유로의 세수가 추가로 들어올 것이다.

과거에는 각 연방주가 CD 구입 여부를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지금은 정보 구입이 국가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판매를 위해 나온 CD에 쓸모 있는 정보가 담겨 있으면 세무조사관들이 해당 연방주의 장관에게 구입을 제안하고, 그 뒤 대부분 본에 있는 독일연방 중앙세무서가 개입한다.

이 자료를 통해 얻는 정보는 돈값을 한다. 클라우스 헤르만 라인란트팔츠주 세무조사관은 "우리는 스위스 은행들이 협정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헤르만은 정치가가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그가 속한 연방주의 세무조사 분야 최고 책임자로 승진한 공무원이다. 그는 협정이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을 보장하고, 그를 통해 독일 세금도피자들의 익명성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스위스 은행들은 앞으로도 독일 세금도피자들과 비밀리에 거래를 계속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스위스 처지에서 보면 몇십억유로 단위의 예치금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스위스 금융기관들이 이 돈을 계속 관리하고 싶으면 고객에게 상당한 부가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인들은 자신의 재산을 독일로 다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고객 정보 담긴 CD 공공연히 거래

스위스의 은행 상담가들은 많은 고객들에게 최소한 이자 수익에 대한 원천징수 세금만이라도 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리히텐슈타인이나 다른 세금도피처에 현지인 기탁자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일 고객의 이름은 사업 거래 내역에서 완전히 숨겨진다. 그리고 독일 국민이 그 재단법인 뒤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스위스 은행들이 모르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그들은 원천징수 세금을 독일로 송금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절세 모델은 2010년 이후 입수된 탈세 정보 CD를 통해 독일 세무조사관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조사관들은 CD에 반복해서 '배리어 리버스 컨버터블'(Barrier Reverse Convertible) 같은 명칭의 금융상품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독일 공무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 복잡한 증서는 이자에 붙는 세금을 피하기에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한다. 증서에는 비교적 낮은 이자가 붙는다. 하지만 고객에게 약속된 이자 수익의 대부분은 일명 '프리미엄 배당' 형태로 지급된다. 스위스에서 이자에 대해서는 소득세 납세 의무가 있지만 프리미엄 배당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따라서 은행은 유럽연합(EU) 국가의 고객에게서 적은 이자에 대한 세금만 원천징수한다. 세무조사관들이 독일 고객의 스위스 은행 계좌 내역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이 금액뿐이다. 오직 이 돈만 '스위스 은행 고객 비밀 엄수 원칙'에 따라 익명으로 해당 세무 관서에 전달된다.

독일 관청이 그 금액에 만족할지, 아니면 더 파고들지에 대한 위험부담은 고객에게 돌아간다. 스위스 은행들은 계약서의 작은 글씨로 계좌 계설 여부가 전적으로 고객의 책임이라며 고객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한 표준계약 문항에는 '해당 거래는 귀하의 납세 관리 측면에서 귀하 혹은 귀하의 세무회계 상담사의 개별적인 검사를 필요로 한다'고 쓰여 있다.

독일 자산가들의 세금도피를 도왔던 한 컨설턴트가 취리히에 있는 어느 민간 은행의 사무실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함부르크와 바덴바덴의 고객과 계속 교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컨설턴트는 조세협정이 오히려 이 분야의 사업을 활성화시켰다고 여긴다. "우리 고객들은 세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재산을 교묘하게 구성된 위탁 사업체 뒤에 감춘다. 이 컨설턴트가 그의 고객을 위해 창안해낸 복잡한 회사 조합의 어느 구석에 고객 자금이 숨겨져 있다. 이런 회사는 주로 법률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은행가는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비밀 준수 의무 때문에 많은 정보 수집 시도가 벽에 막힌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미국이 증명했다. 탈세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따르는 모토는 '거래하지 않고 체포한다'는 것이다. '탈세 천국' 스위스는 유달리 공격적이라는 평을 듣는 미국 국세청 IRS(Internal Revenue Service)의 의심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2007년 미국은 UBS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UBS가 대규모로 미국 자산가 고객들의 탈세를 도왔다는 혐의였다.

결국 은행은 7억8천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금융기관이 4450명의 고객 비밀 정보를 미국의 역외 탈세 조사관들에게 넘긴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현재 독일과 스위스 사이에서 계획되는 조세협정에 부족한 투명성이라고 비판자들은 말한다. 이후 미국은 압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현재 미국은 11개 스위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소송 제기를 고려하고 있다.

   
독일 부자들의 비밀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위스 취리히의 UBS 정문. 뉴시스 REUTERS

미국은 은행 직접 기소해 정보 입수

심지어 스위스의 전통 있는 은행 베겔린처럼 미국 지점이 없는 은행도 IRS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12억달러의 자금이 비밀 예치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조사관들은 베겔린은행이 실망한 UBS의 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기네 은행은 세세하게 감찰받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며 호객 행위를 했다고 의심한다. 미국 검찰청은 베겔린은행 직원 3명을 직접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최고 5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취리히대학 재무 분야 교수인 마르틴 얀센은 "미국이 압력을 강화하기 때문에 스위스 은행가들은 뱀 앞의 쥐처럼 떨고 있다"고 말한다. 그 뒤 다른 5개 은행이 추가로 1만 명의 직원 명단을 워싱턴으로 보냈다. 외국의 세무기관과 협력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스위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곧 체결되는 워싱턴과 베른 사이의 협정을 통해 협약국에 더 많은 투명성 의무를 지우게 된다. 이 계약은 지금 계획 중인 독일의 조세협정보다 훨씬 허점이 적다. 협약국의 금융기관은 모든 미국 탈세자의 정보를 미국 당국에 공개해야 한다.

스위스 정치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저항을 거의 포기했다. 자국 은행들이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스위스의 재무장관 에벨린 비트머슐룸프는 "우리는 그 협약에 사인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세무기관의 보조자가 되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독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스위스 정치가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13년간 스위스 국민 의회의 일원이었고 스위스 물가감시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사회민주당원 루돌프 슈트람은 "오래 전부터 스위스 은행이 조직적으로 독일인 고객들의 탈세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스위스 조세협정이 탈세자들에게 그들의 돈을 안전하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16개월간 시간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독일은 미국의 모범 사례를 본받아야 할지 모른다. 미국은 은행을 직접적으로 공격해 더 효과적인 결과를 얻어냈다고 슈트람은 말한다. "사경제의 거물을 직접 처벌하는 것이 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 Der Spiegel 2012년 34호 Eine Frage der Ehre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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