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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대공황 때보다 암울한 미국
집중 기획 ● <분노의 포도> 자취 따라가는 미국 남부 지역 민심 기행
[30호] 2012년 10월 01일 (월) 하인리히 벨핑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해 애리조나주 투산의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과 변호사 등이 범인의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AP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에 노숙자 쉼터만 북적… 절망감·두려움·분노에 찬 국민들 미국의 대공황으로부터 80년이 지난 지금 존 스타인벡의 자취를 찾아 서부 캘리포니아로 길을 떠난다.금융위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지만 도시와 거리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노동자 임시 숙소가 노숙자 쉼터로 바뀌었을 뿐이다.당시 희망의 상징이던 캘리포니아는 부채가 늘고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이제 갈 곳이 없다. 하인리히 벨핑 Heinrich Welfing <차이트> 정치부 기자 투컴캐리시는 시카고에서 태평양 연안으로 이어지는 66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텍사스주를 지나 뉴멕시코주에 들어서는 초입에 있다.호객을 위해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달린 모텔 몇 채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하지만 골목 하나만 들어가도 앞뜰에는 찢어진 비닐봉지와 녹슬고 찌그러진 깡통이 황량하게 굴러다니고 있다.덥수룩한 잔디와 잔뜩 약오른 깡마른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지붕 가운데가 아래로 처졌고, 창문에는 합판이 못질돼 있다.마치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 같다.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다.미국은 전쟁을 했고, 여전히 전쟁 중에 있다.그리고 이 전쟁을 위해 매달 수백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우울하게 보이는 집들 뒤로 한없이 넓은 공터가 있다.붉은 땅에 누런 숲, 그리고 독함과 냉혹함. 여기서는 휴대전화마저 울리지 않아 줄곧 침묵을 지킨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매우 정치적이다.여기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그리고 국가도 한없이 작아진다.이 황무지에서는 국가가 멀게만 느껴진다.그 국가는 나라 밖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여기서는 자동차가 필요하다.무기도 필요할지 모른다.교회는 반드시 필요하다.이것들이 없다면 이곳에서 사람이 망가지는 일은 순식간이다. 오클라호마시티를 벗어나자마자 남부의 황폐한 시골이 펼쳐졌다.앞으로 3500km를 가기 전까지는 시골 지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하늘은 깊고 끝없다.붉고 잿빛을 띠는 대지, 드넓은 평지와 텅 빈 시골 마을. 이곳은 흔히 알려진 전원적인 시골 풍경이 아니다. 국가가 멀게 느껴지는 황량한 땅 오클라호마시티는 미국의 중심부에 있다.가장 가까운 멕시코 국경에서 수천km 떨어져 있다.캐나다까지는 자가용으로 16시간이 걸린다.오클라호마시티는 미국 동부 대서양에서 2천km, 그리고 서부 태평양에서는 더 멀리 떨어져 있다.서부 태평양 연안이 나의 목적지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는 미국 심장부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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