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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처럼 '창조적 해체' 하겠다
집중 기획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밋 롬니의 경제위기 해법
[30호] 2012년 10월 01일 (월)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금융위기를 겪은 뒤라 미국 대선을 판가름하는 열쇠는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후보 밋 롬니는 사모펀드 출신 기업가답게 '창조적 해체'를 들고 나왔다. 돈이 안 되면 없앤다는 얘기다. 복지정책이 주요 대상이다. 희생자는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교육·에너지 등에 투자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의 초라한 경제 성적표가 걱정이다. 실업률은 높아졌고 일자리는 그리 많이 늘지 않았다. _편집자

투자자 세금 감면, 국방비 증액, 서민복지 축소, 의료보조제도 개혁 주장하는 제2의 레이건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밋 롬니는 기업 컨설팅과 인수·합병, 구조조정으로 2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이 분야의 전문가다. 기업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그는 이를 국가 정책에도 적용하려 한다. 세율을 내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창조적 해체' 과정에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차이트> 뉴욕 특파원

밋 롬니가 해냈다. 공화당원들은 썩 내켜하지 않았지만 그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왜 내켜하지 않았을까? 롬니가 1만달러 내기를 제안하거나 아내의 차고에 캐딜락이 몇 대 있는지 잘 모른다고 한 발언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고급 빌라와 요트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권력이 높은 자리를 탐내는 부유한 비즈니스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그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롬니는 사실 경제 쪽에서 혁명가에 속한다. 누구도 그처럼 강하게 미국 사회의 틀을 짠 사람이 없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단호한 비즈니스맨의 뒷면에 감춰진 모습, 로널드 레이건 이래 가장 열렬한 자본주의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롬니는 미국이 옛날로 돌아가야 하고, 세금을 획기적으로 감면하고 규제를 줄여야만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롬니의 경력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미국의 산업과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의 스타였다. 1970년대 초반 같이 공부하던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캠퍼스를 누비며 시위를 할 때 롬니는 스프레드시트를 들고 있었다. 졸업 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취직했다.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회사 경영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미국 기업 어느 곳에나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영 컨설팅이 다소 생소하던 때에 그 길을 선택했다. 그와 학교를 함께 다녔고 보스턴컨설팅에서 함께 근무한 하워드 브라운슈타인은 "당시 기업들은 그들이 도전해야 하는 시장이 무엇인지, 그들이 경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분야에서 성장할 기회가 많은지 명확하게 따져보지 않았다. 보스턴컨설팅은 이런 것을 기업에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이는 롬니와 동료들에게 직원·도매상·고객들에게서 정보를 모으고, 계산을 하고, 데이터를 계산 프로그램에 넣어 돌리는 것을 의미했다.

BCG 출신 기업 M&A·구조조정 전문가

경영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업 결과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에 의해 컨설턴트들이 고용되기도 했다. 세계화가 시작되던 때였고, 미국산 제품이 일본 제품과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동시에 오일쇼크가 닥쳤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생산단가는 치솟았다. 노조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했다. 이에 최고경영자(CEO)들은 거대한 기업합병으로 대응했다. 합병으로 세계적인 대기업이 생겼지만 산하 기업들은 협력 없이 그저 물건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기업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컨설팅 회사들은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야 했다. 오늘날 경영자들이 비용 절감, 경쟁력, 시장점유율을 중시하는 게 너무나 당연해서 마치 이것이 자본주의의 근본 요소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1980∼90년대에 영향력 있게 만든 것은 롬니가 속해 있던 집단, 즉 데이터 수집과 계산을 중시하는 컨설팅을 하는 이들이었다.

이것과 똑같은 방안을 이용해 롬니는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한다. 그는 최근 "비즈니스 세계에서 배운 것이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워싱턴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했다. 처음에는 컨설턴트로서, 나중에는 투자가로서 롬니가 체득한 것은 바로 주주가치에 대한 아이디어다. 주주가치란 한 기업의 목표는 주주들에게 늘어난 이익을 배당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롬니는 이런 정신을 누구보다 잘 체득한 사람이다.

보스턴컨설팅에서 밋 롬니는 금방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빌 베인의 눈에 들었다. 베인이 소유한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보스턴컨설팅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데이터와 디테일을 중시하는 뛰어난 회사로 인정받고 있었다. '베인 방식으로 하기'에서 롬니는 곧 모범이 되었고,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곧이어 1983년 베인은 36살에 지나지 않던 젊은 롬니에게 엄청난 제안을 했다. 롬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인수한 뒤 베인의 방식을 이용해 수익성을 높인 다음 거기서 나온 이득을 챙기고 되파는 일을 하게 되었다.

베인앤드컴퍼니의 이 자회사는 베인캐피털이라고 불렸는데 이런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은 사모펀드로 불리는 이런 콘셉트로 이미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하지만 은행가들은 금융만을 이용해 이득을 내고 있었다. 그들은 사들인 기업의 경영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시카고대학 금융전문 교수인 스티븐 케플란은 "베인캐피털과 롬니의 혁신은 금융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 전반을 분석하는 것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젊은 컨설턴트들은 제품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더 효율적이고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자재 구매부터 생산과 공급까지 계산기를 들고 분석했다. 그리고 계속 주주가치 개념을 적용했고, 롬니의 리더십으로 인해 베인캐피털은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됐다. 롬니도 그 시절 2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기업인답게 정치의 '창조적 해체'를 주장하는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전세기의 사다리를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AP

경제 회생 위한 '창조적 해체' 주장

롬니의 정치적 공약을 평가하려면 사모펀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롬니의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은 롬니가 1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해냈다고 주장한다. 이런 성공 신화 중에서 롬니가 즐겨 말하는 것이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에 관한 이야기다. 스테이플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무용품을 사기 위해 쇼핑센터를 자주 드나든 한 상인에게서 나왔다. 중소업체들은 쇼핑센터에 가야만 사무용품을 살 수 있었던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롬니는 여기서 사무용품에 특화된 할인점 체인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베인캐피털 동료들의 회의적인 분위기에도 그는 스테이플스에 투자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현재 스테이플스는 사무용품 공급 체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연간 매출이 250억달러고 직원 8만8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 베인캐피털이 잘 구현했듯이, 사모펀드의 법칙은 창조적인 터보 자본주의(Turbo Capitalism)가 되는 것이라고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말했다. 물론 그는 베인캐피털에 대한 찬사로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작은 문구점과 사무용품 가게들이 스테이플스와 이를 따라 한 사무용품 체인점들로 인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에 저렴한 가격으로 사무용품을 공급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가져왔고 경쟁력을 높였다."

1980년대 사모펀드의 물결은 미국이 세계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블룸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안일하고 몸집만 컸던 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롬니가 베인캐피털에서 거둔 성공을 통해 배운 교훈이다. 저서 <위대한 미국은 사과하지 않는다>(No Apology: The Case for American Greatness)에서 롬니는 "'창조적인 해체'가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꼭 필요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롬니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베인캐피털이 대출을 받아 기업을 사들이고 그 기업에 부채를 지움으로써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비난한다. 가장 논쟁이 되는 기업 매매 중 하나가 1992년 종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암패드를 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새로운 대주주에 의해 임명된 경영자들은 임금과 사회보장연금을 감축하고 수백 명을 감원했다. 1996년 암패드는 상장됐지만 이듬해부터 부채에 시달렸고 이는 적자와 해고, 공장 폐쇄로 이어졌다. 2000년 이 회사는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그사이 베인캐피털과 투자자들은 암패드를 통해 1억달러의 이익을 보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롬니가 베인캐피털에 재직할 때 사들인 77개 기업을 조사했다. 그중 20% 이상이 나중에(초기 투자 이후에) 파산 신청을 하고 대량 해고를 해야만 했다. 베인케피털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시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해당 기업을 더 이상 소유하지 않았거나 조종할 수 없을 때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성공적 사례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베인캐피털이나 다른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 경제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베인캐피털의 방식을 따라 했고, 롬니는 이런 과정이 "노동자·경영자·주주·고객과 사회에는 고통스럽지만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조적 해체'의 희생자들에게 롬니는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선거운동 연설에서 그는 "가난은 국가의 돈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실행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선거 공약에는 저소득층 의료보조제도인 메디케이드를 개혁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이 개혁은 많은 감축을 필요로 하고 이로 인해 1400만 미국인들이 더 이상 의료보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워런 버핏 같은 억만장자조차 엄청난 부유층, 즉 소수의 상위층과 점점 더 가난해지는 다수의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롬니에게는 이런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말이다. 오히려 베인캐피털에서 동료였던 롬니의 지지자 에드워드 콘래드는 이런 불평등을 옹호하고 있다. 그는 극단적인 불평등을 미국의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가진 노하우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인텔·애플·시스코·어도비·오라클·아마존 같은 기업들을 만들어냈다.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하지 못한다"고 그는 최근 펴낸 책에서 주장했다. 이 책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콘래드는 투자자·기업가·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하게 돌아가는 이득을 이런 불평등의 사례로 들었다. 오직 이렇게 할 때만 혁신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의료·급식 지원 대폭 삭감할 듯

롬니는 직접적으로 콘래드의 아이디어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제 개혁에 대한 그의 제안은 부자들에게 유리한 것이다. 롬니는 큰 폭으로 세율을 내리려고 한다. 그러면 옛날의 롬니 같은 투자자들은 지금 감면된 세율인 15%만 내고 있음에도 앞으로 더 적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다. 반면 감소된 세수를 채우기 위해 현재 감세 혜택을 받는 부분은 줄어들게 된다. 민간 세금 정책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의 결과가 중산층에게 유리했던 주택담보대출의 소득공제 같은 것을 없애는 것으로 나타날 거라고 결론지었다. 롬니의 목표는 연방재정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0%로 줄이면서 동시에 국방비를 올린다는 것이다. 민간 재정정책 연구소인 '예산 및 정책 우선순위 센터'(Center for Budget and Policy Priorities)의 발표에 따르면, 이것은 5천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푸드 스탬프스(Food Stamps) 같은 저소득층 보조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30% 삭감해야만 가능하다.

롬니는 하버드대학·컬럼비아대학·스탠퍼드대학의 경제학자들로 꾸려진 특급 경제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지난 8월 초 '경제성장과 회복, 일자리를 위한 롬니의 계획'을 작성했다. 하지만 결국 롬니를 극단적인 자본주의자로 만든 것은 이론이 아니라 롬니의 경력이다. 그는 창조적 해체가 미국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은 나라가 시장의 힘을 규제해야 한다는 오바마의 믿음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다. 11월6일 미국의 유권자들은 어떤 자본주의를 원하는지 결정할 것이다.

ⓒ Die Zeit 2012년 36호 Das Rezept des Rechenknechts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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