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상담을 하는 미국 보스턴의 어린이병원 의사(왼쪽). 지나치게 많은 지방이 쌓인 복부의 모습. 뉴시스 AP

비만이 암 위험 2배 키워… 내장지방은 암 유발 물질 곳곳에 전달

비만의 위험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고혈압·뇌졸중·심근경색은 물론 당뇨·치매·관절염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뚱뚱한 사람은 모든 종류의 암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점점 많아지는 청소년 비만도 심각한 문제다. 비만은 곧 흡연을 제치고 발암 유발 요인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루돌프 칵스(52)는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조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그간 체중이 8kg이나 불었기 때문이다. "근육량이 늘어났을 리는 절대 없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건강한 신호가 아니다."

칵스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다. 그는 키 188cm에 몸무게 81kg이다. 체질량지수(BMI)는 23으로, 완벽한 표준 몸무게다. 체중이 지금보다 8kg 적게 나갔던 것은 무려 34년 전 고등학교 졸업 당시의 이야기다.

하이델베르크 독일암연구센터(DKFZ)의 전염병 전문가인 칵스는 자신의 연구 작업을 통해 체중 8kg 증가는 우려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칵스는 수년 간의 연구를 통해 비만의 숨겨진 위험을 폭로한 전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뱃살이 단순히 미적으로 흉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연구 결과는 대다수 독일인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릴 것이다.

비만인 사람에게는 고혈압·뇌졸중·심근경색은 물론이고 당뇨·치매·만성허리통증·관절염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뚱뚱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발암 위험이 더 높다. 연간 수천 건의 신규 암 진단이 비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칵스는 체중이 정상 범위를 조금만 초과해도 발암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심각한 비만은 특정 암은 물론이고,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암에 걸리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음식 독성보다 비만의 위험성 커

비만의 위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1996년만 해도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연구원들은 비만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론을 억측으로 치부했다. 그들은 발암 위험의 거의 3분의 1이 음식물의 독성 성분과 흡연에 의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6년 뒤 동일한 하버드대학 연구원들은 비만이 발암에 끼치는 영향을 이미 10~20%로 상향 조정했다. 음식물의 독성에 의한 발암 위험성이 높다는 기존 이론에 '실질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칵스는 설명한다. 그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달걀에 함유된 다이옥신보다 만성 비만이 발암 위험을 훨씬 더 높인다. 음식물에 함유된 유해 물질은 전체적으로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이다.

미국에서만 연간 최대 11만5천여 명이 비만에 의한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암 사망자 5명 중 1명이 비만에 의해 희생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연간 신규 발암 47만 건 중 절반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발암 요인 3인방'에 의한 것이다. 바로 흡연, 감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암 종류의 20~50%가 오로지 비만에 의한 것으로 본다. 칵스는 "비만에 의해 야기되는 암 발생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머지않아 발암 요인 1위인 흡연은 비만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독일암연구센터 오트마 비스틀러는 2011년 봄 "우리는 비만을 적어도 흡연만큼이나 심각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를린 로베르트코흐연구소(독일의 국립전염병연구소)는 BMI를 비만 척도로 삼는다면 독일인 5천만 명은 과체중, 약 2천만 명은 비만으로 분류된다고 최근 독일 성인 건강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2009년 한 해에만 비만으로 인해 독일인 2만1천 명 이상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2004년과 비교해 12% 증가한 수치다.

숨겨진 지방조직 발암물질 전달

비만은 유럽인과 미국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영양실조 상태의 사람보다 표준체중을 초과한 사람이 30% 더 많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전세계적으로 뚱뚱한 사람들은 불필요한 지방을 최소 1850만t이나 몸에 더 축적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유엔은 지난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감염 대신 비만 합병증이 전세계적으로 최대의 건강 위험이 됐다고 발표했다. 당뇨, 심혈관계 질환, 암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가 3500만 명에 달한다. <사이언스> 1월호는 "뚱뚱한 사람과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발암 위험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암에 걸리면 사망할 확률도 더 높다"고 경고했다.

발암 위험이 높아지는 데는 체중이 급격히 늘어날 필요도 없다. 키 185cm인 남성의 체중이 86kg에서 102kg으로 늘어날 경우 과체중(BMI 25 이상)에서 비만(BMI 30 이상)으로 넘어간다. 체중이 16kg 늘어나면서 발암 위험은 최소 20% 늘어난다. 특정 암 종류에서 발암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위암은 발암 위험이 2배, 신장암은 2.5배, 식도암은 3배나 늘어난다. 과체중에서 비만 단계로 넘어가면 여성이 특히 위험하다. 여성은 과체중 단계에서 자주 발병하는 암이 아주 빠른 속도로 증식되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유방암의 위험은 2배, 자궁암의 위험은 3.5배나 늘어난다. 독일 국민이 모두 정상 체중(BMI 25 이하)이라면 매년 비만 관련 7대 암 분야에서 신규 발병 4만 건 이상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수치보다 실제 발암 위험은 더 클 것이다. BMI 24(키 185cm, 체중 84kg에 해당)로 정상 범위 내에서 윗부분에 해당하는 경우 위암 발병률은 아랫부분에 속하는 BMI 19의 마른 사람보다 더 높다. 또한 전염병 학자들이 비만도 측정에 사용하는 BMI는 실제 신체 지방조직에 대한 대략적인 산정 기준에 불과할 뿐이다. 비만은 대부분 운동 부족에 기인하는데, BMI 비만도 수치에서 발달 부진의 근육은 초과 지방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칵스는 "BMI 측정치는 발암 위험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는 비만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변형된 신체 지방조직의 절반이 BMI에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BMI에는 숨겨진 지방이 거의 잡히지 않아 발암 요인으로서 지방조직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날씬하지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은 복부 신체 기관 사이에 지방이 낀 경우가 많다. 암 전문가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장지방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배와 엉덩이의 지방보다 내장지방은 암을 유발하는 전달물질을 신체 곳곳에 보낸다. 칵스는 "아직 이론 단계지만 신빙성이 높은 이론"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내장지방은 발암 위험을 높인다." 내장지방을 고려하면 비만에 의한 여성 유방암은 20% 수준이 아닌 3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궁암의 경우 전문가들은 전체의 3분의 2가 비만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과체중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멜린 칸더카, 폴 코언, 브루스 슈피겔먼 연구원은 비만 청소년의 증가는 당황스러운 정도라고 학술지 <네이처 리뷰 캔서>에 최근 발표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20∼24살 연령대 남성의 30%와 여성의 20%가 비만이다. 고도비만의 40% 이상이 18살 이하다. 3~17살 연령대에서 과체중은 15%, 비만은 6%에 달한다고 독일연방통계청은 2009년 발표한 바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암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젊은 층의 과체중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버드대학의 슈피겔먼 박사 연구팀은 "아동 비만은 미래의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코스타리카의 카르타고시가 비만 예방을 위해 마련한 에어로빅 교실에서 시민들이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사망 10명 중 1명 운동 부족 때문

영양 과다의 인체에서 암 성장을 촉진하는 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보고들은 전염병 학자들의 비만 위험 경고를 뒷받침한다. 과체중인 사람의 지방조직은 지방세포와 혈관 및 결합조직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다. 지방조직은 영양에너지 초과분을 저장하는 기관이기에 앞서 종양이나 마찬가지다. 과체중인 사람은 점점 더 많은 면역세포가 확장되는 지방층으로 이동하면서 기관에 염증을 유발하는 전달물질을 퍼뜨린다. 렙틴, TNF-α, 인터류킨-6, 플라스미노겐 활성화인자 억제제 1 등의 신호분자(Signaling Molecule)는 다양한 신체조직에서 무분별한 세포 성장과 전이 형성을 촉발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동시에 암을 막는 전달물질 아디포넥틴의 분비샘은 비만인 사람의 신체 내에서 금방 마른다.

혈액에 지방산이 모이고, 심장·골격근육·지방조직 등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인슐린의 수용력을 잃는 등 비만이 신진대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방조직의 무분별한 신호체계를 악화시킨다. 혈당치를 표준 수치로 유지하기 위해 췌장이 혈액에 보내야 하는 호르몬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인슐린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시작되는 것은 당뇨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포성장, 세포죽음, 세포분열, 전이형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신호체계는 혈액 내 인슐린의 증가로 과열될 수 있다. 세포의 조절 오류는 다른 성장 요소도 방해한다. 발암물질로 간주되는 신호분자 IGF-1 및 IGF-2의 분비량이 간에서 급격하게 늘어난다.

전염병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혈액에서 순환하는 인슐린 양과 IGF 양의 증대는 발암 위험, 비만 및 당뇨와 관련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의 암 전문가 마이클 폴락 교수는 "암은 비만인 사람의 신진대사 환경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운동 부족 역시 발암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운동으로 살이 빠질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은 또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암이 예방된다고 하이델베르크 국가종양질병센터의 카렌 슈타인도르프 암전문가는 확신한다. "뚱뚱한 사람이 체중을 많이 감량하지는 못해도 운동으로 발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건강전문가들은 영국 의학저널 <랜싯>을 통해 운동 부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사망 10건 중 1건은 운동 부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매주 150분 동안 운동을 한다면 위암으로 인한 사망을 연간 2만4천 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브라질 건강전문가들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한다. 브라질 성인의 3분의 1과 13~15살 청소년의 80%가 필수적인 신체적 운동을 영구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비만은 흡연인구 감소로 인한 발암률 저하의 희망까지 가로막고 있다. 2002∼2010년 독일에서 흡연 청소년의 비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물론 청소년의 13%가 여전히 흡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폐암과 흡연으로 인한 암 발병률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암 발병률은 늘어날 것이다. 흡연자가 금연을 하면서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체중이 10kg 이상 늘어날 경우 발암 위험은 크게 늘어난다.

울리히 반젠 Ulrich Bahnsen <차이트> 지식부장

ⓒ Die Zeit 2012년 31호 Die fette Gefahr 번역 김태영 위원

체지방 측정 체지방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만도를 측정할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이 체질량지수(BMI)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계산한다. 몸무게가 81kg이고 키가 188cm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81을 1.88²로 나누면 된다. 22가 나온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비만이다.

비만 측정에는 BMI보다 '허리둘레에 대한 신장 비율(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것)'이 더 적합하다. 정상은 0.5 이하다.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이 늘어난다. 남성은 체지방 비율이 10~23%, 여성은 21~30%가 적당하다. 체지방 비율은 체중계로 몸무게를 달거나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는 것보다는 전기저항측정이나 컴퓨터단층촬영으로 조사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