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가난하고 고용 불안하면 일찍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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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고용 불안하면 일찍 죽는다

Focus ● 독일 연금보험공단·코흐연구소 국민건강 조사

[29호] 2012년 09월 01일 (토)

도리트 코비츠

economyinsight@hani.co.kr

전기 기사로 일하다가 실직한 마누엘 사스트레(59)가 지난 7월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있다.뉴시스 REUTERS 실직 잦고 기간 길면 중병 위험 증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도 건강 위협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소득 하위계층의 남성 연금생활자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수명이 줄었다.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고용 불안정성이 늘어나고 소득 하위계층이 증가하면서 빈곤층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실직으로 인한 음주·흡연, 불안정한 고용, 생활 유지가 어려운 저임금 등이 수명을 단축시킨다. 머릿기름이 가득 낀 그의 검은 머리는 마치 기름을 바르고 단정하게 뒤로 모은 권투 선수의 머리처럼 보인다.지저분한 머리카락만 아니면 남자는 마인츠에 있는 노숙인 쉼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자신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거리에서 살고 머리카락은 마구 헝클어졌고 피부에 생채기투성이인 남자들 사이에서 슈테판 자러(45·가명)는 낯설게만 보인다.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매의 자러는 말끔한 옷차림에 말투도 세련됐다.그는 감기 때문에 마인츠 가톨릭 노숙인 쉼터의 의사 게르하르트 트라베르트의 임시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자러는 지난해 7개월간 거리에서 살았던 사람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그는 거리에서 살았던 것이 "머리를 깨끗이 비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그는 2년 전만 해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연봉 15만유로(약 2억1천만원)를 받으며 은행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딜러이자 컨설턴트로 일했다.교외 주택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토요일이면 와인을 제외하고도 150유로가 거뜬히 나가는 저녁 식사에 친구들을 초대하곤 했다.기자가 수명을 단축시키는 가난과 질병의 유발 요인을 취재 중이라고 하자 자러는 의기소침한 듯 미소를 지었다. 가난한 사람은 더 일찍, 심지어 훨씬 일찍 죽는 것이 독일의 현재 상황이다.독일의 소득 최상위층과 소득 최하위층 사이의 기대수명은 남성은 무려 11년, 여성은 8년이나 차이가 난다.독일 연방하원의 좌파 교섭단체는 국민연금보험공단의 자료를 통해 소득 하위계층의 남성 연금생활자가 10년 전과 비교해 더 일찍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시기에 가난하고 나이 많은 남성들의 수명만 짧아진다는 뉴스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복지부 장관(기독민주연합·CDU) 대변인실은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서둘러 사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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