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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출신들 국세청서 향우회 하나
국내 이슈 ● 지역 편파 인사 논란에 술렁이는 국세청
[28호] 2012년 08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이현동 국세청장(왼쪽)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국세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 청장 취임 이후 대구·경북(TK) 중심 인사 편향이 더 강화됐다. 뉴시스

국세청 고위공무원 가운데 성골은 영남 출신, 그 중에서도 대구ㆍ경북(TK), 또 그 중에서 영남대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지난 5년 동안 핵심 보직에 대한 인사를 분석해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서울청 조사4국장 5명 중 4명, 본청 조사국장 5명 중 4명, 서울청장 6명 가운데 4명이 영남 출신이다. 이 자리에 근접한 비영남권은 단지 3명(1명은 중복)에 불과하다. 이것이 우연일까?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지방국세청장들이 취임식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말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대부분 공수표로 끝난다. 지방국세청장들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을 넘지 못한다. 심한 경우 6개월 만에 교체되기도 한다.

특히 광주지방국세청은 고위공무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임명되는 순간 퇴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광주지방국세청장을 거친 국세청 고위공무원 가운데 승진하거나 좋은 자리로 영전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김기주·김광·임성균·김형균 전 청장은 모두 광주청장을 끝으로 국세청을 떠났다. 서국환 현 광주청장도 영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영전 케이스가 꽤 있었다.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만 해도 2007년 광주청장을 한 뒤 국세청 법인세국장을 거쳐 2008년 국세청 차장을 지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남 출신 고위공무원들은 광주청장을 거쳐 퇴직하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고 있다.

지방국세청장 자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5명(현직 제외) 가운데 김창환·허장욱 전 청장 두 사람을 제외하곤 3명이 모두 영전했다. 허병익·송광조·이전환 전 청장이 영전 사례다. 대구지방국세청에선 3명이 퇴직하고 1명이 영전했다. 영전한 경우는 채경수(부산) 전 대구청장이다. 그는 2008년 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경주 골프 사건으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논란의 와중에 있었는데도 대구청장에서 본청 조사국장으로 영전했고,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낸 뒤 퇴임했다. 대전지방청도 4명 가운데 3명이 퇴직하고 1명이 승진했다.

   
 
경기·인천·강원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예전부터 퇴진을 준비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 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과 함께 3명밖에 안 되는 최고위급 자리인 까닭에 퇴진이 당연시돼왔다. 차기 국세청장이 차장이나 서울청장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더 승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역대 중부청장들은 모두 퇴진하는 수순을 밟았다. 참여정부 말기의 권춘기 전 중부청장이 그랬고, 현 정부 들어 조성규·이승재·왕기현 전 중부청장도 같은 길을 밟았다. 이런 전통은 최근 10년 동안 이어져왔다.

그러나 지난 7월 국세청 인사에서는 조현관 전 중부청장이 이례적으로 서울청장으로 영전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조현관 서울청장이 TK(대구) 출신으로 경북고, 영남대를 나온 이현동 국세청장의 고교, 대학 직계 후배라는 것이다. 유력한 차기 국세청장 후보인 서울청장 자리에 현직 국세청장의 고교, 대학 후배를 앉힌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설사 그만한 경력과 자질이 되더라도 그런 인사는 피하는 게 고위공무원 인사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국세청 안팎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한 차례의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현 정부 들어 서울청을 제외하고 지방청장을 거친 뒤 영전한 사례는 6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출신 내역을 살펴보면 국세청 인사의 지역 편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채경수·이전환·조현관 전 청장 3명이 영남 출신이고, 허병익 전 청장은 강릉, 송광조 전 청장은 서울, 김덕중 전 청장은 대전 출신이다. 영남 출신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금방 드러난다.

광주지방청장은 예외 없이 퇴임

이런 사례는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누가 어떤 보직을 받는지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세청의 꽃이라고 하는 조사 분야의 핵심적인 자리는 정해져 있다. 청와대 하명사건을 조사한다고 해서 '특명조사국'이란 별칭이 붙은 서울청 조사4국장과 세무조사를 총괄 지휘하는 국세청 조사국장, 그리고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그 자리다. 또 이런 경로를 거쳐야 국세청장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자리를 누가 거쳐갔을까?

서울청 조사4국장부터 보자. 현 정부 들어 이 자리를 거쳐간 사람(현직 포함)은 모두 5명이다. 조홍희 전 서울청장·임환수 조사국장·김연근 징세법무국장·하종화 대구청장·이승호 현 국장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조홍희 전 청장만 경기 가평 출신이고, 김연근(경북 상주)·임환수(경북 의성)·하종화(경북 청도)·이승호(경북 청도)가 모두 영남 출신이다. 조 전 청장이 2008년 1월 참여정부 말기에 임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전원을 TK 출신으로 채운 셈이다. 게다가 하종화·이승호 국장은 이현동 국세청장의 고향인 경북 청도 출신이다. 이승호 국장은 이 청장의 영남대 후배기도 하다. 거의 향우회 수준의 인사라고 할 만하다.

서울청장이나 국세청 차장으로의 승진 코스인 조사국장 자리도 비슷하다. 이현동(경북 청도)·채경수(부산)·송광조(서울)·김연근(경북 상주)·임환수(경북 의성) 5명이 이 자리에 앉았지만 영남 출신이 아닌 경우는 송광조 감사관 한 명뿐이다. 이현동 청장이 2008년 초 조사국장에 임명될 때는 그가 청와대에 근무하는 3개월 동안 조사국장 자리를 비워놓기까지 했다. 서울청장 역시 김갑순(경남 밀양)·이현동(경북 청도)·채경수(부산)·조홍희(경기 가평)·이병국(충남 보령)·조현관(대구) 6명 가운데 영남 출신이 4명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현 정부 들어 서울청장, 조사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3개 보직을 거친 사람은 모두 16명이다. 중복되는 인물을 제외하면 11명이다. 이 가운데 영남 출신이 8명, 비영남 출신이 3명이다. 영남 출신 가운데서도 TK가 6명이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철저한 지역 편중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승진의 핵심 코스를 정해놓고 영남 출신이 아니면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리 판을 짜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정권 초기부터 있어왔으나 한상률·백용호 전 청장 때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다. 이현동 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그런 식의 인사가 본격화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고향·고교·대학 후배들인 조현관 서울청장, 하종화 대구청장, 이승호 서울청 조사4국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세청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가 조사국장이다. 현 정부 들어 5명의 조사국장 가운데 4명이 영남 출신이었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오른쪽 첫 번째)이 '전국 조사국장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핵심 조사 라인 TK가 싹쓸이

비영남권 출신은 고위공무원으로 승진을 하더라도 그리 반가울 것이 없다. 승진하면 바로 1~2년 안에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출신들은 중부청이나 서울청 국장을 한 차례 한 뒤 광주청장을 6개월가량 하는 것을 끝으로 국세청을 떠난다. 1년6개월이 고작이다. 김기주 전 광주청장은 2006년 9월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뒤 2년3개월 만에, 김광 전 청장은 2008년 승진한 뒤 1년6개월, 임성균 전 청장은 2007년 2월 승진 뒤 2년10개월, 김형균 전 청장은 2010년 6월 승진해서 1년6개월 만에 퇴직했다. 서국환 광주청장도 지난해 7월 고위공무원 승진 5개월 만에 광주청장이 됐다. 연말에 퇴진하면 1년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다. 빨리 내보내기 위해 승진시키는 것 같은 인상까지 주고 있다.

반면 이현동 청장의 고향 후배인 하종화·이승호 국장을 보자. 하 국장은 2009년 1월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뒤 3년6개월 동안 중부청 조사2국장, 중부청 조사1국장, 개인납세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대구청장 등 요직으로만 5개 보직을 거쳤다. 이 국장은 2011년 6월 고위공무원에 승진한 뒤 중부청 조사3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을 거쳤다. 중부청 조사3국은 서울청 조사4국과 마찬가지로 하명을 받아 특별 세무조사를 하는 곳이다. 국세청에서 가장 힘있는 보직 두 곳을 잇따라 역임했다. 두 사람은 모두 행시가 아닌 일반공채 출신이다. 그뿐 아니다. 이번에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중부청 조사2국장에 임명된 박만성 국장은 2010년 6월부터 지난 6월말까지 2년 동안 줄곧 조사1과장 자리를 지키면서 이 청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왔다. 그는 경북 경산 출신으로 이 청장과 같은 영남대를 나왔다.

국세청은 최근 인사를 놓고 차장(서울), 서울청장(경북), 중부청장(대전), 부산청장(경남) 4개의 고위직을 지역에 따라 적절하게 안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철저하게 영남 출신, 그 중에서도 TK를 위한 지역 안배만 있었다고 보여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렇게 판을 짜놓으면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가 다른 지역 출신을 중용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승진 대상이나 주요 보직에 갈 후보자 가운데 제대로 경력을 갖춘 사람은 영남 출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 정부 들어 5년 동안의 국세청 인사는 특정 인맥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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