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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화폐 복귀 대비하는 유로 국가들
Special Report Ⅰ ● 유로존이 붕괴한다면- ① 실현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
[28호] 2012년 08월 01일 (수) 스벤 뵐 외 economyinsight@hani.co.kr

   
 
유로존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유로존 붕괴에 대비한 모의실험에 한창이다. 기업들도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길이 안 보인다. 많은 국가에서 뱅크런이 일어나고 몇몇 국가들은 화폐 가치 폭락으로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독일 등 건실한 국가들도 수천억에서 수조 유로의 자산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유럽연합(EU)은 유로존 일각이 무너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유로 체제를 계속 끌고 갈 수밖에 없다. _편집자

자국 화폐 복귀 대비하는 유로 국가들

유로존 낙관론 사라지고 비관론 우세… 기업, 은행들 옛 화폐 복귀 시나리오 준비

도이체방크의 투자 전문가들은 유로 붕괴를 '실현 가능성이 많은 시나리오'로 보기 시작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차기 선거 캠페인의 주제를 '리라화 복귀'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유로화 붕괴와 국가별 독자 화폐 도입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각국 정상들은 국내 여론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의 한계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만일 유로존이 붕괴한다면 수백만 건의 투자와 계약이 혼란에 휩싸이고 국가 간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예상된다.

바로 얼마 전까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낙관적인 전망을 폈다. 지난 3월 그는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유로존 상황이 안정됐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기 때문에 드라기는 철저하고 엄격한 프로이센적 미덕을 항상 기억하라며 <빌트> 기자들이 선물한 프로이센군의 철모를 유쾌하게 받아들었다.

지난 6월 말 ECB 수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또다시 공개됐다. 프랑크푸르트 유로타워에서 열린 국제 학생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드라기가 푸른색과 금색으로 칠해진 유로 마크 앞에 서서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수상자들과 악수하고 인증서를 건넸지만 축하 연설에 담긴 메시지는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았다. 깊은 걱정과 함께 약간의 체념마저 섞인 연설을 하면서 "여러분은 유로화 시대와 함께 자라 그 이전의 화폐를 알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다. 우리가 앞으로 그 시대를 다시 겪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CB의 최고 책임자가 과거 국가 화폐의 회귀 가능성을 더 이상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 공정성의 증거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럽 내의 통화 분쟁이 격화되면서 정치와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유로존 해체)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일로 바뀌고 있다.

낙관에서 체념으로 돌변

도이체방크의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공동 통화(유로)의 붕괴를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보기 시작했다. 독일 기업들은 만일의 경우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협력 업체에 다시 페세타(옛 스페인의 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차기 선거 캠페인의 주제를 '리라화 복귀'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올해 안에 이 캠페인이 시작될지 모른다.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유로존의 모든 국가가 자국의 예전 화폐를 박물관에서 다시 꺼내올 수도 있다. 유로화에 작별을 고하고 굴덴(네덜란드), 마르크(독일), 드라크마(그리스)를 다시 맞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국가주의 정치가들에게는 꿈같은 상황이 될 테지만 경제에는 악몽이 될 것이다. 지난 20년간 유로화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된 많은 것들을 힘들여 서로 분리해야 한다. 수백만 개의 계약, 비즈니스 관계, 사업 참여 조건을 재평가해야 하고 수천 개의 회사를 파산에서 구제해야 한다. 유럽 전체가 불황에 빠지고, 이 위기로 인해 추가로 천문학적 액수의 부채를 끌어들여야 하는 정부는 반갑지 않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세금을 엄청나게 올리든지 아니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을 통해 국민에게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 악몽의 시나리오가 실제가 되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모든 유럽 정부의 수장들이 신속하게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당연할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남유럽의 경제위기가 악화하는 동안 유럽 각국 정부 사이의 대립 구도가 공고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독일이 그들 국가의 부채에 대해 더 강하게 보증해주기 바라지만, 독일은 그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모든 유로 국가들이 브뤼셀의 유럽연합(EU)에 더 많은 권한을 양도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남유럽 국가들은 이를 원치 않는다.

남유럽과 북유럽의 대립 심화

이런 식으로 지난 몇개월 동안 협상은 제자리에서 맴돌았고, 유럽 대륙의 채무국들은 국제 금융시장과 자국의 국민들로부터 점점 더 신뢰를 잃고 있다. 유럽을 구하겠다는 정치인들이 그 어떤 처방을 내리더라도 환자는 회복되지 않고 점점 더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 7월18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서 있는 이)가 의회에서 세금 인상 등 650억유로의 긴축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왼쪽). 유로의 위기가 깊어가는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옛 화폐로의 복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말을 해 위기의 심각함을 드러냈다(오른쪽).  뉴시스 REUTERS

몇 주 동안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 자산 처리를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가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채근했다. 결국 스페인 정부가 최대 1천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하자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스페인의 국가부채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0%에서 80%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는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대신 상승하는 것이다. 최근 사태는 유로존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지닌 딜레마를 모두 설명해준다. 사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는 것이다.

몇 주 전에 나온 제안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몬티는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EFSF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시장에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제안을 실행하려면 해당 국가들이 엄격한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지만 마리오 몬티와 그의 동료인 스페인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는 이를 되도록 피하려 한다. 조건 없는 금융 지원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돈을 내놓는 독일 정부가 이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태도를 용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은 새로운 장벽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와 함께 구제금융에 쓸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문제도 있다. EFSF에는 아직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자금이 6천억유로 남아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사태, 즉 스페인의 은행뿐만 아니라 스페인 전체가 구제금융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지금 남아 있는 자금은 금세 소모될 것이다. 만약 이탈리아에도 금융 지원이 필요하게 되면 EFSF의 예산은 완전히 고갈돼버린다.

지금까지 유로화 지킴이들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ECB의 엄청난 능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 유로화의 수호자인 ECB가 돈을 찍어내 시장에 풀었다. 하지만 이제 ECB마저 능력의 한계에 도달했다. 현재 ECB는 유로존 내 재정 부실 국가들의 국채를 한계까지 사들인 상태라, 만일 부실 국채를 더 사들이게 되면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금리가 낮아지는 대신 폭발적으로 오를 위험이 있다. 그와 동시에 ECB 이사회 내부에서 남유럽 국가와 북유럽 국가 사이의 다툼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얼마 전 스페인 중앙은행은 자국 은행들이 지금보다 안전성이 낮은 담보로 ECB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ECB 대차대조표상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는 채권국의 중앙은행들과 충돌을 일으킬 위험이 커졌다.

유럽중앙은행, 능력의 한계 도달

유로화의 구원자들은 시간과 싸우고 있다. 문제는 유로화 구원자들이 쓸 수 있는 방법이 다 소진되기 전에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아니면 활황이 너무 늦게 찾아올 것인가다. 이는 경제성장과 경기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국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민이 어디까지 개혁을 실행하고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까. 또 북유럽의 채권국들은 얼마나 많이 남유럽 국가를 돕고 희생을 감내할 수 있을까.

충분하지 않다고 현재 많은 전문가가 말한다. 그 때문에 지금 전세계가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예측하려 애쓰고 있다. 다수의 남유럽 국가가 유로존에서 탈퇴하거나, 유로존 자체가 완전히 붕괴하는 상황이다. 이런 태풍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스벤 뵐 Sven Böll / 디트마르 하브라네크 Dietmar Hawranek /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 알렉산더 노이바허 Alexander Neubacher /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Christian Reiermann /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 크리스토프 슐트 Christoph Schult /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Der Spiegel 2012년 26호 Blick in den Abgrund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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