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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더 불안하다
Editor’s Letter
[23호] 2012년 08월 01일 (수) 정남기 jnamki@hani.co.kr

국내 기업들이 일제히 지갑을 닫았다. 많은 기업들이 경비 지출을 일체 동결하고 경제위기에 대비한 장기전 태세로 들어갔다. 당장 무슨 일이 터진 것은 아니다. 유럽 등 국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뭔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다.

그럼 우리를 엄습하는 불안의 실체는 무엇인가? 유로존 위기가 심각하지만 그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당장 지갑을 닫아야 할 만큼 뚜렷한 위기의 징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불안 요인이자 리스크로 여겨지는 듯하다.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경기를 급랭시키고, 그것이 다시 개인과 기업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모양새다. 심리가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느꼈던 공포,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그런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좀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위기의 진원지를 하나씩 따라가보자. 미국은 경기가 바닥이지만 더 나빠지지 않는 상황이다. 거품이 빠진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유럽은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유로존이 깨지면 엄청난 재앙을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위기는 아니다. 유로존 국가들은 이미 그런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우리한테도 큰 폭풍이 몰아치겠지만 '감춰진 악재'가 아닌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중국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중국 경제에는 많은 거품이 끼어 있다. 비대화된 공기업, 언제 부실화할지 모르는 은행,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많다. 일단 거품이 터지면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유럽이 진행 중인 현재의 위기라면, 중국은 다가오는 미래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유럽이 아니라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거품이 많지만 정부의 통제력 또한 만만치 않다. 어느 쪽으로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국내 기업들이 지금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위기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위기가 아닐 수도 있다.

걱정되는 것은 눈앞의 현실보다 다가올 미래다. 지금 같은 경제구조 아래서는 계속 중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투자 격언이 있지 않은가. 작은 악재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중국이 아무리 큰 시장이라 할지라도 한쪽에 올인하는 것은 우리 미래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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