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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집권자의 재정지출 유혹
선거와 경제: 정치적 경기변동론 효용성 있나
[27호] 2012년 07월 01일 (일) 윤희웅 waymaker21@daum.net

   
1970년 1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윌리엄 러클샤우스가 환경보호청장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집권자는 선거 전에는 경기가 좋아지도록 경기확장 정책을 펴다가 선거가 끝나면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편다. 이러한 '정치적 경기변동론'은 미국·독일·뉴질랜드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의회·시민·언론의 견제·감시 기능이 발현돼야 한다.

1969년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재선을 앞두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운용했다.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수장 자리에 친분이 있던 아더 번스를 앉히기까지 했다. 통화정책 최고결정권자가 된 번스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1970년부터 통화확장정책을 실시했다. 1970~72년 분기별 평균 통화공급 증가율은 7%를 상회했다.

닉슨 행정부는 재정정책 활용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정부 지출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는 1959~73년 재정정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먼저 사회보장 혜택을 과감히 확대했다. 미망인 연금수혜 비율을 100%로 확대했고, 고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보조제도도 도입했다.

닉슨, 재정·통화 정책 남발해 연임

특별히 '반응 프로그램'이라고 명명된 정책을 1972년 실시했는데, 이는 행정부 각 부처들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닉슨은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처의 장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별도 문서행위를 숨기기까지 했다. 이를 통해 연금과 보조금 정책의 수혜자 범위를 넓히고 혜택 수준을 높였다.

결국 닉슨은 1972년 11월 민주당 조지 스탠리 맥거번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재선되었다. 잘 알려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1969년에 발생했지만 재선 시기까지 4년간은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이슈였다. 이후 사건이 커지면서 두 번째 임기 도중 사임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경제 성적이 좋아 보이게 해 재선에 도움을 받으려고 한 닉슨의 의도는 일단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닉슨 행정부의 노골적인 통화·재정 정책은 이른바 '정치적 경기변동론'(PBC·Political Business Cycle)을 탄생시켰다. 집권자들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거 전에는 경기가 호황이 되도록 확장정책을 펴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그간의 확장정책으로 인해 나타난 물가상승을 다스리기 위해 긴축정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집권자들이 선거 전에는 총수요를 증대시키고, 선거 후에는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이 나타나 긴축으로 돌아서는 사례들이 적잖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노드하우스는 닉슨 행정부의 미국을 포함한 9개국의 1947∼72년 자료를 바탕으로 '최고 지도자의 임기 전반에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후반에는 실업률이 낮아진다'는 가설이 적용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일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고, 프랑스·스웨덴에서는 어느 정도, 미국·독일·뉴질랜드에서는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미국을 대공황의 늪에서 구출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유능한 정치적 조력자였던 제임스 팔리는 행정부의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우리는 지출하고, 지출하고, 또 지출하며, 선거하고, 선거하고, 또 선거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정부 지출이 많으면 선거에 유리하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을 역임했으니 효과가 컸다고 할 수 있다.

노드하우스 이래 '정치적 경기변동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연구사례들 모두가 일관되게 경기변동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가설을 기각하는 연구도 채택하는 연구만큼이나 많다.

일단 과거처럼 정권이 정부 지출을 독단적으로 단행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고, 대통령과 의회권력이 서로 다른 정당이면 의회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시민사회도 정부통제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건전 재정이 중요한 가치로 격상되면서 자칫 재정정책을 팽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세부적으로 어느 것을 '경기' 변수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초기 노드하우스의 연구처럼 실업률만 갖고 할 것인지, 경제성장률과 각 분야의 단순 재정지출 수준만 갖고 볼 것인지에 따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경기변동론'을 지지하는 연구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는 연구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대통령 개인이 동일 정당 후보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싶다고 해도 본인이 직접 재선에 나가는 것보다 개입 유혹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오랫동안 강력한 지역주의 투표 경향이 지배하고 있어 이른바 '경제 투표' 영향이 외국처럼 절대적이지 않기도 했다. 더군다나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도 있다.

효과는 긍정과 부정이 반반

실제 연구에서 절대치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경기변동 현상이 대선이 있는 해에 뚜렷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산 규모는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지출 규모의 단순 비교를 통해서는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주가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점진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대통령의 임기 첫해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높아지기 마련이다. 단지 임기 초반보다 올랐다고 해서 정치적 경기변동이 확실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정치적 경기변동론'이 시사하는 바는 선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외에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목적함수가 공익의 수호와 실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예산 극대화와 재선 등 별도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에도 있다.

한국은행법에서는 한국은행의 목적을 '물가 안정'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정권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한국은행이 휩쓸리지 않도록, 즉 정치적 경기변동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정권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과도한 재량(Discretion)보다는 적정 수준의 준칙(Rule)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실제 우리나라의 한 연구에서 통화·금융·환율 정책에서는 선거와 연관성이 없었지만 비교적 정책수단으로서 활용이 용이한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정책에서는 선거와 연동성이 컸음을 밝혀내기도 했다(박형수 외, 2011).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단임제에서는 집권세력에 대한 대중의 직접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임정치 차원에서 심판받거나 혹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연임제가 더 진일보한 제도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정치적 경기변동론'의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 개인이 본인의 재선을 위해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점이 다소 우려된다. 연임제로의 개헌이 이루어지기 전에 정권과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도록 우리 의회가 삼권분립에 걸맞은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언론과 시민들의 감시 역량도 더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수석전문위원 겸 조사분석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경기개발연구원 정책분석팀 연구원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waymaker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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