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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잃어버린 세대' 1300만명
집중 기획: 차라리 유럽을 떠나고 싶다 - ① 실업에 고통받는 청년들
[27호] 2012년 07월 01일 (일) 마티아스 쿠르파 economyinsight@hani.co.kr

   
 
사회복지제도 하면 떠오르는 곳이 유럽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깊어지면서 그런 믿음이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특히 유럽을 짊어져야 할 젊은이들이 깊은 불신과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다. 또 젊은층은 기성세대가 남긴 엄청난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22.6%, 높은 나라는 50%를 넘는다. 유럽 청년들이 짐을 꾸리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려고…. _편집자

유럽 젊은이들의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오죽하면 떠나려는 생각까지 할까.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각 나라도 발맞춰 제도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유럽 청년의 4분의 1이 실업자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젊은 층의 불행은 어느 순간엔가 사람들이 큰 숫자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데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몇 년간 '수백만' '수십억'이라는 단어가 하도 많이 쓰인 결과, 사람들은 숫자의 어마어마함과 그것이 의미하는 심각성을 깨닫는 능력을 상실해버린 듯하다. 이것 외의 다른 것으로는 청년 실업자 실태를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숫자들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EU 청년 실업률 22.6%, 실업자 550만 명

지난 3월 조사한 결과, 유럽연합(EU) 내에서 14∼25살의 550만 젊은이들이 실직 상태다. 정확히는 551만6천명이다. 이는 실업률이 22.6%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 실업률은 연장자보다 2배나 높다(다른 연령층에서 실업률은 10.2%에 달하는데, 이것조차 최고로 높게 나타난 수치다). 학교를 중퇴하고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사는 야신 제크리나, 야심을 가지고 문화학을 공부한 슬로바키아의 니콜레타 몰나로바나, 부모와 함께 사는 로마의 제시카 같은 젊은이들이 이 통계에 들어 있다. 그들 각각은 직업을 가지려는 희망과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불리한 조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두 일자리를 가지고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많은 개개인의 삶의 합계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551만6천'이라는 숫자는 젊은 층에게 가해지는 근본적인 부당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현재 직업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두세 배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경제위기의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나중에 그들이 직업을 가졌을 때는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미뤄버린 빚을 갚아야 하고, 젊은 층은 나이 든 사람보다 그 수가 점점 적어지므로 그들이 져야 할 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년 실업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커다란 사회적 질병이다.

독일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처럼 청년 실업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독일 청년 실업률은 7.9%로 유럽 국가 중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청년 실업에 관한 숫자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통계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551만6천이라는 숫자는 오직 구직 중인 청년들만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고 불리는 청년들을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니트족이란 15∼24살 젊은이들 중에서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지난번 조사는 2010년에 이뤄졌는데 그때도 이미 750만 명의 니트족이 있다고 발표됐다.

현재는 젊은 취업자나 구직자들에게 어려운 시기다. 기업들이 경제위기 때문에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려 하지도 않고, 새로 채용된 이들이 제일 먼저 정리해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을 먼저 내보내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경제위기가 심각한 국가들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그리스나 스페인에서는 25살 이하 구직 인구 절반이 실업자다. 이 현상은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스웨덴이나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같은 나라에서도 청년 실업이 다른 나라보다 3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실업처럼 유럽 전체를 하나로 통합해서 다루는 정치적 주제는 많지 않다. 이 세대 전체에게 그동안 유럽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 즉 유럽 국가들이 국민에게 개인적인 자유와 부를 보장한다는 게 의문시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국가경제 전체의 문제"

경제위기가 청년 실업을 가속화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일랜드에서는 5년 전 10% 이하이던 청년 실업률이 현재 30%를 넘어섰다. 물론 청년 실업은 많은 나라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기는 하다. 경제위기만이 원인은 아니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 즉 캄파니아주, 칼라브리아주, 시칠리아주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25살 이하 구직자 중 절반이 실업자였다. 같은 기간 캄파니아주에서는 상급학교를 중퇴하는 비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청년 실업은 구조적인 문제다. 핀란드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청년 실업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5월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경찰이 경제침체에 항의하는 시위 청년을 체포해 광장에 엎드리게 하고 있다. 뉴시스 AP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부채 위기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오랫동안 나타난 폐해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폐쇄성, 이미 자리를 잡은 중년층에 유리하지만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해고 보호법, 허점 많은 직업 교육, 높은 학교 중퇴율(유럽 평균 14%) 등이 그것이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청년 실업이 유로존 국가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주목할 만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8년 6월 이 보고서는 "청년 실업이 청년들에게 닥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경제 전체에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젊은 일꾼들이 없다는 것은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고, 국가 수입이 적어지며, 성장이 더뎌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럽 정치는 너무 늦게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눈을 돌렸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12월에야 '젊은이들에게 기회를'이라는 의안을 발기했다. '현재의 젊은 층이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험이 있는가?' 이것이 그들이 던진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단지 수사학적인 것일 수도 있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월 27개국 정상들이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에 대해 논의했다. 유럽은 청년 실업을 해결할 방책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것인가?

요하네스 코프를 만나러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다뉴브 운하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그가 일하는 건물에 도착했다. 오스트리아 노동시장위원회(AMS)는 빈의 레오폴트슈타트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기구는 독일의 연방노동청 같은 것이다. 코프는 노동시장위원회의 젊은 수장이다. 현재 그를 만나려는 사람이 많다. 유럽 전역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여기로 몰려오고 있다. EU 집행위원장도 얼마 전 빈에 왔을 때 이곳을 방문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독일과 네덜란드와 더불어 일자리가 많은 나라에 속한다. 젊은 층의 실업률이 8.6%로 유럽에서 양호한 편이다.

노동시장위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코프는 열심히 오스트리아식 직업교육보장제도를 설명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도 이 제도가 유용하리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교육보장이란 학교를 마친 모든 사람에게 6개월 이내에 인턴 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만일 당사자가 기업체에서 적합한 자리를 찾지 못하면 노동시장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턴십을 제공한다. 코프는 3년간 국가에 의해 인턴십을 마친 1만 명의 젊은이들을 '우리 인턴들'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수억유로가 들지만 이것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투자다. 기업체에서 인턴을 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1차 노동시장으로 흡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제공하는 인턴을 했던 젊은이들 중 절반이 1년 뒤 적합한 기업체로 인턴 자리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식 직업교육보장제도 관심

꽤 성공적인 모델이지만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지난 1월 오스트리아 총리 베르너 파이만은 EU 정상회의에서 오스트리아식 직업교육보장제도를 소개했다. 다른 26개국 정상들은 이에 귀기울였다. 독일 사회민주당(SPD)이 회원으로 있는 유럽 사회당(PES)은 유럽 전체에 직업교육보장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사실상 핀란드 정부는 얼마 전 비슷한 제도의 도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위원회 수장인 코프는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이 모델을 도입하려면 선결 조건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중 직업교육 시스템이다."

직업학교에서의 교육과 기업체 현장에서의 교육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스템은 유럽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리 많지는 않다. 이탈리아의 직업교육 과정은 오스트리아와 같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미용이나 목수 일을 배우는 수습생이 직접 가위나 대패를 잡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럽노조연구소(ETUI)의 마르게리타 부는 교육의 질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직업교육보장제도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여긴다. "교육의 질이 뛰어나지 않다면 직업교육이 보장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라마다 상이한 직업교육 시스템과 노동법, 그리고 국가 구조 안에 깊이 뿌리내린 폐해 때문에 청년 실업과의 전쟁에서 유럽의 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과연 유럽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말, EU 집행위원장인 조제 마누엘 바호주는 청년 실업이 특히 높은 8개국 정부 수장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의 전문가들이 각 나라의 전문가들과 협의하기 위해 아일랜드의 더블린,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스페인의 마드리드, 리투아니아의 빌뉴스 등지로 날아갔다. 지난 5월 말 어느 저녁,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브뤼셀에서 이런 계획의 일차적인 결과를 27개국 정상들 앞에서 발표했다. 해당 국가들을 위해 EU 지원금에서 이미 73억유로를 준비해놓았고 이는 각국에 분배될 것이다. 이 돈은 오직 직업교육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만 쓰일 것이다.

그리하여 스페인에는 1억3500만유로가 일자리 창출에 쓰일 것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는 '고용률 높이기'라는 프로젝트에 돈이 지원되고, 이를 통해 5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받을 것이다. 라트비아에서는 직업학교에 4400만유로가 지원된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의 즉각적인 조치로 46만 명의 젊은이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 이러한 숫자는 추정치다. 유럽 전체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조치는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나라 간에 전문 자격증을 서로 인정해주거나, 인력 이동을 지원해주거나, 유럽 전체에서 구직·구인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력 이동이 자유롭지만 단일화된 유럽 노동시장은 그저 시작 단계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중요한 열쇠는 각국 정부가 쥐고 있다. 자국의 직업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쉽게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경제 전체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야신이나 니콜레타나 제시카 같은 젊은이들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여성이 구인 광고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짐 꾸려 떠나는 젊은이들

그럼에도 청년 실업에 대한 논의는 경제위기 아래서 유럽의 정책이 점진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준다. 거의 매달 브뤼셀에서 모이는 각국 정상들은 이웃 국가들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서로 비교하며 서로에 대해 배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스트리아의 파이만 총리가 했던 것과 같은 발표는 다른 나라 수장들에 의해 잘난 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EU 이사회 의장이 나서서 이런 발표를 권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브뤼셀에서 국가 개혁안을 내놓았다. 집행위원회는 이들을 검토하고 논평을 달아 돌려줄 것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개혁안을 내놓는 것이 권장됐다. 하지만 브뤼셀에 있는 EU 기관들이 이를 EU 회원국에 강요할 수는 없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기를 한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들은 짐을 꾸려서 떠나고 있다. 그들은 선조처럼 이곳저곳을 유랑하고 있다. 551만6천 명의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고 있다. 7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직업도 없고, 직업 교육을 받고 있지도 않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재앙의 징후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미래가 보장된 곳이 아니라 위협받는 곳으로 생각하는 세대가 성장하고 있다. 국경 개방과 '에라스뮈스 프로그램'(EU 소속 국가 대학의 학생 교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기회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청년 실업자 수를 확실하게 줄이지 못한다면, 유럽은 유럽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저버리는 것뿐 아니라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마티아스 쿠르파 Matthias Krupa <차이트> 브뤼셀 특파원

ⓒ Die Zeit 2012년 23호 In Europa, Verdammt!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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