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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정치 ‘두 마리 토끼’ 노리는 중국
Special Report Ⅱ-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① 중국이 협정 서두르는 이유는?
[26호] 2012년 06월 01일 (금) 박현숙 phschina@naver.com

   
 
한-중-일 3국 교역액 6900억달러 넘어… 경제적 이익에 대미 전략 노린 정치적 결정

시기상조론을 말하던 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적 이득만 노리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5월2일 한-중 양국은 베이징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한-중 FTA 협상 연내 개시를 선언했다. 2005년 한-중 FTA를 위한 산·관·학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한-중 FTA 협상은 지난 7년 동안 수차례 정부 간 사전 협상과 민간 공동 연구를 진행했지만 본격적인 협상과 체결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2009년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당시 한-중 FTA 조기 체결 의사를 밝혔지만 그 뒤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올해 1월9일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다. 당시 한-중 정상은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 추진에 합의했고, 4월16일 우리 정부가 필요한 국내 절차를 완료하자마자 불과 한 달도 채 안돼 연내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개시 선언 일주일 뒤인 5월9일, 중국 외교부는 '1999~2012년 한-중-일 협력 백서'를 발표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관련 보도에서 "한-중-일 3국 간 무역액은 1999년 1300억달러에서 2011년 6900억달러로 네 배가 증가했으며 중국은 이미 일본과 한국의 최대 무역 동반자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상호 투자는 3국 대외 투자 총액의 6%에 불과해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3국의 경제교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흘 뒤인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한-중 FTA에 이어 한-중-일 FTA도 연내에 협상을 개시한다는 합의문이 전격 발표됐다. 이와 함께 3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2년 내에 한-중 FTA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기 체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FTA가 협상부터 체결까지 보통 5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의 이같은 낙관론은 양국 간에 이미 FTA와 관련된 상당 부분의 내용들이 사전에 합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중국, 시기상조론서 적극 찬성으로

한-중 FTA에 이어 한-중-일 FTA 협상도 올해 내에 개시한다는 발표가 나온 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를 일컬어 "중대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중 또는 중-일간 FTA 체결에 대해 중화학, 철강 산업 등을 비롯해 많은 산업 분야가 기술 경쟁력 면에서 낙후됐기 때문에 아직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중국 정부 내외의 우려가 존재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번 결정은 원 총리의 말처럼 뭔가 중대한 전략이 담겨 있음을 시사한다.

한-중에 이어 한-중-일 3국 간 FTA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마라톤이 시작됐다는 것은 동북아시아 지역 통합에 이어,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뜻하는 공동시장 형성과 더 나아가 단일 화폐를 사용하는 동북아 경제 통합과 일체화까지도 가능한 미래가 됐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일간지 <남방도시보>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한판 힘겨루기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분석했다. FTA 협상 게임을 눈앞에 두고 중국은 과연 어떤 '한판 힘겨루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글로벌 시장경제 룰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중국은 지금까지 31개 국가 및 지역과 15개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고, 총 8개의 FTA를 체결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과는 그동안 각각 7년과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FTA 체결 논의를 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렇게 한-중-일 3국 간 FTA 논의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까닭은 3개국 간 경제력과 기술력 등의 차이 외에도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정치외교적 전략이 각기 상이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라는 변수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 지역의 정치외교적 이익과 힘의 관계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경제적으로는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이다. 경제적으로는 뜨거운 사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다소 냉랭한 사이라 단순히 경제협력 증대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고려만으로는 FTA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중국이 한국과의 FTA 협상 개시 선언에 이어 한-중-일 3국 간 FTA도 연내에 협상을 개시한다고 합의한 배경에는 경제적 이익 외에도 중국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이익을 더 고려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동북아시아에는 어떠한 쌍방 혹은 다자 무역지대 협정이 없으며, 이는 전세계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지역의 지위와는 부합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동북아 경제 일체화에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가 존재한다. 하지만 3국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은 동북아와 동아시아 다자간 지역경제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역협력은 결코 경제문제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정치와 안보 문제에서도 중요한 관건이다.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놓고 말하자면, 정치와 안보 분야 협력은 줄곧 상대적으로 낙후되었고 역내 국가 간 영토·영해 분쟁과 한반도 정세 및 각국의 정치경제 발전 모델의 차이 등 난제들이 많다."

   
지난 5월2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한겨레 박민희

경제 이익보다 외교안보 전략 고려

중국 발전개발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국제경제협력실의 장젠핑 주임이 <신화사>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견해다. 한-중 및 한-중-일 FTA는 경제적 요인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논지로 취싱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설립은 동북아 정세 완화에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고 정세 완화 및 모순과 충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대아시아 전략은 흔히 '포괄적인 범위에서의 지역패권의 추구'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당분간 경제발전을 위해서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최근 필리핀과 황옌다오(필리핀명 스카버러섬) 분쟁에서 무력도 불사할 수 있다고 위협했듯 언제든지 패권을 추구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 문제는 중국의 패권 의지를 자극하는 외부 요인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느냐다. 일각에서는 한-중 및 한-중-일 FTA 협상이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게 된 주요 원인도 강력한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맞서 한국 및 일본과 FTA 체결 추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국의 포위망을 뚫겠다는 계산이다.

2011년 11월17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이라는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향후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이며, 미국은 재정 문제로 국방비를 삭감할 계획이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방예산은 결코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바마 독트린'의 타격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다. 지난 1월 초에 발표한 미국의 신국방 전략 역시 미국의 전략 중심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회귀한다고 했으며, 이는 곧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양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유일한 국가다. 만일 한-중 FTA가 체결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FTA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가 된다. 지난 3월 중국의 한 제철소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중국 노린 '오바마 독트린'이 계기

미국의 새로운 대아시아 전략, 즉 중국 봉쇄 정책의 경제적 측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이다. 원래 이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데, 2008년 2월 미국이 이 협정에 참여를 선언한 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역내 국가들이 참여를 희망하거나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11월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우리나라도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경제적인 대중국 봉쇄 라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중국이 한-중-일 FTA에 속력을 내기 시작한 것도 바로 미국의 대중국 봉쇄 라인의 완성을 막으려는 속내가 크다. <남방도시보>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줄곧 동북아 경제 일체화를 그다지 희망하지 않았다. 미국은 아시아 자유무역지대에 대해 줄곧 경계해왔고 이것이 설립되면 이 지역에서 미국이 배척당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와 군사적 상호협조라는 관계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이 싱가포르·한국·오스트레일리아와 FTA를 추진하는 것도 일종의 중국 봉쇄 정책의 일환이며, 한-중-일 FTA가 아시아 무역 흐름을 통합·조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동북아는 줄곧 강한 지역정치적 위기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한-중-일 FTA 협상의 요인은 복잡하고 강대하다."

FTA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의 대아시아 패권 전략이라는 새로운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박현숙 기획위원 phschi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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