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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발전은 사막의 신기루였나
Popular Science - 사하라사막 태양열발전소 '데저텍' 프로젝트
[26호] 2012년 06월 01일 (금) 프리츠 포어홀츠 economyinsight@hani.co.kr

   
스페인에 건설된 태양열발전소의 집열거울 모습. 포물선 형태 거울의 초점에 설치된 관으로 열이 모아져 수증기를 만든다. DLR(독일우주항공연구소)

차세대 청정기술로 큰 기대를 모은 태양열발전소 '데저텍' 프로젝트가 3년 만에 위기에 놓였다. 독일 정부를 포함해 잠재적인 투자자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시설이 늘어나지 않으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없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독일의 주택 지붕에서 생산되는 태양광만큼이나 독일인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청정기술은 없을 것이다. 푸르스름하게 번쩍거리는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생산자에게는 국가보조금을 받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청정전력을 소비한다는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어서 두루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독일이 태양광의 사치를 누릴 여유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끝내 떨쳐버릴 수 없다. 퇴임을 앞둔 위르겐 그로스만 RWE 회장은 "독일에서 태양광을 사용하는 것은 알래스카에서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것만큼이나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이 아닌 태양열발전소(CSP·Concentrated Solar Power)를 짓는 '데저텍'(Desertec) 프로젝트야말로 고비용·저효율의 사치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데저텍 프로젝트는 RWE를 비롯한 에너지 업체들이 과거에 수익모델로 인정했고, 수많은 탈핵 지지자들을 한껏 자극시켰다. 태양열이 뜨겁게 내리쬐고 인적이 없는 북아프리카 사막의 광대한 집열판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독일의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데저텍 프로젝트다. 그런데 베일을 벗은 태양열발전소는 상당한 고비용이 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주택 지붕에서 생산되는 태양광이 상대적으로 크게 저렴해진 것도 한몫했다. 2011년 초반 이후 태양광 모듈 가격은 40% 정도 낮아졌다. 가격 인하 효과 덕택에 독일연방의회가 결정한 태양광 보조금 삭감도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프로젝트 초기에 탈핵 지지자 등 환호

불과 3년 전만 해도 데저텍 프로젝트의 원대한 비전은 탈핵 지지자들에게 달착륙만큼이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2009년 여름, 독일 손해보험회사 뮈니히레의 주도하에 RWE, E.ON 및 지멘스 등 독일의 대표적 에너지 업체 12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하라사막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시장 공급과 독일 송전을 결정했을 때, 언론은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기업 임원들과 금융권, 그리고 그린피스조차 예외적으로 데저텍 프로젝트의 미래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독일 본의 EuPD-리서치 시장연구소의 수석애널리스트 마르쿠스 로르는 "데저텍 프로젝트의 기술적 중추인 사막의 태양열발전소는 수익모델로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린피스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세계환경구조 마스터플랜의 공동 저자인 스벤 테스케는 "태양광의 가격 하락은 태양열발전소를 엄청나게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열발전소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태양열발전소는 집열판을 설치해 태양열을 한 점에 집중시켜서 이 열을 이용해 발전을 하는 방식이다. 태양열 집중을 통해 발생한 엄청난 열로 수증기를 만들어 일반 화력발전소처럼 터빈을 가동할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집열판과 육중한 강철 구조물, 아주 긴 열흡수 장치, 완벽한 터빈 건물을 이용한 대규모 태양열발전소 건설에 대한 관심은 처음부터 크지 않았다. 그래서 태양열발전소는 성장 산업의 초창기 기술에서 흔히 발생하는 비용 절감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온갖 국가보조금 덕택에 소규모 태양광설비 세계시장은 급성장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태양광 가격은 아주 저렴해졌고, 심지어 햇빛이 많지 않은 독일에서도 주택 지붕의 태양전지로 생산된 전력이 1 kWh당 20센트를 밑돌 정도로 대폭 저렴해졌다. 이는 일반 가정의 전력 비용보다 더 저렴한 수준으로, 불과 3년 전 태양광의 손익분기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마르쿠스 로르는 "2015년 독일에서 주택 지붕의 태양광설비에서 생산되는 전력 비용은 1kWh당 9센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태양광설비의 가격 하락으로 원래는 태양열발전소의 건설이 계획됐던 미국 남부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GTM 리서치의 추정에 따르면, 태양광설비의 가격 하락으로 용도가 변경된 발전 용량은 약 3천MW에 달한다. 독일 프로젝트 개발업체 솔라밀레니엄이 캘리포니아 블라이드에 계획한 태양열발전소도 용도가 변경된 경우다. '데저텍 산업 이니셔티브'(DII)의 회원사인 독일 에를랑겐에 소재한 솔라밀레니엄은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DII의 회원사 지멘스 역시 손실을 피해가지 못했다. 2009년 여름, DII 창립멤버 업체들이 지중해와 근동 지역에서 태양열발전소 설립 양해각서에 서명하자마자 지멘스는 이스라엘 기업 솔렐솔라시스템스를 매입했다. 이 업체는 집열판 부품 제조업체인데, 지멘스는 이 회사의 매입 비용을 대부분 상각 처리해야 했다.

그렇다고 태양열발전소 기술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스페인 남부 지역과 미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태양열발전소 여러 기가 20년 이상 묵묵히 가동 중이다. 이곳의 태양열발전소는 태양광 기술이 아직 초창기이던 시절에 세워졌다. 하지만 이후 태양광발전소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면, 태양열발전소 시장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태양광은 폭증, 태양열은 정체

태양광발전소의 대안기술인 태양열발전소에는 중요한 장점이 있다. 집열판을 이용해 생산한 열은 특수 축열조에 몇 시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그래서 태양전지는 단 1 kWh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하는 밤에도 태양열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열판 기술은 태양이 뜨겁게 내려쬐는 지역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태양광설비처럼 조금씩 설치되거나 주택 지붕 위에 소규모 단위의 설치가 아닌 대규모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태양열발전소에는 상당한 초기자본이 필요하다. 이처럼 태양광설비와 비교해 태양열발전소는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고, 이후 정체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지만 태양열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저장이 가능하므로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향후 수요 위주의 원활한 에너지 수급을 위해 태양열 전력은 독일 에너지원 수급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독일 정부의 '에너지 수급 계획'에 명시돼 있다. 태양열발전소 지지자들은 하루 24시간 공급돼 조절이 가능한 태양열발전소 전력으로 독일 내에서 생산되는 풍력·태양열의 불규칙적인 전력 공급량을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50년 북아프리카 사막의 태양열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전체 전력 수요의 15%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본다.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전력의 24시간 공급 및 전송은 국내 혹은 국외에서의 풍력·태양광 전력의 생산·저장 비용보다 저렴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 태양열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가격경쟁력은 불확실하다. 유럽 정부들이 데저텍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이나 구매 보장 등을 고심하는 것은 불확실한 가격경쟁력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적 지원 없이는 데저텍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날 것이다. 그래서 독일 정부에서 데저텍 프로젝트를 담당한 한 관료는 프로젝트 지원 여부에 대해 "아직은 배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탑 형태로 만들어진 태양열발전소의 모습. 집열판의 태양열이 탑으로 모인다. DLR(독일우주항공연구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태양열발전 비용이 앞으로 많이 저렴해질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탑발전소의 비용이 인하될 여지가 크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이미 탑발전소 3기가 가동 중에 있다. '반사경'이라고 불리는 집열판 수백 개가 태양열을 탑 꼭대기로 모아서 고열을 발생시킨다. 기존 '파라볼릭 트로프'(Parabolic Trough) 기술을 사용하면 구부러진 집열판은 '열매체유'(Thermal Oil)가 돌고 있는 강철과 유리로 된 고가의 긴 파이프로 태양열을 모아준다. 열매체유 대신 밤 시간대에 축열조 기능을 하는 소금을 투입하면 적어도 40% 이상 비용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 현재 태양열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 비용은 1kWh당 20센트가 넘는데, 10센트 이상이 되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태양열발전소가 고비용 때문에 투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을수록, 태양열발전소의 비용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런 이유에서 데저텍 컨소시엄의 파울 반 손 사장은 "우리는 기술적 측면에서 중립이다"라고 말했다. 즉, 어떤 기술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지 누구도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3년 전 선풍을 일으켰던 데저텍 프로젝트의 태양열발전소에서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한 발을 빼기 위한 수사에 불과한 측면도 있다.

그래도 데저텍 컨소시엄은 모로코의 한 태양열 업체와 함께 사막에서 500MW 전력을 생산한다는 최초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생산되는 전력은 기존 전력 케이블을 통해 시범적으로 스페인에 송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단 150MW 전력을 생산할 태양열발전소 건설만 계획돼 있다. 나머지 350MW는 150MW 발전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500MW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파울 반 손 사장은 "독일 정부를 포함해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국가보조금, 구매 보장 등의 지원 없이는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생산되는 태양열 전력이 단 1 kWh도 공급되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

이런 일이 역사에서 처음은 아니다. 1916년 독일령 남서부 아프리카에 시범적으로 설치됐던 태양열발전소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이후 석유 시대가 도래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프리츠 포어홀츠 Fritz Vorholz <차이트> 경제부 기자

ⓒ Die Zeit 2012년 18호 Wüstenstrom, eine Fata-Morgana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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