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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각지대에 버려진 중증환자들
집중 기획 - 신음하는 중국- ① 치유받기 힘든 중대 질환
[26호] 2012년 06월 01일 (금) 란팡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대륙이 심각한 민생고에 신음하고 있다. 악성종양·심근경색 등 중증환자들이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또 급속한 산업화로 상수원이 오염돼 대부분의 도시에서 수돗물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농촌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불법 명의도용대출이 통제 불능의 처지에 놓였다. 세계 초강대국을 지향하고 있지만 안으로 곪아 터지고 있는 중국 사회를 들여다봤다. _편집자

보험 사각지대에 버려진 중증환자들

기본 보장에 치중한 의료보험으로 악성종양·심근경색 등 혜택 못 받아

2010년 도시주민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중국 전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재원 부족으로 중대 질병 환자들은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수 중증환자와 다수 경증환자 가운데 어디에 재원을 투입해야 할까?

지난 4월1일 산시성 안캉에 사는 여성 허진(24)이 홀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한 달 전 말기 간암 판정을 받자 남자친구는 1천위안 남짓한 돈을 남기고 떠났고, 친부모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에 처절하게 버려진 이 여성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인도적 치료를 받았다. 그의 죽음은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3월18일 인터넷에 '임종일기'를 연재하던 여성 황니차오(24)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14살 때 '전신 홍반성 루푸스'로 진단받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받지 못했고, 스스로 돈을 벌어 생계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학에 입학해서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 치료비를 감당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열심히 돈을 벌면 증상은 심해졌고, 증상이 심각해지면 병원비가 늘어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그가 남긴 임종일기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네티즌들이 치료비를 모금해 20만위안이 넘는 성금을 마련했지만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다음이었다. 이처럼 중대 질병에 걸린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끊이지 않았고, 환자의 치료비 마련을 도우려는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역부족이었다.

2010년 도시주민의료보험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자 중국 전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다. 도시 근로자들은 도시직장의료보험(이하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직장 근로자를 제외한 도시 거주민은 도시주민의료보험(이하 주민의료보험), 농촌 주민은 신농촌합작의료보험(이하 신농촌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세 가지 의료보험의 가입자 수가 13억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중대 질병 환자들은 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할까?

현행 중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기본적인 의료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어 중대 질병의 치료 비용을 환자와 그 가족이 부담한다. 기본적인 의료보장 외의 의료보호는 재원이 빈약하고 보장 범위가 협소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지원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 중대 질병은 현행 중국 의료보장제도의 최대 결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의료보장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18일 국무원은 '의약·보건 체제 개혁을 위한 2012년도 주요 업무계획에 관한 통지'(이하 '통지')를 하달해 다층적인 중대 질병 보장 정책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의료보험의 지급보험금 상한액 인상 △보험급여 대상이 되는 중대 질병의 종류 추가 △보험 적용 범위 확대 △의료보호를 강화해 의료보장 체계 확충이 주요 내용이다.

20대 간암 여성, 치료비 때문에 가족도 외면

그러나 중대 질병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주려면 생각보다 힘든 길을 가야 할 것이다. 2011년 한 해 동안 1억7300만 명의 중국인이 가구 의료비 지출이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 지출'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는 기본적인 의료보험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중대 질병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소외 계층의 형편이 악화됐다.

그렇다면 '중대한 질병'이란 무엇일까? 중국 의료보장 정책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통계를 찾아볼 수는 없다. 민영보험 분야에서는 중국보험협회와 의사협회가 25가지 질병을 '중대 질병'으로 분류한다. 민영보험은 그 가운데 악성종양,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후유증, 관상동맥우회술, 주요 장기이식과 조혈줄기세포 이식, 말기 신장병 등 6개 질병을 반드시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질병은 치료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 환자와 가족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건강촉진기금회의 조사 결과 만성 중대 질환자가 한 번 입원할 때마다 부담하는 비용이 도시 주민 연소득의 절반, 농촌 주민 연소득의 1.5배 이상이었다.

문제는 대다수 중대 질환자들이 의료보장 시스템에 포함돼 있지만 의료보험의 보장률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정부도 중대 질병이 가져오는 위험에 대비해 보완 장치를 마련해 2003년부터 도시와 농촌을 대상으로 의료보호제도를 시행했다. 빈곤층이 기초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보험급여 적용 항목 이외의 본인부담금을 2차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어서 2011년 1인당 입원비 지원 금액은 1783위안, 지출 총액은 186억6천만위안에 불과하다. 지난 3월 리리궈 민정부장은 "중대 질병의 치료 비용이 수만위안에서 수십만 위안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격차가 너무 커서 중대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비롯한 빈곤층의 의료 문제를 폭넓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18일 국무원이 발표한 '통지'는 이례적인 내용을 규정했다. 2012년 전국적으로 중대 질병 8종을 급여 항목에 포함시키고 다른 중대 질병 12종을 시범지역 의료보험과 의료보호 대상에 포함시킨 뒤 점차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위생부는 단번에 중대 질병 20종을 확대 적용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중대 질병을 확대하는 한편, 국무원은 '통지'에서 빈곤층의 의료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각종 질병에 대한 의료급여 상한액을 인상하도록 요구했다.

   
중국 허난성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사가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뉴시스 신화

   
중국 전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됐지만, 재원 부족으로 악성종양, 심근경색 등 중대 질병 환자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쓰촨성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사가 전통적 방식으로 허리 디스크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중대 질병 관심 커졌지만 보험재정은 한계

이런 다층적인 보험 시스템으로도 중대 질병의 의료비를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최종적으로 의료보호제도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통지'는 의료보호에 대한 투자를 늘려 환자 본인부담 비용 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민정부 등 4개 정부부처는 '중대 질병 의료보호 시범업무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중대 질병에 대한 지원책으로 지역마다 관련 질병에 대한 의료보호제도를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정책은 이상적이지만 어디서 돈을 조달할 것인가? 의료보험 관계자들은 중대 질병 20종을 급여 항목에 추가한 조치는 공수표를 남발한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위생부에서 급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해도 반드시 규정대로 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보험재정의 한계 때문이다. 위생부가 신농촌의료보험에 특수 중대 질병을 포함시켰지만 재정부는 보조금을 증액하지 않아 앞서 소개한 중대 질병 추가 조치와 시범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현행 재원조달 시스템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관련 학자들은 보험료나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의료보험 혜택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의료보장 지급 시스템이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증 질병과 중증 질병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할까? 지금은 중대 질병의 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행 보험재정으로는 꾸려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2009∼2011년 각급 지방정부는 재정에서 의료보호지원금으로 총 7326억위안을 지출해, 해마다 평균 30.2%씩 지출을 늘렸다. 같은 기간 중앙정부도 321억위안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중대 질병에 쓰인 금액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중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재원 부족과 형평성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현재 다른 나라는 대부분 중대 질병 보장에 치중하는 편이다. 의료비의 최소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일반적인 질환은 가정과 개인이 치료비를 부담하고, 기준선을 초과한 중대 질병의 의료비를 보험이 부담한다. 시옹셴쥔 중국의료보험연구회 사무국장은 "의료보험제도의 본래 취지는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마다 처한 경제적·사회적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당시의 구체적인 재원조달 수준에 따라 가장 절박한 의료 수요를 최대한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옹셴쥔 국장은 "한정된 돈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환자들을 최대한 많이 보장하려면 '작은 병'과 '큰 병'을 동일한 잣대로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빈곤층의 '작은 병'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치료비가 많이 소요되는 큰 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가장 절박한 의료 수요 최대한 만족시켜야"

한정된 공공재정을 누구에게 투입할 것이냐는 결국 사회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로,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재원 문제는 보험 적용 대상 질병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갈등으로 표출된다. 야오란 화중과기대학 기초의료보장센터 교수는 "재원 부족 때문에 정부가 당장 고액의 의료비를 모두 지원할 수 없고, 의료기술과 치료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보호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 1%를 위해 40~50%에 이르는 재원을 소모하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불치병'은 공공재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야 할까?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공적 자금을 어떤 계층을 위해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인식과 동의의 문제다. 위웨이 상하이재경대학 교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불치병 환자를 배려하고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 등에도 자금을 배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어린이 환자를 우선적으로 도와주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도 방임할 수 없다"고 했다. 자원의 배분은 각 사회에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해 사회 전체가 함께 답을 모색해야 한다.

란팡 藍方 <신세기주간> 기자

ⓒ 新世紀週刊 2012년 17호(제499호) 大病難愈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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