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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배할 새로운 혁신자 가능성
[Cover Story] 2030년 동북아를 미리 본다- ① 중국
[25호] 2012년 04월 01일 (일) 박현숙 economyinsight@hani.co.kr

   
 
2030년의 동북아시아는 어떤 모습일까? 당장의 일상으로 바쁜 이들에게 2030년은 먼 미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멀게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오늘 하루하루의 일상이 가진 의미는 반감된다. 그러므로 투박한 밑그림에 불과할지라도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는 일은 의미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지구상 그 어떤 지역보다 변수가 많고, 변화도 많이 예상되는 곳이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을 넘보는 중국이 있고, 쇠락했다는 말을 듣지만 최고의 기술 수준을 지닌 일본이 있다. 북한은 오랜 정체를 깨고 산업 재건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안정적 성장 여부는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할까? _편집자

   
중국이 자랑하는 고속전철 앞에서 신혼부부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은 '2030년 부유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이미 완수했다. 뉴시스 신화

덩샤오핑이 예견한 '부유사회' 이미 달성…

급속한 고령화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될 것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새 세대의 종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령화와 빈부 격차, 성장제일주의를 수정하지 않으면 '덫'에 빠질 우려 또한 적지 않다.

1982년 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한 변화를 분석한 책 <메가트렌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009년 <메가트렌드 차이나>를 펴내면서 세상을 바꿀 메가트렌드의 종착지로 '중국'을 점쳤다.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고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던 미국의 독수리가 과거의 지위를 되찾으려고 애쓰는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비록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이제 제대로 된 무술 훈련을 받은 판다가 부상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이 판다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나, 세계를 지배할 새로운 기술의 혁신자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분석한다. 이때 세계를 지배할 새로운 기술의 혁신자란? 아마 "대부분의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어느 나라도 경쟁할 수 없는 싼 가격으로 세계시장에 내놓는 나라"일 것이다. 존 나이스비트는 "197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은 중국이 이런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며 "이때 중국의 진정한 힘은 세계 무역 조건이 변하는 데 따라 단순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역의 조건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새로운 세계를 이끌고 나아갈 중국의 '힘'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영국 출신 언론인 데이비드 매리엇 등 서구의 언론인들은 "중국은 가짜"라며 "중국이 절대로 세계 패권을 쥘 수 없다"고 호언장담한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정치·사회적 안정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고 실상은 '짝퉁' 경제와 각종 사회적 불평등, 부패 등으로 언젠가는 붕괴될 운명이라며 중국이라는 가짜에 절대로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과연 메가트렌드의 '종점'이 될 수 있을까?

존 나이스비트나 데이비드 매리엇 등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지만, 실제의 중국은 상반된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중국은 2030년이 되기도 전에 경제총량 면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제일의 빈부 격차와 각종 사회모순, 관료 부패 등 정치·사회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발전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매진하다는 데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나아가면 결국 정치·사회적 혼란과 무질서를 겪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는 예측인 것이다.

이런 엇갈리는 예측 속에서 중국의 2030년에 대해 중국인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1978년생인 루회이펑(34). 그는 톈진의 한 외자기업의 중국 쪽 세일즈 대표로서 5살짜리 아들이 있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해에 태어나서 '개혁개방둥이'로 불리는 루회이펑은, 2012년 현재 중국의 전형적인 중·고소득집단에 속하는 화이트칼라층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취직했을 때만 해도 그의 월급은 2천위안(약 36만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월급은 10배 이상 오른 2만위안(약 360만원) 정도다. 월급 외에 연말에 영업 실적에 따라 받는 보너스까지 합치면 그의 연수입은 거의 30만위안(약 5400만원)에 이른다. 한국의 또래 대기업 직장인들의 연봉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18년 뒤인 2030년에는 52살이 되는 그는 자신의 그때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50살 이전에 분명히 퇴직을 했을 것이다.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은 대부분 아들의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쓸 것 같고 나머지 돈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적어도 80살 이상 산다고 할 때 30년 이상 남은 생을 그 돈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2030년이 돼도 지금처럼 사회보장 체계가 허술하다면 나는 아마 비참한 말년을 맞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중국이 노령사회가 된다고들 하는데…."

그는 2030년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그다지 특별한 '희망'을 품고 있지 않다. 10년 전에 비해 월급은 10배 이상 올랐지만, 물가 인상과 주택 가격 폭등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삶도 10년 전과 비교해서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는 수입 증대로 인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 것 같지만, 실제로 자녀교육비와 주택대출금 등을 고려하면 수입에 비해 누리는 삶의 질은 그다지 윤택하지 못하다는 결론이다.

소득이 10배 늘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아

특히 외아들이나 외동딸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와 양육비, 그리고 자녀가 성인이 된 뒤의 주택 마련 비용까지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중국 중산층은 2030년에 이르면 거의 빈털터리로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고 루회이펑은 주장한다. 그때 가서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고 패권국가가 된다고 해도 그것은 '팍스차이나'의 문제일 뿐이지 개인들이 부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루회이펑의 현재 소득수준은 덩샤오핑이 말한 '공동부유' 단계를 이미 몇 배나 넘어선 수준임에도 정작 그는 '부유하지 않다'고 말한다.

1987년 4월, 덩샤오핑은 유명한 3단계 발전전략을 말했다. 1단계 발전전략은 198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을 500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이고, 2단계 발전전략은 20세기 말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1천달러로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소강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 3단계 발전전략은 21세기의 30∼50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을 4천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소강 단계를 넘어 전 인민이 공동부유 단계로 진입한다고 했다.

덩샤오핑의 3단계 발전전략은 그가 목표로 삼은 2030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실현됐다. 2012년 2월을 기준으로 중국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현 환율로 계산하면 대부분 5천달러에 근접했거나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덩샤오핑이 꿈꿨던 공동부유 단계에 이미 진입한 셈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1만달러를 넘어서 중진국 수준으로까지 근접했다. 이 수준은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이 제17차 당대회 보고서를 통해 밝힌 목표조차 앞당겨 달성하는 것이다. 당시 후 주석은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2000년의 4배인 4만위안(약 5천달러)에 도달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2020년을 목표로 했던 5천달러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올해 안에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계획하는 2030년 중국경제사회발전 목표는 '공동부유의 사회주의 중국'이다. 즉, 향후 20년 동안 중국은 소강사회에서 공동부유 사회로 발전해가며 중저 규모의 소득을 얻는 국가에서 고수입 사회로 발전해나간다는 목표인 것이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1~2015년 중국 경제는 연평균 7.9% 성장을 하고, 2016~2010년에는 연평균 7% 수준, 2030년까지는 6% 수준으로 성장하리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그동안의 고속성장이 가져온 각종 자원남용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세도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지금보다 더 심화된 개혁과 발전 방식의 전환이 있어야만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올해 초 발표된 세계은행의 보고서 '2030년 중국'에서도 중국의 발전 방식 전환이 강조됐다. 이 보고서는 "지금 같은 경제발전 방식을 지속한다면 2030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5%까지 감속할 것"이라며 "덩샤오핑이 이끌었던 개혁은 중국을 고속성장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지난 30년 이상 고속성장을 경험한 뒤 중국은 이미 또 다른 전환점에 도달했고 다시금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그 대안으로 여섯 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했는데, 핵심 내용은 △시장경제 완성 △녹색발전 △국내 재정 시스템의 현대화 등이다.

세계은행 보고서가 미래의 중국 경제에 던져주는 또 하나의 경고는 '중진국 함정'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만일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 전략을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다가,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서는 성장이 장기간 둔화돼 정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면 고속성장을 하던 국가 내부의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폭발해 산업구조의 선진화와 도시화, 빈부 격차 가속화 등 각종 사회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경제 규모가 일정 단계에 이르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데 새 동력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1960~70년대 이후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심화된 시장경제로의 시스템 전환과 기술혁신 필요

중국 역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진국 함정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자칫 중남미와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더 심화된 시장경제로의 시스템 전환과 기술혁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시한다.

만일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면, 존 나이스비스트의 예언처럼 2030년 이후 중국은 메가트렌드의 '종점'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발생한 원저우 고속철도 사고가 그동안의 중국식 '고속발전 지상주의' 모델에 경종을 울리면서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워줬듯이, 이제는 성장 속도보다는 성장의 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루회이펑 같은 평범한 중산층이 상상하는 2030년의 모습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거다. 우울한 노년시대로의 진입을 예상하는 그는 '부자 중국'에 가려진 '가난한 중국인'의 현실이다. 의료와 주택, 교육 등 각종 사회복지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평범한 중국인들에게 2030년의 경제대국 현실은 단지 국가의 '꿈'일 뿐이다. 이 수많은 루회이펑들에게 2030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박현숙 기획위원 phschi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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