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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숨기고 싶은 '직장 속 전쟁'
[Life] 독일 직장인들의 왕따 문화- ① 늘어나는 '정신적 공격'
[25호] 2012년 04월 01일 (일) 질비아 달캄프 외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베를린을 찾은 여행객들이 시내에 있는 한 조각상 앞에 모여 있다. 현대사회에서 조직이 점차 거대해지면서 조직 내 소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뉴시스 AP

독일 직장인 200만 명 직장 내 정신적 테러로 고통… 사회적 직업 분야에서 자주 발생

왕따로 고통받는 것은 한국의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독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왕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개인에게 극단적 선택까지 강요하는 '직장 내 왕따'는 왜 일어날까.

시작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동료 몇몇이 그녀에게 더 이상 아침 인사를 하지 않았고,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대화가 중단됐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까지 사람들이 그녀를 행실 나쁜 여자라고 수군댄다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 바르바라 로만(45)은 이보다 더 상황이 나빠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로만은 어떤 전자우편을 보고야 말았다.

그 전자우편은 한 동료의 컴퓨터 화면에 떠 있었다. 동료의 책상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메일을 볼 수 있었다. 멈춰서서 남의 전자우편을 훔쳐보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로만도 원래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전자우편 제목에 그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8문장으로 이뤄진 전자우편은 동료들이 나눈 대화였다.

"B가 또 아프다네."

"아~, 불쌍하네. 이제 우리가 동정심을 가져야 하는 건가?"

"그 여자가 나보고 개별 상담 좀 하자는군."

"또 거만 떨고 싶은 모양이네."

"그것 말고 뭐가 있겠어?"

"그 여자 얼굴을 한 대 쳐버리고 싶으면 말해. 내가 그 여자를 붙들고 있을 테니."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 쳐버리고 싶어."

로만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만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알 수 없었다. 로만은 이번에도 지난 몇 년간 따돌림을 당하며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처럼 느껴질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속에 아픔을 느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그냥 잊어버리고만 싶었다.

로만은 독일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의 회계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본래 개방적이고 자신감이 충만했지만, 지금은 자기 집 부엌에 앉아 자신의 행동에서 잘못된 것은 없는지 되짚어보고 있다. 동료들이 왜 나를 그렇게 미워하지? 내가 잘못한 게 뭐야? 이 의문은 지난 수년간 그녀를 괴롭혀왔다. 6개월 전부터 그녀는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로만은 '모든 것을 그만두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직장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 전부를….

개인과 회사 모두 숨기고 싶어 하는 이야기

이 기사에 나오는 많은 직장 내 왕따 피해자들처럼 로만도 실명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로만은 동료들이 기사에 나온 그녀를 알아보면 정신적 테러가 더 심해질까봐 두려워했다.

왕따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것처럼 회사도 침묵한다. 회사는 자기 조직 안에 동료나 상사의 체계적인 공격으로 인해 병이 드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회사의 이름이 훼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겉으로는 갈등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갈등은 인간이 서로 만나는 장소에 항상 존재한다. 직장뿐만 아니라 대학·병원·감옥 등에서도 그룹이 만들어지고, 주도자와 아웃사이더가 생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갈등이 있다. 인터넷에도 왕따가 수많은 변형된 형태로 존재한다. 10대 2명이 친구 1명을 자살할 때까지 괴롭힌 사건이 있다. 동료들이 부서의 신입에게 기분 나쁜 농담을 하는 일도 있다. 사장이 상여금을 절약하기 위해 직원이 스스로 도망갈 때까지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기도 한다.

한 인간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무시하거나, 비웃거나, 따돌리거나, 놀리거나, 속이거나, 조롱하거나, 모욕하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때릴 수도 있다. 참을성의 한계가 어디냐는 피해자에 따라 다르다. 좌절과 분노를 느끼는 피해자부터 자살로 생을 끝내는 피해자도 있다.

왕따는 직장에서도 발생한다. 2011년 유럽 34개국에서 4만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조건을 위한 유럽 설문조사'에 의하면, 지난 몇 년간 직장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전쟁' 빈도가 늘어났다. 유럽연합(EU)의 의뢰로 생활조건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유로파운드(Eurofound)를 수행해 4월 둘쨋주 목요일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발표한 연구조사 결과는 독일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설문에 응한 독일인 중 7.8%가 '지난 12개월 내에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5년 전에는 단 4.5%였다. '지난해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6%가 '그렇다'라고 했다. 5년 전에는 4.1%였다. 독일의 전체 직장인 수로 추정하면 이는 약 180만 명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말이다.

왕따 현황은 통계를 내기 어렵다. 왕따의 정의와 측정 방법이 연구조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왕따 피해자들을 취재하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슈피겔> 역시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모든 피해자의 이야기를 확인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다.

하지만 EU의 설문조사 내용은 프랑크푸르트대학의 노동심리학자이자 왕따 연구자인 디터 자프가 추정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그는 동료와 상사의 정신적 테러에 시달리는 사람 수를 약 200만 명으로 추산한다. 매일 아침 괴롭힘과 모욕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며 출근해서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거짓말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 독일에 200만 명이 있는 것이다. 이들이 당하는 것은 구체적인 악행이 아니라, 공격 목표가 된 사람이 더 이상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될 때까지 계속 반복되는 소소한 괴롭힘이다.

회사의 복도, 휴게실, 식당에서 벌어지는 것은 악질적인 정신적 전투다. 이 전투에서 발생하는 상처는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해자는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이것은 '직장인들의 전쟁'이다.

개인적 적개심, 회사 내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음모, 혹은 단순한 공감 능력 부족 등 왕따에는 수많은 동기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잘못된 회사 조직 구조 역시 왕따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본다. 각 부서의 관할이 불분명한데다 시간 압박마저 겹치면 회사 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직원들 사이에서 정신적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회학 연구자 얀네테 드리갈라는 "갈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표면적으로 사라진 곳에서 왕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왕따, 회사의 생산성마저 1~2% 떨어뜨려

정신적 테러는 신경을 쇠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자들에게 수개월간 병가를 내게 한다. 시장 및 사회 연구소는 "왕따로 인해 발생한 휴무일은 해마다 독일 회사에 23억유로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밝힌다. 우울증·불안·식이장애·수면장애의 원인이 따로 조사되지 않고 통계상 단지 '심리적 장애'로 나타나기 때문에 의료보험에서도 실제로 드는 비용이 얼마나 높은지 알지 못한다. 유로파운드의 추정에 의하면, 정신적 폭력 행위가 증가하는 회사는 생산성이 1~2% 감소한다.

1995년 9월 로만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주일에 3일, 하루 3시간 동안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했다. 남편과 헤어져 8살짜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그녀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시골로 이사했다. 로만은 새 직장을 얻게 된 것에 감사했지만 부서에서 그녀가 환영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다.

회계부의 여성 동료 3명은 처음부터 그녀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 동료들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로만이 지나가면 수군댔다. 처음에는 로만도 그들에게 다가가 자신의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로만이 스스로에 대해 터놓고 말하면 동료들의 태도도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만은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로 베이컨과 대추야자, 오븐에 구운 토르틸리니(저민 고기가 든 작은 만두)를 대접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여전히 무시당했다. 동료들 사이의 이 거칠고 차가운 분위기가 정상인 것일까? 그때까지 작은 가족기업에서만 일했던 로만은 '아마 큰 회사에서는 다 이런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1996년 로만이 회계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왕따는 아직 언론인과 몇몇 소수 상담 치료사들만 다루는 주제였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처음에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3년 독일계 스웨덴인 심리학자 하인츠 레이만의 저서 <모빙: 직장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테러, 그리고 그에 저항하는 방법>이 출간됐다. 레이만은 이 책에서 동료나 상사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썼다. 1996년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일반 독일어 사전에 왕따를 뜻하는 '모빙'(Mobbing)이라는 개념이 최초로 등장했다. 로만은 처음에는 그녀가 왕따 피해자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레이만은 왕따를 뜻하는 모빙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매우 자주, 그리고 긴 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의사소통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는 부분적으로 변형된 형태로 다른 연구자들에게 수용됐다.

2000년 이후에야 '왕따 대응 지침서' 발간돼

현재 독일에서는 일군의 심리치료사, 조직심리학자, 변호사, 기업상담가, 그리고 자칭 '왕따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왕따를 두려워하지 말라> <동료 경보: 여자들이 어떻게 같은 여성 경쟁자들을 끌어내리는지에 대해> <모빙하는 사람을 모빙하라! 이렇게 하면 당신도 노련하게 저항할 수 있다!> 등의 안내서가 발간됐다. 세간의 뜨거운 관심도에 따라 직장에서의 지속적 갈등의 원인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로만은 지금 그녀의 부엌에 앉아 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위통과 발작성 두통에 시달리고, 밤에는 몇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다. 로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상사는 로만에게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는 로만에게 빨리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럼 난 어떻게 먹고살지?' 로만은 이렇게 묻고 있다.


질비아 달캄프 Silvia Dahlkamp 외츨렘 게처 özlem Gezer 지모네 카이저 Simone Kaiser 크리스토프 쇼이어만 Christoph Scheuermann 안테 빈트만 Antje Windmann <슈피겔> 기자

ⓒ Der Spiegel 2012년 16호 Kollege Feind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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