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2
     
좌우파 간 성장정책 논쟁 치열할 듯
[Special ReportⅠ] 보시라이 실각 이후, 중국 발전 모델 점검- ① '중국 모델'의 진로
[24호] 2012년 03월 22일 (목) 박현숙 phschina@naver.com

   
 
중국은 지난 3월4~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회(兩會·전국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정치·경제에 대한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후진타오 체제에서 시진핑 체제로의 권력교체기를 맞아 성장 방식과 민생 경제, 신흥 전략산업 육성 등 중국의 경제발전 방안을 다시 한번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언론은 특히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낙마를 "자오쯔양 실각 이후 최대 정치 폭풍"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시라이는 선진 산업 유치를 내건 '광둥 모델'과 달리 국유기업의 역할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충칭 모델'을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연 중국 경제는 어떤 길을 택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중국에서 저명한 학자들의 대담과 인터뷰 등을 통해 알아본다. _편집자

하나의 경제모델은 한 시대를 이끌어갈 주도적 경제체제를 가리킨다. 과연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은 많은 국가가 성장과 발전을 논의할 때 고려해야 할 하나의 모델이 된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 발전 탓에 실패 가능성이 가려져 있는 것인가?

2001년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인 고든 창은 저서 <다가오는 중국의 붕괴>(The Coming Collapse of China)에서 "중국은 5년 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초고속 경제성장의 부작용이 빚은 갖가지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능력이 없고, 이로 인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이 지나기도 전에 중국 경제는 전면 붕괴할 것이라는 '대예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을 맞은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과 중국 경제는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됐다.

'중국의 기적'이 만들어진 기본 동력

2008년 중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던 고든 창의 예언과 달리 붕괴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그동안 시장자유주의와 서방의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등을 설파한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과 유럽은 지금 중국에 '긴급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가 이룩한 초고속 성장 신화의 비결을 극찬하며 '중국의 기적'을 말하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자본주의 길을 가면서도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세계 최대의 광고판이 되었다."(스테판 핼퍼, 정치학자) "중국은 중국만의 새로운 사회·정치 체제를 형성해가고 있다."(존 나이스비트, 미래학자) "중국식 모델은 러시아나 이란의 권위주의와는 또 다른 '별종'이다."(프랜시스 후쿠야마, 정치경제학자)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지금까지 30년 이상 지속되는 중국 경제의 고속 질주를 놓고 중국 안팎에서는 그 비밀을 이해하기 위한 갖가지 해법과 논쟁이 쏟아지고 있다. 2004년 미국 저널리스트 조슈아 쿠퍼 라모가 제기한 '베이징 컨센서스'를 시발점으로 하여 논쟁은 현재 '중국 모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까지 확장돼 발전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10월 중국 제18차 당대회에서의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중국 내부에서 향후 발전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이데올로기 대립과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15일 '충칭 모델'의 전도사 보시라이가 그의 수하인 부시장 '왕리쥔 사건'(지난 2월6일 쓰촨성 청두 미 영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다)으로 전격 해임되면서 발전 노선을 둘러싼 중국 내 좌우파 간 대립은 상당 기간 잡음이 일 것이다.

되돌아보면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중국 안팎을 뜨겁게 달구던 논쟁은, 고든 창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중국 붕괴론'과 미국과 서방을 중심으로 중국이 발전하면 서방에 각종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었다. 지금도 그 논쟁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2004년 이후 논쟁의 주류는 중국의 경제 기적을 중심으로 한 '중국 모델론'과 관련됐다.

중국 모델 논쟁은 2004년 6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국제부 편집장 조슈아 쿠퍼 라모가 영국 포린폴리스센터에서 발표한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논문이 촉매제가 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그동안 세계화·시장화·사유화로 대변되는 미국과 서방 중심의 신자본주의 경제모델 '워싱턴 컨센서스'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중국식 발전 방식으로 대표되는 베이징 컨센서스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 경제발전의 비결은 정책과 제도, 기술의 혁신을 통해 이뤄졌고 지속 가능성과 평등 원칙, 대외적으로는 독립자결권과 불간섭 원칙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그 뒤 베이징 컨센서스 개념은 신자유주의 모델로 대변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대비되면서 중국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제3세계 개발도상국가의 새로운 대안 모델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한 시민이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중국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발전은 지난 3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왼쪽). 지난 3월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에 참석하고 있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는 충칭시를 형평성을 강조하는 중국 경제모델 중 하나로 발전시켰으나, 이번 전인대에서 실각했다. 뉴시스 AP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

베이징 컨센서스를 둘러싼 논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본격화·심층화되고 있다. 특히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 금융 대공황이 불어닥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 논쟁은 중국 모델 논쟁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과연 보급 가능한 하나의 경제발전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 여부와, 중국 경제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유효한 이론적 틀인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모델의 핵심 내용은 크게 공산당 일당 통치로 대변되는 권위주의적인 강한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주도형 시장경제다. 즉 내부적으로는 공산당 독재라는 통제형 정치체제와 국유기업과 사영기업,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돼 운용되는 혼합 경제체제이며, 대외적으로는 호혜평등과 불간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스테판 핼퍼가 한마디로 요약한 내용에 따르면, '자본주의 길을 가면서도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새로운 중국식 발전인 셈이다.

중국 내에서 중국 모델과 관련한 논쟁은 최근 몇 년 사이 학계의 주류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책을 써서 유명세를 탄 중국 지식인 위커핑은 "중국 모델은 세계화 배경 아래서 중국 현대화 전략의 일종"이라며 "중국 모델의 특징은 시장 주도의 경제 개혁을 견지하는 것과 동시에 강력한 정부 조정과 통제를 보조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와 비슷한 논지로 홍콩 중문대학의 딩쉐량 교수는 중국 모델에 대해 "첫째 일당독재 지도의 권위체제이며, 둘째 모든 일은 반드시 안정의 도모와 유지에서 출발해 귀속되며, 셋째 정부 관치의 시장경제라는 특징이 있다"고 전제한 뒤 중국 모델이 획득한 가장 중요한 업적은 "공산당 정권의 유지와 중국 경제의 고속발전"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 경제학자 판웨이는 저서 <중국 모델>에서 "중국 모델은 서방의 경험과 대립되는 것으로 중국의 성공은 서방의 보편적 가치를 해체시킨 결과며, 경제모델·정치모델·사회모델 등 세 가지 모델이 합쳐진 것이고 이 삼위일체가 지금의 '중화체제'를 만들었다"며 중국 모델보다 더 광의의 개념인 '중화체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중국 모델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시각이 많다. 먼저 중국 내 대표적인 개혁주의 경제학자 우징롄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중국 모델이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고, 중국 발전의 주요 흐름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변혁된 것이다. 중국이 채택한 발전 전략은 증량개혁 전략, 즉 아래에서 위로 발전하는 사영경제와 사회의 극심한 혼란을 피하고 고속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이 직면한 핵심 문제는 어떻게 사회 공정을 유지할 것인가이며, 정부는 시장에서 나오고 국유기업은 경쟁 영역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은 사실상 반(半)통제, 반시장 상태의 과도기적 경제체제로 향후 더 철저한 정치·경제 체제 개혁이 심화돼야 한다."

부패 등 고려할 때 중국 모델 논의 시기상조

대만의 경제학자 천즈우는 중국 모델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저서 <중국 모델은 없다>를 통해 "오늘날 중국의 성과는 강제적 자원분배나 '중국적 특색'의 결과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과 인간의 보편적 본성이 권력의 제약을 이겨낸 결과, 즉 '글로벌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미국 경제학자 조너선 앤더슨도 "중국 경제의 성공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중국 모델은 동아시아 모델의 일종일 뿐"이라며 중국 모델의 독자적 존재를 부정한다.

세계은행 부총재 린이푸는 중국 경제를 '후발주자의 이익'으로 설명한 바 있다. 즉 늦게 발전한 국가가 선진국으로부터 단시간 내에 기술을 모방하고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는 '압축성장론'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3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압축성장'을 이룬 한편, 서구가 200년 이상의 발전을 거치면서 쌓아온 모든 문제를 불과 30년 만에 압축적으로 누적시키며 나타나는 모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전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 자오치정도 이와 관련해 "부패와 환경오염, 빈부 격차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 모델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외부에서는 중국 모델이라는 광의의 발전 개념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 내부에서는 지역별로 상이한 발전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모델이라는 큰 틀에 대한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정부 주도의 외자기업 유치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쑤저우 중심의 '쑤난 모델'과 국내 민간자본 중심으로 발전해온 원저우 지역 중심의 '원저우 모델' 논쟁처럼 더 구체적인 지역 간 발전 전략이 논의돼야 한다는 요지다. 이런 의미에서 2007년 충칭과 광저우에 각각 보시라이와 왕양이 새롭게 서기로 부임하면서 불거진 '충칭 모델'과 '광저우 모델'은 지역발전 전략인 동시에 '중국 모델론' 속에 함의된 미래의 중국 발전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이념과 노선 투쟁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박현숙 기획위원 phschina@naver.com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