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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기대한다
Editor’s Letter
[24호] 2012년 03월 22일 (목) 김보근 tree21@hani.co.kr

'봇물이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보에 갇혔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인데, 그 기세가 대단하다. 그래서 '봇물이 터진다'는 거침없고 거대한 변화 등을 가리킬 때 쓰인다. 하지만 봇물이 터지는 그 거대한 변화도 애초에는 조그마한 틈새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만일 누군가 그 작은 변화에서 이후 터져나올 거대한 봇물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그는 봇물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도, 혹은 그에 철저히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읽지 못한 사람은 정말 터진 봇물 탓에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번호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삼성 이야기'는 최근 해외 언론이 잇따라 삼성을 다룬 데서 출발했다. 독일의 세계적 주간지 <디 차이트>가 2월16일에 발행된 2012년 8호에서 삼성을 다룬 데 이어, 2월23일에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3월18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삼성 문제를 다뤘다. 그런데 모두 삼성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백혈병 산재 논란이나 지배구조 문제 등 삼성이 껄끄러워할 주제가 포함돼 있었다.

삼성 쪽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해외 언론들이 다루는 많고 많은 기사들 중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일부 로컬 언론에서 삼성의 낡은 이미지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놓고 기사를 쓴 해당 언론들을 '로컬 언론'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되, 그 기사들이 삼성의 선진적 이미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기사들은 뒤떨어진 기사가 아니라 앞으로 터질 '봇물'을 예고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봇물이란 세계 언론의 관점의 변화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 세계의 언론과 시민단체의 관심이 삼성의 경쟁력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잣대로 삼성을 보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는 해외 언론이 글로벌 기업들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CSR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어떻게 높아져왔는지 살펴보면 비교적 자명해 보인다.

삼성의 한국 내 이미지는 이미 많이 훼손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백혈병 산재 투쟁을 해오면서 삼성의 이미지 저하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삼성의 사회적 책임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다면, 삼성으로서는 정말 '봇물'을 경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삼성이 억만금을 들여 광고해도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런 변화의 시기에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아닌가!

김보근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경제학박사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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