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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의 눈물’ 뒤 김앤장의 미소가
[Special Report Ⅱ] 재벌 닮은 김앤장의 문어발식 확장 - ② 중소기업 상대 소송까지 도맡아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권순욱 kwonsw87@etomato.com

중소기업 부도 사태 부른 키코 사건 106건 중 78건 수임… 은행에 승리 안기며 거대 수임료 챙겨

키코 사태에서 김앤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에서, 금융감독원의 은행에 대한 징계, 그리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김앤장이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키코 사태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한번 약자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인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제는 모두에게 잊힌 ‘키코’(KIKO), 조금 안다는 사람에게 설명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파생상품 이름이다. 2008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 수많은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몬 ‘저승사자’의 이름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피해 기업만 234개 업체에, 피해 액수는 3조원이 넘는다.

키코는 ‘통화옵션 계약 상품’이다. 통화옵션은 미래 특정 시점에 특정한 통화를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매입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매입할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Call Option), 매도할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Put Option)이라 부른다.

키코는 회사와 은행이 약정 환율과 환율 변동의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정해놓고 계약 기간 중에 환율이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상한선에 해당하는 환율로 달러화를 계약 금액만큼 매도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문제는 이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만약 환율이 계약 때 약정한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즉, 일정한 환율을 터치하는 순간 계약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반면 환율이 약정한 상한선 위로 한 번이라도 올라가게 되면 회사는 계약 금액의 2~5배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환율인 계약 환율로 매도하게 되어 회사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제로 코스트’라는 말에 속은 중소기업들

결국 은행은 계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면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반면, 은행과 계약한 기업은 환율이 약정한 환율 밑으로 하락하면 계약 자체가 해지되기 때문에 이익금을 챙길 수 없게 된다. 피해 입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바로 이 부분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단순한 설명 의무 위반’이 아니라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출 중소기업들은 왜 키코에 가입했을까? 수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옵션 상품을 계약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키코다.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다. 파생상품을 트레이딩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일종의 적금에 가입하듯이 키코에 가입한 것이다.

2007년부터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중소기업은 환헤지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갔다. 은행은 이런 기업의 어려움을 노리고 키코를 대량 판매했다.

특히 ‘제로 코스트’(Zero Cost)는 여전히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제로 코스트의 본래 의미는 계약 체결에 드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을 지낸 오세경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환위험을 헤지하려면 비용이 드는데 은행들은 키코 상품이 비용이 들지 않는 제로 코스트라고 소개했다”면서 “그러나 사실상 제로 코스트도 아니었고, 헤지할 수 있는 구간도 지나치게 좁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키코 상품은 헤지 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들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키코는 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인데 헤지용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제로 코스트는 은행이 취하는 콜옵션과 기업이 취하는 풋옵션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은행이 별도의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은행이 영리기업인 이상 필요 비용과 이윤을 수취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은행감독 업무 시행규칙 등에 의하면 파생상품 거래 당사자인 은행은 수수료의 구체적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으므로, 은행이 중소기업을 기망했거나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쉽게 말해서 은행은 수수료의 규모를 밝힐 법적 의무가 없고, 보통 은행과 거래할 때는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해석은 다르다. 검찰은 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에 비해 크게 설계해 그 차액 상당액을 은행이 마진으로 수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제로 코스트로 표시해, 마치 옵션 거래의 대가 지급이 없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어 기업에 일부 불리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키코에 가입한 기업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그나마 법원보다 한결 엄격한 해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두 기관은 유명무실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견해가 다르다. 오영중 변호사(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 파생상품은 한번 잘못 가입하면, 중소기업은 바로 파산으로 갈 수 있어서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는 위험과 이득,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그에 대한 손해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키코 자체가 위험한 상품이다. 키코 상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너무 쉽게 팔았다”고 지적했다.

   
키코 피해기업 대책위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대책위 사무실에서 금융감독원의 키코 판매 은행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디에

독일연방대법원은 지난해 3월 이른바 ‘CMS 스프레드 래더 스와프 계약’ 사건에서 “CMS 스프레드 래더 스와프 계약처럼 복잡한 구조로 된 금융상품의 경우, 은행은 이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고객이 높은 위험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는 전제에서 곧바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고객의 투자 목표에 실제로 부합하는 적합한 상품만 추천해야 하는 것이 투자 조언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키코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인도의 중앙수사국도 이런 은행들을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고, 이에 은행들은 피해 기업들과 합의를 추진했다. 일본 법원은 50%의 책임을 인정했다.

걸핏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우리나라만 달랐다. 위험천만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 검찰·법원·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는 한결같이 관대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축소·은폐 수사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파생상품의 원조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견을 조회했다. 그 결과, 키코가 ‘사기적 행위’라는 회신을 받아놓았음에도 이 문서를 감춰뒀다. ‘대외비’로 지정해놓고 수사 목록에서 누락했다.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주임검사는 검찰 수뇌부와 네 차례 충돌 끝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금융범죄 척결’을 강한 목소리로 외치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키코 사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법원은 검찰보다 한술 더 떴다. 의욕적으로 수사하던 검찰의 힘을 빼버린 게 법원이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은 구속영장과 달리 큰 문제가 없으면 발부해준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를 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출발선이고, 법원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키코 사건에서는 달랐다. ‘자유 의사에 따른 계약이기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아서’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버렸다. 키코 판매 과정과 키코 사태 이후 은행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해버린 것이다.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압수수색을 하는데, 수사의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연 뺨 치는’ 조연이 등장한다. 바로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로펌계의 삼성’으로 불린다.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의 쟁쟁한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법원과 검찰에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그리고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등의 전직 고위 관료들도 김앤장에 대거 포진해 있다. 김앤장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가 다시 관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힘없는 전직 관료가 결코 아니다.

키코 사태에서 김앤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정위의 약관 심사에서, 금감원의 은행에 대한 징계, 그리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김앤장이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김앤장은 얼마를 벌었을까

2008년 11월3일부터 2010년까지 제기된 106건의 키코 소송 가운데 김앤장은 78건의 소송을 도맡아서 처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홍성준 사무국장은 지난 2월6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 집회에서 “언제나 그렇듯 키코 소송에서도 김앤장과 맞닥뜨렸다”며 “전관과 전직 고위 관료가 즐비한 김앤장은 숨어 있는 권력, 마피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0년 11월29일 한날한시에 100여 개 기업이 모두 소송에서 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는 김앤장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정황과 심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키코 사태 덕분에 김앤장이 막대한 수임료를 벌어들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 액수는 김앤장만 알고 있겠지만.

/ 권순욱 <뉴스토마토> 정치경제부장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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