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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경영 참여가 대안이다
[Special Report Ⅰ] 변화 필요한 주주자본주의 - ② 독일식 공동의사결정제도에서 배워야 할 것들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이 2008년 금융위기 때 빠른 회복 달성한 원동력… 느린 의사결정은 단점

기업지배구조 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 가운데 하나가 독일 모델이다. 독일에서는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한이 강한 독일은 위기에서 회복할 때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인다. AP.

요즘 툭하면 ‘독일 모델’을 도입하자고 성화다. 프랑스가 소화하기 힘든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독일과 인구학적 상황이 다른데도 무조건 독일을 벤치마킹해 퇴직연령을 67살로 연장하려 한다.

독일 모델 가운데 정작 흥미로운 제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독일 기업의 독특한 경영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은 다른 나라보다 노동자가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늘날 독일 산업이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것은 그런 제도 덕분임이 분명하다. 현 위기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가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프랑스가 이웃 나라 독일의 경영 시스템만 따랐더라도, 사회복지 모델을 좀더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유럽식 대안을 훨씬 더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종업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독일

독일식 기업경영의 특징은 ‘미트베스티뭉’(Mitbestimmung)이란 단어로 축약된다. 프랑스어로는 흔히 ‘공동경영’(Cogestion)이라고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공동결정’(Codetermination)이라 표현해야 더 정확하다. 기업이 종업원 대표와 함께 글자 그대로 공동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계획을 추진할 때 사전에 종업원 대표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노동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종업원평의회’(독일어로 Betriebsrat)에 폭넓은 권한을 부과한다. 그다음, 이사회 안에서 종업원 대표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독일에서는 종업원이 5명 이상인 기업은 법적으로 종업원평의회를 설치해야 한다(프랑스에서는 종업원 50명 이상임). 프랑스와 같은 기업 내 노조 대표위원이나 종업원 대표위원 등의 제도는 없지만, 독일에서는 종업원평의회가 그같은 임무를 대신한다.

종업원평의회 위원은 전 종업원이 참여한 가운데 연기명투표로 선출된다. 노조는 선거 출마자에게 어떤 독점권도 행사할 수 없지만, 어쨌든 입후보자가 되려면 전체 종업원의 20분의 1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종업원평의회가 누리는 권리는 ‘기업의 헌법’으로 통하는 46쪽 132항에 달하는 법률인 경영조직법(Betriebsverfassungs gesetz)에 자세히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종업원평의회는 각 사안에 따라 단순 정보 공유에서 의무적 의사 청취, 더 나아가 거부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먼저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이나 예산 운용 등에 대해서는 정보 공유 권리가 적용된다. 직업 교육이나 사옥 신축, 노동 프로세서, 신기술 도입 등과 관련해서는 의견 청취 권리가 인정된다.

엄밀한 의미의 공동의사결정 권리는 노동시간, 휴가, 급여 정산 방식, 인사이동, 채용, 승진, 전출 등과 관련한 사안에만 국한한다. 하지만 현대독일정보연구소(CIRAC) 소장 르네 라세르 세르지대학 교수는 “기업의 경제적 의사결정이 종업원에게 명백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는 고용주가 종업원평의회와 협의한 보상 조처를 포함한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 공동의사결정제도의 두드러진 특징은 종업원 대표를 대기업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모든 대기업에는 감사위원회와 기업의 실질적 경영을 이끄는 임원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독일의 감사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세 가지 제도가 공존한다. 먼저 석탄·철강 부분은 1951년부터 종업원 1천 명 이상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 절반을 종업원 대표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종업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할 인사 담당 임원을 지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제도를 채택한 기업은 수십 곳에 불과하다. 1952년 종업원 500명 이상 기업 감사위원회 위원의 3분의 1을 종업원 대표로 채우도록 한 새 규정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1976년에는 또다시 종업원 2천 명 이상 기업 감사위원회 위원의 50%를 종업원 대표로 채우도록 한 규정이 도입됐다. 한편 감사위원회 의장은 항상 주주 대표가 맡도록 돼 있고, 표가 반반으로 갈리는 경우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부과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독일이 유일하게 공동의사결정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붉은색으로 표시된 나라)이 종업원 대표를 기업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국가, 그리고 대부분의 중앙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이다. 하지만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의 비중이 독일처럼 50%에 육박하는 나라는 없다.

독일의 경제위기 극복 비결

종업원 대표가 종업원평의회를 통해 실질적으로, 감사위원회를 통해서는 전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이 독일의 제도가 진정 빛을 발한 것은 2008~2009년 경제위기 때였다. 위기가 절정에 달한 시기에도 독일 기업은 이런 제도적 제약 때문에 경기침체 수준이 프랑스의 2배에 달하는데도 노동자를 거의 해고하지 않았다. 덕분에 노동자의 구매력이 그대로 유지돼서 좀더 쉽게 경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뒤에도 독일 기업은 굳이 새로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교육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종업원의 처지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긴밀히 참여하다 보니 기업을 위해 더욱 헌신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요인도 작용했지만, 이는 독일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를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독일의 대기업은 마음대로 조종하기 힘든 굼뜬 여객선과 같다. 경영자가 대담한 전략을 은밀히 기획해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것이다. 르네 라세르 교수는 “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는 오랫동안 자국의 특수한 사회·정치적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독일 예외성의 유산인 동시에, 국제화 시대의 경영에 필요한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는 다소 뒤떨어지는 해법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설명한다. 한 예로 2000년대 초 사민당 소속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2010 어젠다’를 표방하며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을 때도 많은 이들이 공동결정제도를 철폐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주장은 실현되지 않았다.

종업원 대표에게 강력한 권한을 쥐어준 것은 종종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영자가 종업원 대표를 구워삶으려 개인적으로 막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세계적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의 경영진과 종업원평의회 위원들 사이의 유착관계를 둘러싸고 터진 대형 부패 스캔들이었다. 사실 공동의사결정제도는 종업원 대표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다. 종업원 대표가 작업장 폐쇄 등의 결정에 반대하는 날엔 회사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밀어붙이기 힘들다. 하지만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면 반대로 종업원 대표가 잘못을 뒤집어쓸 위험이 적지 않다. 어쩌면 프랑스 노조가, 독일 노조가 누리는 것과 유사한 권한을 요구하는 데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심지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인지 모른다.

프랑스가 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를 그대로 모방하기 힘든 이유로 노조분산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산별 노조가 단일화된 독일 역시 기업 내 종업원 대표들끼리 서로 대립하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노동자 대표에게 독일처럼 막대한 권한을 쥐어주더라도 지금처럼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며 거침없는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모두가 한결같이 동일한 노선만 추구할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다.

이같은 한계를 지녔음에도 독일 산업의 건실함은 독일 노사 모델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공동의사결정제도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프랑스, 더 나아가 유럽이 독일과 제도를 단일화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오늘날 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는 오로지 자국 땅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독일 기업들이 국제화되고 있고, 정작 독일 기업에서 일하는 자국민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제아무리 장점이 많다 해도 독일에서 공동의사결정제도가 계속 존속하려면, 이 제도를 다른 나라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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