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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경영이 창발성 낳는다
[Special Report Ⅰ] 변화 필요한 주주자본주의 - ③ 사회연대경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필리프 프레모 economyinsight@hani.co.kr

협동참여조합, 공익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 민주적 경영과 효율적 생산 조화 가능성 보여줘

사회연대경제가 주주자본주의를 대신할 모델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 맞게 혁신해야 할 부분이 많고, 좀더 참여적인 경영을 도입해야 한다.

   
독일 중부 잉겔하임에 위치한 제약회사 베링거잉겔하임의 본사 건물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창문에 기대고 있다. 이제 자본주의는 주주자본주의를 넘어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본주의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뉴시스 AP.

사회연대경제(Social Solidarity Economy) 조직(결사체·협동조합·공제조합 등)은 기업지배구조를 대신할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 주주자본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노동자·지자체 등)의 이익을 더욱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사회연대경제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조합원이나 가입자, 회원 등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더불어 민주적 경영을 표방한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이라고 해서 언제나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론을 현실로 적용하는 과정에는 무수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또한 사회연대경제가 좀더 민주적 경영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노동자 경영 참여의 장단점

사회연대경제 조직 가운데 노동자가 경영권을 갖는 유형은 ‘협동참여조합’(SCOP) 단 하나뿐이다. 전체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고용된 노동자 200만 명 가운데 4만 명이 SCOP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상 SCOP는 자본회사를 대신할 실질적인 모델로 꼽힌다.

직원이 직접 출자해서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1인1표’ 원칙에 입각해 경영자를 선출한다. 축적된 이윤은 주주끼리 나눠가질 수 없고, 무조건 조직의 집단목표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소유 지분을 팔 때도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COP는 외부자금 조달에 애먹기 일쑤다. SCOP가 대부분 자본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에 진출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SCOP는 영세조직이 주류를 이루고, 비슷한 숙련도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특징인 노동분업이나 위계조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SCOP는 기업이 굳이 민주적 경영을 포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다. 더불어 개인의 재산을 증식하는 것만이 유일한 경영 동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잘 보여준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SCOP도 수지타산을 맞추고, 성장에 필요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SCOP는 아직 회생 가능성이 남아 있는 어려운 기업을 인수하는 데는 적격이지만, 반대로 시프랑스(Sea France·도버∼칼레 간 페리선 운항 기업으로 직원들이 경영난에 처한 회사를 인수해 SCOP를 세웠지만 결국 파산했다) 사건에서 보듯 경영난이 심각한 기업을 살리는 데는 부적절한 해법이다.
SCOP를 제외하면, 다른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노동자 지위는 여느 기업과 별다를 바 없다. 물론 곳곳에서 ‘1인1표제’가 실시되고 있기는 하나, 그 대상이 대부분 결사체의 자원봉사회원, 상인협동조합의 자영상인, 공제조합의 조합원에 국한돼 있다. 사회복지·의료·교육 등에서 활동하는 직원을 고용 중인 대규모 조직은 직원이나 고객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형 협동조합은행이나 상호보험의 변화상에서 보듯, 경영자가 실제 현장에서는 조합원의 의결권을 선취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최초사회계약을 영속시킨다’는 명분(그렇기에 정당성이 충분했다)을 내세워, 현 조합원에 의한 지명 투표(Cooptation)를 널리 활용하며 조직적 방식으로 민주적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조합원이나 회원 등을 선출할 때 단일명부제를 운용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때때로 종신직에 가까운 경영자가 독단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도록 부채질한다. 결국 사회연대경제가 그토록 자랑하는 민주적 경영이 부러워할 만한 수준은 아닌 셈이다.
 
직원의 자발성은 투명경영에서 나온다

경영진이 모두에게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고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인간 존중의 참여적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리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유용성 있는 사업을 추구한다면, 제아무리 정관상 조합원이 아닌 일반 직원이라 해도 능히 자신을 고용한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충성을 다할 수 있다. 이는 효율적 경영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란 존재하는 법이다. 자본회사 가운데 그런 방식으로 직원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기업은 찾아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임금 규제 방식은 해당 조직의 활동 영역이 무엇이냐에 좌우된다. 임금수준은 매달 수지타산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영세 조직(가족이 경영하는 중소 단위의 기업이든, 규모가 작은 결사체이든 간에)에 견줘, 은행권(협동조합 은행이든 아니든)이 훨씬 더 높다. 사회연대경제라고 일반 기업이 겪는 경제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닌 셈이다.

미래에 사회연대경제는 두 가지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경영 방식을 쇄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전 창설된 공익협동조합(SCIC)이란 새 모델을 전범으로 삼을 수 있다(상자 기사 참조).

사회연대경제는 사회복지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대개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이 변하거나 일종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데 그치기 일쑤였다. 사회연대경제가 진정 의미를 지니려면 그와 같은 전례는 밟지 말아야 한다. 

/ 필리프 프레모 Philippe Frema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혁신이 낳은 공익협동조합 창설 10주년 만에 200개로 성장

2001년 공익협동조합(SCIC)이 탄생했다. 생산협동조합(SCOP)과 달리, 공익협동조합은 사회적 유용성이 높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조직의 경영에 직원·자원봉사자·이용자·관련단체·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이 참여할 수 있다.

창설 10주년을 넘긴 오늘날 SCIC 수는 2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활동 분야도 재생에너지, 폐기물 재처리, 지역자원 재활용, 사회적 의료·복지 서비스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가 2006년 오른 지역에 설립된 ‘부아 보카주 에네르지’(Bois Bocage Energie)다. 농민·개인·지방자치단체 등 100명 이상의 출자자가 모여 울타리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나무를 목재 연료로 가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보클뤼즈 지역 루시용에 소재한 ‘오크라’(Okhra)는 지역 문화유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황토채석장인 이곳은 생태박물관으로 활용되며, 전통기술로 염료를 생산하는 제조소 역할을 겸하고 있다. 프랑스 청각장애인협회와 미디피레네랑그독루시용 지역 생산협동조합협회가 함께 만든 ‘웹수르’(Websourd)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실시한다.

SCIC는 아직 그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이해관계가 서로 첨예해 보이는 주체(특히 생산자와 소비자)들도 충분히 한데 모여 협력하고,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기 위해 모두에게 유익한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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