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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본질인 ‘혁신체’로 돌아가라
[Special Report Ⅰ] 변화 필요한 주주자본주의 - ④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전문가 인터뷰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블랑슈 세그레스탱 & 아르망 아취엘 economyinsight@hani.co.kr

초기 기업은 과학·기술 발전에도 중요한 기여… ‘창조’라는 기업정신 회복 절실

1970년대 이후 기업은 이윤 창출 기계로 전락했다. 기업이란 본래 부를 창출하는 집단적 조직체가 아니었던가. 이제 본질로 되돌아가야 한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아르망 아취엘(이하 아취엘·사진 오른쪽) 근대적 의미의 기업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역사적 변화에 따라 부를 창출하는 집단적 조직체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 부의 창출은 단순히 이윤을 생산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기업은 과학·기술·혁신 등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업에 신상품을 만들어내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혁신의 원동력을 기대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기업을 위해 오래도록 헌신할 역량 있는 인재를 교육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결국 기업이 흔히 경제학 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기회주의적 성격의 상업적 계약인 것만은 아닌 셈이다. 상업적 측면이 아주 없지 않지만, 기업은 무엇보다 장기적 비전에 입각한 협력적·사회적·기술적 속성이 있다.

이는 기업지배구조 이론에 반하는 것이기도 한데.

아취엘 그렇다. 1970년대 이후 앞서 말한 경향에 마침표를 찍는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이 오로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라는 특수한 법적 지위를 지닌 조직체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수익 창출은 기업의 수많은 속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기업의 진정한 본질은 집단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있다.

어쨌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려면 이를 지휘하고 조직할 합법적 조직체가 필요하지 않은가?

아취엘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근대적 의미의 기업이 발전하면서 ‘경영자’로 대변되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등장했다. 당시 경영자는 공학계 인사가 주류를 이뤘는데, 19세기 말 과학과 기술의 전파로 공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앙리 파욜이나 미국의 프레데릭 테일러는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관리학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 당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국의 초대국장이던 알베르 토마를 비롯한 온건한 사회주의자들도 공학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사회주의자가 기업 내 평화로운 노사관계를 갈망했다면, 공학자는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기업 경영을 좀더 합리화하기 바랐다. 결국 ‘노사 간 평화’ ‘경영 합리화’ ‘혁신’, 이 세 가지가 만나 기업 내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등장하는 배경이 된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근간을 다시 세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블랑슈 세그레스탱(이하 세그레스탱·사진 왼쪽) 19세기 말 일어난 기업의 역사적 변화는 법으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1970년대 이후 기업지배구조 이론이 널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이 여전히 자본회사 이전의 법 규정에 따라 운영된 덕이 컸다. 물론 임금노동이 발전하면서 노동권이 탄생했지만, 임금노동자와 고용주 간 평등한 계약에 대한 신화가 깨지면서 노동권은 차츰 시민권에서 분리됐다. 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예속된 존재로 인식하면서 그에 따른 특수한 권리와 의무가 확립됐지만, 집단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기업의 본질은 경제학 교리나 상법으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훗날 경영자가 한낱 주주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된 데는 그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경영자를 주주의 대리인으로 취급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 체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변화가 극에 달해 나타난 것이 오늘날의 위기다. 단기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영자의 임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노동자와 주주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됐고, 기업은 자사의 발전이나 혁신에 반하는 경영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은행도 이윤 극대화를 내세워 무분별한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우리도 잘 아는 참담한 비극이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세그레스탱 ‘창조’라는 기업의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 기업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려면,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데 만족하지 말고 조직체(특허권 등)나 사원 개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직업 교육과 사원 역량 강화를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의 지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영자가 다양한 전략적 목표 사이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지닌 특수한 지위도 인정해줘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노동이나 자본을 제공하며 집단적 목표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된 모든 이에게서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집단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경영자에게 특수한 지위를 인정해준 모든 사람 사이의 연대의식이 좀더 강화돼야 한다. 지금처럼 출자자나 주주만이 유일한 ‘위험 부담자’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역시 잘못된 경영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기는 매한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 생산한 부를 배분하는 법칙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더 이상 기업이 올린 수익에 비례해 경영자의 보수를 결정해서도, 불황기 때마다 기업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해고나 임금감축 등의 방법으로 ‘고용 조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노동자의 어깨에만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지난 2월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식거래소 모습. 주주자본주의는 현대 자본주의를 이루는 근간이 되고 있다. 뉴시스 AP.

어떤 종류의 기업 모델을 제안하는가?

세그레스탱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는 ‘만능 모델’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지배구조 이론이 실패했음이 자명해진 마당에, 좀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보자는 말이다. 기업이 진정한 집단적 비전을 실천해나갈 수 있게 법규범을 확립하자. 사실 창업주·출자자·노동자는 저마다 재화와 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처지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재산권 수호’라는 미명 아래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침해당하는 일 없이, 그들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난가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입한 ‘유연한 목적회사’(Flexible Purpose Corporation·정관에 영리적 목적 이외에 사회적 목적의 사업영역을 명시한,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유연화한 법)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 모델이 복합적인 기업 목표를 달성한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수익 창출 외에 사회복지나 환경 등 다른 중대한 과제를 충족해줄뿐더러, 그에 적합한 특수한 경영방식을 실현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한편 출자자끼리 맺는 조합계약(Contract of Partnership·조합의 당사자가 서로 출자해 공동 조합을 경영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 외에, 좀더 민주적인 경영과 계약 당사자 간 연대 규정을 제도화한 도급계약(Contract for Work)을 함께 맺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 블랑슈 세그레스탱 Blanche Segrestin
& 아르망 아취엘 Armand Hatchuel 파리 국립고등광산학교 교수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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